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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지나면 수질 더 나빠진다”… ‘똥물 수영’ 우려에 떠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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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도쿄 오다이바 해변공원 경기장 한켠에 고여있는 물. 폭우 때마다 생활하수가 경기장으로 흘러 들어와 수질 악화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이태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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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경기가 치러진 일본 도쿄 오다이바 해상공원. 올림픽 개막 전부터 `악취가 진동하는 해변`으로 악명이 높던 이곳에 체감온도 38도의 무더위까지 덮치자 구토하는 선수들이 속출했다. 여기에 제8호 태풍 `네파탁`이 상륙하면 수질이 더 악화할 수 있어 현지에서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네파탁은 이날 오후부터 다음 날 새벽 일본 도쿄 북동쪽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북쪽에 머무르고 있는 따뜻하고 습윤한 공기가 흘러 들어가면 태풍 중심부 주변에는 폭우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 기상청은 28일 아침까지 시간당 200㎜에 이르는 국지성 소나기가 쏟아질 수 있다고 예보했다. BBC 기상캐스터이자 기상학자인 매트 테일러는 “네파탁이 약화해 일본에 접근하고 있지만 도쿄로부터 상당히 멀리 떨어진 곳에 상륙해야 할 것”이라며 “태풍이 강력한 비, 뇌우, 돌풍을 동반해 도쿄와 올림픽 경기장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네파탁 상륙으로 일부 경기 일정이 변경됐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건 오다이바 해상공원에 오수가 넘쳐 대장균이 대거 유입되는 상황이다.

도쿄의 하수도는 오수와 빗물을 함께 정화 처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도쿄시는 “폭우가 쏟아지면 정화되지 않은 오수가 하천 등을 통해 도쿄 바다로 방출돼 수직이 악화한다”며 “태풍처럼 단시간에 큰비가 내릴 때일수록 그 영향이 크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에 요미우리 신문은 26일 “준비 단계에서 오다이바 해상공원의 악취와 높은 수온이 문제가 됐지만 이날 모두 기준치 내에서 경기가 무사히 치러졌다”면서도 “그러나 태풍의 접근을 고려하면 수질 악화 추세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오다이바 해상공원에서 치러질 향후 경기와 관련해 “관계자들이 우려하는 건 수질과 수온”이라며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지난 1일부터 수질을 조사했는데, 비가 온 다음 날에는 기준치를 넘는 대장균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오다이바 해상공원의 수질 문제는 올림픽 전부터 꾸준히 문제 제기됐던 부분이다. 2년 전 국제트라이애슬론 연맹이 정해둔 대장균 기준치의 2배가 넘는 수치가 검출돼 장애인 트라이애슬론 대회가 취소됐다. 미국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4일 “올림픽 개막이 임박했는데 도쿄 야외 수영장에서 악취가 진동한다”고 보도했다. 호주의 폭스스포츠는 19일 `똥물에서 하는 수영, 올림픽 개최지 하수 유출이 두렵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오다이바 해변 주변에서 악취가 난다. 마라톤 수영과 트라이애슬론 선수들의 우려를 초래했다”고 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오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중 스크린을 설치했지만, 이로 인해 수온이 올라가는 부작용도 발생했다. 요미우리는 “조직위가 오수가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3중으로 수중 스크린을 설치했지만 이로 인해 조류가 차단되어 수온이 오르기 쉽다”며 “과거 조사에서 수중 스크린 내의 수온이 바깥보다 평균 1도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온을 낮추기 위해 해저에 해류 발생장치 3대를 설치했지만 앞으로 폭염이 계속되면 기준치를 초과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트라이애슬론 경기의 수온 기준은 32도 미만이다.

실제로 26일 치러진 트라이애슬론 경기는 무더위를 피하고자 오전 6시 30분에 출발했지만 다수의 선수가 경기 종료 후 고통을 호소했고 일부는 구토도 했다. 몸을 가누지 못해 부축 당한 채 결승전을 통과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미국 야후 스포츠의 칼럼니스트 댄 웨트젤은 “그곳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섭씨 30도, 습도 67%를 이길 수 없다는 걸 증명했다”고 꼬집었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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