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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년의 기다림' 한국 럭비, 올림픽서 역사적인 5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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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 설움 버티고 따낸 첫 올림픽 출전권, 졌지만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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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도쿄올림픽 럭비 경기에서 득점을 올리고 기뻐하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 ⓒ 대한럭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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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럭비가 드디어 올림픽 무대에 데뷔했다.

한국 럭비 대표팀은 26일 오전 일본 도쿄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럭비에서 뉴질랜드와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에 나섰다. 1923년 한국에 럭비가 정식으로 도입된 이후 98년의 기다림 끝에 처음으로 올림픽 무대에 선 것이다.

럭비도 사연이 길다. 1924년 파리올림픽을 끝으로 정식종목에서 제외되면서 '그들만의 리그'로 불리다가 2016 리우올림픽에서 92년 만에 복귀했다.

한국은 도쿄올림픽도 아시아의 럭비 강국인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자동 출전권을 얻자 아시아 예선에 빠지면서 단 한 장밖에 없는 출전권을 따냈다. 이 기회도 쉽게 살려낸 것은 아니다. 2019년 인천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에서 홍콩을 12-7로 기적 같은 역전승을 거두며 당당히 출전권을 따냈다.

홍콩도 일본 못지않은 강팀이다. 한국은 2010년 광저우, 2014년 인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과 홍콩에 밀려 3회 연속 동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수년간 한국의 앞길을 막아서던 홍콩을 물리치고 따낸 올림픽 출전권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4년마다 열리는 럭비 월드컵의 15인제와 달리 올림픽 럭비는 7인제로 열린다. 축구장과 비슷한 크기의 그라운드를 7명이 뛰어다녀야 한다. 다른 구기 종목보다 체력 소모가 훨씬 크고 몸싸움도 거칠어서 경기 시간이 전·후반 7분씩에 불과하다.

세계 최강 뉴질랜드-호주와 '맞짱'... 결과는?

이날 한국의 올림픽 첫 상대는 하필 럭비 세계 최강인 뉴질랜드였다. 상대를 압도하는 검은 유니폼 덕분에 '올 블랙스'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럭비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3차례나 우승을 차지했다. 축구는 브라질, 야구는 미국이라면 럭비는 뉴질랜드다.

예상대로 뉴질랜드는 강했다. 경기가 시작되자 눈 깜짝할 사이에 7점을 내줬다. 그러나 한국도 당하고만 있진 않았다. 전분 5분 48초, 장용흥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정연식이 뉴질랜드의 오른쪽 측면을 돌파하며 골라인까지 도착해 5점짜리 트라이(터치다운)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 럭비가 올림픽에서 기록한 첫 트라이였다.

한국은 마치 금메달을 따낸 것처럼 선수들이 뒤엉켜 감격을 나눴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정연식이 다시 뉴질랜드 수비를 뚫고 골라인 근처까지 갔다가 상대 선수의 태클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또한 뉴질랜드의 파상공세를 잘 막아내며 예상보다 만족스러운 5-14로 전반전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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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도쿄올림픽 럭비 경기에서 각오를 다지는 한국 대표팀 선수들 ⓒ 대한럭비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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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한국은 후반 들어 급격히 체력이 떨어졌고, 주장 박완용과 장용흥이 경고를 받아 2분간 퇴장당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결국 5-50으로 대패하고 말았다. 아쉽지만, 예견된 패배이기도 했다.

한국은 곧이어 오후에 열린 호주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도 5-42로 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빈손으로 무너지진 않았다. 혼혈 귀화선수 코퀴야드 안드레진이 후반 2분 트라이에 성공하며 귀중한 5점을 따냈다.

힘들고도 감격스러운 대회 첫날을 마친 한국 럭비는 27일 아르헨티나와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 28일에는 순위결정전을 치른다. 뉴질랜드와 호주만큼은 아니지만 아르헨티나 역시 한국보다 훨씬 강팀이다.

아직 메달이나 승리는 중요치 않다. 한 걸음, 한 걸음이 모두 역사가 될 이번 올림픽을 통해 한국 럭비가 100년 가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쉬지 않고 뛰어왔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뛰겠다는 걸 보여준 것만으로도 큰 성공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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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한국 럭비 대표팀 엔트리 ⓒ 대한럭비협회



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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