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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제 마음을 알려하지말고 어떻게 쓸지를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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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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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님이 용서하셨나보다. 언제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멀쩡하다. 새벽꿈이다. 빚을 갚았다. 무슨 까닭인지 돈을 직접 주고받을 수 없었고 중간에 누군가를 통해서 빚을 갚아야 했다. 언제 무슨 일로 빚졌는지도 모른다. 상대가 누군지도 모른다. 아무튼 70만원을 갚아야 하는데 100만원을 주면서 나머지 30만원은 고마운 마음의 표시라고, 원금에 대한 이자는 아니라고 말해준다. 사랑의 빚도 빚이다. 갚아야 한다. 닥치는 대로 사랑하자. 사랑할 대상이 보이지 않으면 이 몸을 사랑하자.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어디를 가든 거기에 나의 사랑하올 몸이 있다는 사실이여! 음, 말을 바꿔야겠다, “닥치는 대로 사랑하자”를 “사랑이 이 몸을 통하여 흐르게 하자”로… 사랑이란 인간이 제 맘대로 하고 말고 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다. 사랑은 숨이다. 누가 제 맘대로 숨을 쉰단 말인가! 오, 사랑이여, 이 몸을 통하여 오늘도 당신 마음대로 흐르십시오. 저는 그 하나만으로 더없이 고마울 따름입니다.

7학년 마음공부. “제가 요즘 짜증을 내고 화도 내고 성격이 안 좋아지는 것 같아요. 어떻게 하면 자주 화를 내지 않을까요?” 자기가 그러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다행이다. 그건 아주 고약한 버릇으로 바뀔 수 있으니 멈추어라. 무엇을 하든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고 내 삶은 내가 만드는 것임을 잊지 마라. 화가 나는 건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가 아니다. 그 누구를 그 무엇을 네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때문이야. 생각을 바꾸기가 누구를 무엇을 바꾸기보다 훨씬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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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목사가 이끄는 순천사랑어린학교 공동체원들의 마음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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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두려운 것이 있나요? (없겠죠, 아마?)” 그래, 딱히 이게 두렵다, 라고 말할 건 생각나지 않는구나. 하지만 전에는 많이 있었어. 너도 좋은 선생님 만나서 잘 배우면 아무 두려움 없이 살 수 있다. 누구든지 그럴 수 있어. 그런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은 게 이 세상이다. “훌륭한 사람과 좋은 사람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옛 어른이 말씀하셨어. 온 마을 사람이 나쁘다고 말하는 놈은 나쁜 놈이 아니다. 온 마을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놈은 좋은 놈이 아니다. 좋은 사람들이 나쁘다 말하고 나쁜 사람들이 좋다고 말하는 그놈이 나쁜 놈이다. 예수님도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은 아니었어. 오히려 그분을 욕하고 비난하고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았지.

“제 마음을 알기 어려워요. 마음 가는 대로 하면 된다지만 그게 쉽지 않아요.” 마음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면 할수록 어려워질 거다. 뭐든지 그래. 머리로 이해하려고 하면 아는 만큼 모르는 게 많아지거든. 그러니 마음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기보다 그것을 내가 어떻게 쓸 것인지, 그 방법을 생각해보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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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사랑어린학교 학생을 비롯한 공동체원들


“싸우기 싫은데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하면 지기 싫어서 싸우게 되는 것 같아요.” 싸우기 싫은 내가 기분 나쁘게 하는 상대보다 소중하지 않니? 상대방에게 지는 건 기분 나쁘지만 져주는 것은 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일이다. 지금까지는 잘 싸우는 사람들이 이끌어온 지구 역사였지만 이제는 모두가 한 마당에서 살게 되었으므로 싸우지 않는 사람들이 지구별을 이끌어야 해. 안 그러면 모두가 망할 테니까. 할아버지는 무슨 이유로든 누구하고든 싸우지 않기로 마음먹고 살아봤다. 되더라. 얼마든지 안 싸우고 살 수 있는 게 사람이야. 인자무적(仁者無敵)이라는 말이 있어. 어진 사람은 적이 없다는 말이다. 힘이 세어서 적이 없는 게 아니라 이기고 질 상대가 없는 거다. 어진 사람은 아무하고도 싸울 이유가 없는 거야. 너희는 제발 누구를 싸워서 이기는 세상이 아니라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세상의 주인공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지 말고 져주렴. 여기에 사람으로 사는 길이 있다. 누가 누구에게 져주는 건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짐승은 못해. 우린 짐승이 아니잖니?

글 관옥 이현주 목사/순천사랑어린학교 마음공부 선생님

***이 시리즈는 전남 순천사랑어린학교장 김민해 목사가 발간하는 <월간 풍경소리>와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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