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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핑크 “노르웨이 대표팀 벌금 내가 낸다”…여자 선수 성적 대상화 거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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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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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현지시간) 유럽선수권대회 동메달 결정전에서 비키니 대신 반바지 유니폼을 착용해 벌금을 부과받은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 노르웨이 비치핸드볼협회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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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팝가수 핑크가 반바지 유니폼을 입은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을 응원한다는 의미로 벌금을 대신 내겠다고 밝혔다. 올림픽 주관 방송사는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여성 선수들의 신체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중계를 하지 않겠다 밝혔다. 여성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반기를 드는 움직임이 도쿄올림픽 전후로 확산되고 있다.

핑크는 “성차별적 유니폼 규정에 항의한 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이 자랑스럽다”며 “유럽핸드볼연맹이야말로 성차별에 대한 벌금을 물어야 한다. 내가 기꺼이 당신들의 벌금을 낼 테니 계속 싸워 달라”고 2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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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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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핑크.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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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은 지난 18일 불가리아 바르나에서 열린 유럽 비치핸드볼 선수권대회에서 비키니 하의 대신 반바지를 입고 출전했다가 유럽핸드볼연맹으로부터 선수 한 명당 150유로(약20만원)씩 1500유로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결정을 받았다. 비치핸드볼은 모래밭에서 하는 핸드볼 경기이다. 국제핸드볼연맹 규정에 따르면 여자 선수들은 상의는 스포츠 브라, 하의는 옆면이 10cm 넘게 다리를 덮지 않는 비키니 하의를 입어야 한다. 남자 선수들의 유니폼은 달라붙는 탱크톱과 무릎 위 10cm까지 오는 지나치게 헐렁하지 않은 반바지로 규정돼 있다. 실내에서 하는 일반 핸드볼 경기 선수들은 박스형 유니폼을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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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핸드볼연맹의 남녀 유니폼 규정


AFP통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핸드볼협회는 대회 개막 전 유럽연맹에 선수들이 반바지를 입고 뛸 수 있는지 문의했으나 규정상 안 된다는 답변을 듣자 벌금을 낼 각오를 하고 스페인과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반바지를 착용했다. 노르웨이 협회의 이 같은 결정에는 응원이 쏟아지고 있다. 프랑스 여자 비치핸드볼 대표팀 발레리 니콜라스는 “우리는 유니폼 때문에 선수들을 희생시켜 왔다. 선수들은 비키니 유니폼을 입었을 때 불편하고, 발가벗겨진 채 사람들이 쳐다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생리할 때 불편하다고 호소해 왔다”며 “변화를 위해 각국이 함께 일어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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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체조선수 파울린 쉬퍼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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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자체조 대표팀은 도쿄올림픽 체조 예선경기에서 발목까지 다리를 덮는 형태의 유니폼인 유니타드를 입고 출전했다. 여자 체조선수들은 보통 원피스 수영복에 긴 팔만 덧대진 형태의 레오타드를 입는다. 독일 대표팀은 지난 4월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2021 유럽 체조선수권 대회에서도 유니타드 유니폼을 입고 출전했다. 당시 독일체조연맹은 체조선수에 대한 성적 대상화에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BBC는 여성 체조 선수들에 대한 성적 대상화와 성폭력의 역사가 새 유니폼 착용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2018년 미국 전 체조 대표팀 주치의 래리 나사르가 30여년간 선수 150여명을 상습 성폭행·성추행해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 단적이다. 독일 대표팀 사라 보시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는 게 상당히 안심이 된다”며 “모두가 입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원하는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유니타드를 입는 게 안전하다고 느낀다면 그렇게 입어야 한다”고 BBC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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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 육상 100m 경기 결승전 화면. 올림픽 공식 중계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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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상, 비치발리볼 등의 여자 선수들도 비키니 형태의 유니폼을 입는다.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있으나 남자 선수들은 입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성적 대상화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미 공영방송 NPR은 “여성 선수들이 노출이 심한 유니폼을 입으면 경기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기도 했다.

스포츠 중계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림픽 주관방송인 OBS의 야니스 이그재르커스 대표이사는 26일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선수들 특정 부위를 클로즈업하는 등의 장면이 예전에는 가끔 나갔지만 이번 대회에는 볼 수 없을 것”이라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묘사 가이드라인’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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