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SW시선] 이런 경박한 중계…MBC, ‘문화’ 방송이란 이름값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참사, 대실패다. MBC의 경박한 중계방송에 대한민국 국민은 물론이고 전 세계 언론의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박성제 MBC 사장이 머리를 숙였지만 역대급 방송 사고에 분노한 마음을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시작은 개회식이다. MBC는 지난 23일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참가국 소개 자료로 관련 사진 삽입했다. 이탈리아, 노르웨이, 영국, 일본을 소개할 때 각각 피자, 연어, 여왕, 초밥 사진을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최근 법정 화폐로 비트코인을 채택한 엘살바도르에는 비트코인 사진을, 루마니아 입장 때는 영화 ‘드라큘라’의 장면을, 사모아는 사모아 출신 헐리웃 배우 드웨인 존슨 사진을 첨부했다.

우크라이나 선수단 소개란에는 인류 역사상 최악의 핵 재난으로 불리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넣어 시청자를 경악케 했다.

또 마셜제도를 소개할 땐 ‘한 때 미국의 핵실험장’이라는 문구를 넣었고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땐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설명을 자막에 삽입했다. 나라마다 풍부한 문화와 자원이 있음에도 편협한 시각의 자료들이 MBC 중계를 통해 송출된 것.

미국의 수도를 워싱턴 D.C.가 아니라 워싱턴으로, 예멘은 예맨으로, 스웨덴 소개는 ‘복지 선진국’ 대신 ‘복지 선지국’이라고 작성한 수준 낮은 오타는 애교 수준이다.

이와 관련 영국 언론 가디언은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엔 체르노빌, 이탈리아엔 피자: 한국 TV 올림픽 사진에 대해 사과하다’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은 “대부분은 무의미하고 이상했다”며 “영국을 소개할 땐 여왕 사진, 암호화폐를 법정화폐로 채택한 엘살바도르를 설명할 땐 비트코인 사진을 넣었다”고 했다.

이어 “다른 것들은 기본적인 고정관념을 제시했다”며 “루마니아에 드라큘라, 이탈리아에 피자, 노르웨이에 연어 사진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언론 NYT는 “MBC는 해당 국가에 공격적이거나, 부정적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의 이미지를 사용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다”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내전이 긴 불안정한 국가’(수단), ‘인플레이션이 살인적인 국가’(짐바브웨) 등 자막으로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징계를 받은 사실도 거론했다.

이밖에 미국 ABC뉴스, 폭스뉴스, 허핑턴포스트 스포츠채널 ESPN, 호주의 해럴드선, 캐나다 토론토선 등에도 MBC를 향한 비난의 목소리가 실렸다.

개막식 중계 화면이 SNS에서 논란이 되자 MBC는 23일 방송 말미에 사과 멘트를 한 데 이어 24일 국문과 영문으로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며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철저히 조사한 뒤 엄정한 후속조치를 취하겠다”며 공식 사과문을 냈다.

공식 사과문이 무색하게 25일에도 배려없는 자막은 이어졌다.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조별리그 B조 루마니아와의 2차전을 중계하면서다.

MBC는 루마니아의 마리우스 마린 선수가 자책골을 넣은 상태로 전반전이 끝나자,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을 화면 상단에 띄웠다. 이를 접한 루마니아 축구협회는 공식 트위터를 통해 “한국 공영방송 MBC가 자막으로 마린의 부끄러운 순간을 조롱했다”며 공개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스포츠월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결국 박성제 MBC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박 사장은 26일 MBC 경영센터에서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들께 MBC 콘텐츠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박 사장은 “철저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도 파악하고 대대적인 쇄신 작업을 하겠다. 방송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규정을 강화하고 윤리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도 만들어 사고 재발을 막겠다”고 강조했다.

기사 하나가 신문에 실릴 때도 최소 5명 이상의 교열·교정을 거친다. 전 세계인이 지켜보는 개회식 중계와 자막에 이같은 과정이 없었다는 것 혹은 잘못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 허탈하다. 국민 수준을 따라오지 못한 방송사고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은 우리의 몫이 됐다. ‘문화’ 방송이라는 이름이 아깝다.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 스포츠월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