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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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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1위 부자 총리로 지명…코로나 경제난 속 인기 얻는 ‘경제통’ 수장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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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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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 출신의 정치인 나지브 미카티(66)가 26일(현지시간)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으로부터 총리로 지명된 뒤 수도 베이루트 동부 바브다의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바브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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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각국에 경제난이 불어닥치면서 ‘경제통’ 정치인들이 잇따라 정상 자리에 취임하고 있다. 1년이 넘는 국정 공백 속에 사상 최악의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레바논에서는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산을 가진 기업인 출신 나지브 미카티(66)가 총리로 취임했다. 관광업에 타격을 입은 이탈리아 국민들은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였던 마리오 드라기 총리를, 남미의 에콰도르와 볼리비아 국민들은 각각 은행장 출신과 경제학자 출신을 대통령으로 뽑으며 경제 회복에 기대를 걸고 있다.

레바논 매체 데일리스타는 26일(현지시간) 미셸 아운 레바논 대통령이 이슬람 수니파 미카티를 레바논의 차기 총리로 지명했다고 보도했다. 레바논 정치에는 18개 종파가 얽혀 있는데, 독특한 권력 배분 원칙에 따라 대통령은 기독교 마론파, 총리는 이슬람 수니파, 국회의장은 이슬람 시아파가 각각 맡는다. 미카티는 이날 118석 중 72석으로부터 찬성표를 얻으며 의회의 신임 동의도 얻었다. 미카티는 총리 지명 이후 연설에서 “레바논의 경제 회복을 위한 국제적 지원을 받아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여파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생산 활동 침체와 경제 위기를 겪고 있다. 레바논 현지 언론들은 지난 10일 화폐가치가 1년 만에 열배 이상 폭락했고, 화석 연료 부족으로 전기 발전소 운영도 중단됐다고 전했다. 이날 레바논 전역에서 하루 22시간 정전이 일어나기도 했다.

[관련기사] 레바논 베이루트 참사, 질산암모늄 창고 폭발한 듯…트럼프는 “폭탄 공격”

파이낸셜타임스는 국제 사회가 레바논 정부에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도움을 받고, 경제 개혁을 주도할 수 있는 내각으로 교체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전했다. 미카티는 1982년 통신회사 인베스트컴을 설립하고, 국제 투자 기업인 M1을 소유한 기업가 출신이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26일 미카티의 순 자산이 25억달러(약 2조8000억원)로 그가 레바논에서 자산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다고 전했다. 공공사업·교통부 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지난 2005년과 2011년 이미 두차례 총리직을 수행해 정치 실무 경력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카티의 취임 소식이 전해지자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가 암시장에서 달러당 2만2000파운드에서 1만6500파운드로 하루 만에 급상승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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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로마 총리 관저에서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에서 우승한 이탈리아 대표팀에게 축사하고 있다. 로마|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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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대국이었지만 팬데믹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전년 대비 8.8% 하락한 이탈리아의 선택도 ‘슈퍼 마리오’ 총리였다. 마타렐라 대통령은 지난 2월 유럽연합(EU)이 이탈리아에 지원하기로 한 경제회복기금 예산안을 두고 기존 연립정부에 분열이 일어나자 드라기를 총리로 지명했다.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 재무부 고위 관리와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 세계은행 집행이사,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부회장 등을 지냈다. 2011년부터 8년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내며 국채 매입을 통한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는 등의 방식으로 유럽연합(EU)의 경기를 되살린 공적이 있다.

드라기 총리는 이탈리아에도 양적 완화를 적용해 경기 침체를 벗어나게 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는 지난 4월 이탈리아 정부와 EU가 조달하는 2215억유로(약 298조원) 규모의 코로나19 회복 계획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구와 기업에 400억유로(약 55조원) 이상을 추가 지원하는 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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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라타쿵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교도소 폭동 사태와 관련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있다. 라타쿵가|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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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 에콰도르에서도 지난 4월 ‘경제통’ 대통령이 당선됐다. 중도우파 기회창출당(CREO) 소속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해외 투자 유치와 200만 일자리 창출과 동시에 최저임금 인상과 농업 분야 지원 등을 공약하며 인기를 얻었다.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65억달러(약 7조3000억원) 금융지원을 받고, 석유도 증산하겠다고도 약속했다. 에콰도르의 경제상황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대비 -7.8%를 기록했을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라소 대통령은 에콰도르 주요 시중은행인 과야킬은행의 은행장을 지냈다. 그는 경제 위기가 불어닥친 1990년대 과야스 주지사와 재무장관을 지내던 당시 은행 민영화를 추진해 국가 재정을 확보했으며, 지금도 친 시장주의자로서 공공시설 민영화를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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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간) 라파스 의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라파스|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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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취임한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도 ‘좌파 경제통’이다. 경제학자 출신으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정부에서 12년간 경제재정장관을 지낸 그는 재임 당시 강력한 소득 재분배 정책을 펼치며 볼리비아 경제 회복에 기여했다. 아르세 대통령은 그간 고소득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는 부유세 도입을 약속했고, 지난해 12월 볼리비아 의회는 아르세 정부가 추진한 부유세 도입 법안을 통과시켰다.

1990년대 이후 지속적인 GDP 상승세를 보이던 볼리비아에는 지난해 불황이 불어닥치며 GDP가 7.8% 감소했다. 볼리비아 경제는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교통수단 운영이 줄어들면서 천연가스 수요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는 “경제 거물 드라기 총리 취임으로 EU내에서 이탈리아의 존재감이 커졌다”면서도 “하지만 이탈리아 의회 중심축인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이 드라기 총리의 정책을 반대하는 등 걸림돌도 많아 ‘경제통’ 경력만으로 의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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