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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님을 지켜줄 민주당 적통은 ‘친문 코드’ 이낙연? ‘본선 경쟁력’ 이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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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지난 7월 1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자 선출을 위한 예비경선 결과 발표에서 본경선에 진출한 김두관·박용진·이낙연·정세균·이재명·추미애 후보(왼쪽부터)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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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각 주자 간 정통성 논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누가 민주당의 적통을 이어받을 적자(嫡子)인지를 놓고 이전투구 양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그 이면에는 민주당의 양대 지주인 친문과 호남의 집단적 지지를 누가 더 끌어올 것이냐는 경쟁이 있다. 친문과 호남의 집중적 지지 없이는 경선에서 최종 후보로 뽑히기 힘들다. 그래서 각 주자들이 퇴행적인 역사 논쟁과 지역주의 공방을 벌이는 것까지 불사하고 있는 것이다.

정통성 경쟁에서 상대방을 거꾸러뜨릴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배신자 프레임을 걸어 낙인 찍는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이낙연 전 대표를 향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것 아니냐”며 17년 전 탄핵의 기억을 다시 끌어낸 것도 이를 노린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친문의 뿌리이자 전설이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면 이는 주군을 배신하고 역모에 가담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 전 대표는 노 전 대통령 당선자 시절 대변인까지 지냈다. 이 전 대표로선 탄핵 찬성을 인정하는 순간 배신자이자 역모자가 되는 것이다.

이 전 대표는 그래서 이를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탄핵 당시 국회본회의장에서 한나라당 측 인사들과 가까이 서있는 장면이나 노 전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밝힌 것이 발목을 잡고 있다. 탄핵 표결은 무기명 비밀투표다. 따라서 누가 탄핵에 찬성했고 반대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전 대표가 탄핵에 찬성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논란 자체가 친문 진영의 의심을 살 수 있다. 정통성을 인정하기 힘든 후보로 낙인 찍힐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이재명 지사는 호남에서 비슷한 의심을 사고 있다. 이 지사는 “백제·호남 쪽에서 한반도를 통합한 적이 없다”고 말해 ‘호남 폄하’ 논란을 자초했다. 이 전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 측에선 당장 “호남을 폄하했다” “지역주의를 조장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경북 안동 출신인 이 지사가 호남 출신인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등을 의도적으로 평가절하했다는 것이다. 이 지사는 “그럼에도 이 전 대표가 그걸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덕담한 것”이라며 오히려 이 전 대표가 지역주의를 이용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이 전 대표에 비해 자신은 확장성이 있다고 자평했다. 결국 호남 후보를 ‘디스’하는 게 본심 아니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올 들어 이 지사는 호남에서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를 제치고 지지율 선두를 달려왔다. 경북 출신인 이 지사가 확장성과 본선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대선 승리를 가져다 줄 후보라고 봤기 때문이다. 호남 특유의 전략적 지지를 보낸 것이다. 노무현·문재인에 이은 세번째 ‘데릴 사위’ 카드다. 하지만 이 지사가 호남에 대한 편견이나 폄하의 마음을 드러낸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당장 배신 프레임에 걸려 들 수 있다. 노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한 때 호남에서 비판받거나 배척 당했던 것도 부주의한 발언으로 이런 의심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지사도 엉뚱한 발언 하나가 ‘호남의 지지 철회’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호남에서 정통성을 인정받지 못하면 경선 승리는 힘들어진다.

지금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어느 후보가 우리의 적자냐’ ‘달님(문 대통령)을 끝까지 지켜줄 사람이 누구냐’는 논쟁이 한창이다. 민주당에서 적자는 두 갈래다. 한 쪽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동교동 계열이고, 다른 한 쪽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즉 친노·친문 계열이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 중 김홍업 전 의원은 정치를 떠났고, 김홍걸 의원은 개인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밀려났다. 동교동계도 사실상 사라졌다. 이낙연 전 대표는 DJ가 가장 아끼던 언론인으로 DJ에 의해 발탁돼 정계에 입문했다. 그래서 호남 뿌리는 있지만 동교동계의 적자는 아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은 정치에 몸을 담지 않았다. 문 대통령 자녀도 마찬가지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이자 오른팔·왼팔이었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수감 중이고, 이광재 의원은 경선 초반에 탈락했다.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비서이자 문 대통령의 최측근인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드루킹 사건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됐다. 사실상 정치 생명이 끝났다. 이낙연 전 대표는 총리로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고 친문 진영과 우호적 관계를 맺어왔다. 하지만 친문은 아니다. 정세균 전 총리도 친노·친문과 두루 가까웠지만, 친노·친문 자체는 아니었다. 독자 세력으로 일정한 거리를 둬왔다. 추미애 전 장관은 노 전 대통령 탄핵에 참여했고, 김경수 전 지사가 유죄 판결을 받는 원인 제공을 했다. 이 지사는 친문과 대척점에 서 있었다. 현재 대선 주자 중에는 친노·친문의 적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다만 이 전 대표가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들에 비해 친문의 인정을 받을 가능성은 크다는 평가다.

누가 달님을 지킬 사람이냐는 물음에 많은 주자들이 본인이라고 손을 든다. 이 전 대표는 “김경수 전 지사와 통화를 했는데 ‘문 대통령을 반드시 지켜달라’고 했다”고 스스로 밝혔다. 그러자 이 지사는 “문심(文心)을 왜곡하지 말라”고 바로 받아쳤다. 친문 진영에선 이 전 대표에게 상대적으로 더 신뢰감을 보이는 것은 맞다. 이 전 대표는 한번도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워본 적이 없다. 항상 깍듯하게 대했다. 그래서 강성 친문들 사이에선 이 전 대표가 문 대통령 뒤통수 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인식이 퍼져있다.

하지만 호남과 일반 민주당 지지층은 조금 다르다. 아무리 문 대통령과 가까워도 대선에서 이기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대선에 지면 문 대통령을 아무리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가 없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다소 각을 세우고 차별화를 하더라도 본선 경쟁력을 가진 후보, 대선에서 이기는 후보가 결국 문 대통령을 지킬 수가 있다고 말한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이 됐기에 DJ가 무사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퇴임 후 안전을 보장받았다는 것이다. 정권 재창출을 한 두 정권 사이에 특검 수사나 공천 학살 등으로 인한 갈등요인은 많았지만 그래도 전직 대통령을 감옥 보내는 일은 없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김영삼 전 대통령이 선출된 후 노태우·전두환 전 대통령은 모두 감옥에 갔다. 김대중 전 대통령으로 정권 교체가 됐지만 YS는 퇴임 후 아무 일 없이 무사했다. 정권 재창출이 달님을 항상 지켜주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특히 강성 친문들은 이 전 지사가 그동안 문 대통령 및 친문 진영과 갈등을 빚으며 독자적 목소리를 내온 것에 대해 불신감을 강하게 비치고 있다. 아무리 그래도 친문이 믿을 만한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호남은 생각이 조금 다르다. 이 지사가 본선 경쟁력을 보인다면 달님을 지킬 후보로 밀어줄 용의가 있다는 기류다. 친문과 호남의 선택이 달라지면 그야 말로 경선에서 대혼전이 벌어질 것이다.

[배성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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