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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폭언은 기본, 토사물까지... 코로나 병동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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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싸운 1년 우리들의 땀과 눈물] 의료진은 감정 쓰레기통이 아닙니다

코로나19가 내 삶을, 우리의 삶을, 전 세계인들의 삶을 덮친 지 1년 6개월여가 흘렀습니다.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아득함 속에서 매일 매일 고군분투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의료진인데요. 그들은 1년여 넘는 시간 동안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요? <오마이뉴스>는 보건의료노조가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로나와 싸운 1년 우리들의 땀과 눈물' 수기집 공모 응모작 중 몇 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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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영주차장에 추가로 설치된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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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코로나 환자를 돌보는 지방의료원의 간호사입니다. 지난해 초, TV에서 '우한 폐렴'이란 단어가 나왔을 때, 그저 중국 우한에서 벌어지는 남의 나라 일만 같았습니다. 2020년 1월 국내에 첫 확진자가 나왔다는 뉴스를 보았을 때는 예전 메르스처럼, 몇 개월 후 빠르게 종식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그로부터 1년여가 훌쩍 지난 현재까지 지속되며 전 세계와 나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지난해 2월 24일 병원에 출근하자마자 우리 병원이 코로나 환자 전담지정병원이 되어 환자를 소개해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순간 앞이 캄캄하였습니다. 가족에 대한 걱정과 감염병에 대한 두려움이 엄습하기 시작했습니다.

3월, 코로나 전담병원이 된 병원으로의 출근은 마치 새로운 병원으로 이직을 한 듯 굉장히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출근해서야 직원 이동 동선, 환자 이동 동선, 기타 지침 등을 전달받고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렇게 두려움의 순간들이 시작이 되었습니다.

자주 수정되고 보완되는 지침을 따르다보니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초기엔 10분은 족히 걸려 입었던 보호복도 이젠 2~3분 안에 착용할 수 있고, 낯설고 어색했던 CCTV 모니터 관찰과 유선 인터뷰도 익숙해졌습니다. 오히려 일반병동으로 돌아가서 환자와 보호자를 마주보고 응대하며 일하는 것이 더 어색할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이 익숙해졌지만, 1년여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들이 있습니다. 자유로웠던 일상생활의 제한과 그리움, 일부 환자의 갑질과 폭언 폭행은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 업무 시작 후 반년 이상 부모님 못 만나

코로나 전담병원이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 난 것은 가족이었습니다. '내가 코로나 환자를 돌보면 나는 감염에 노출이 되는데 나의 가족들은 어떻게 하나?' 하고 말입니다.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앞으로 코로나 환자를 간호하게 되면,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는 얼굴을 못 볼 거라고 짧게 인사를 한 뒤 마스크 착용과 손 위생을 강조했던 기억이 납니다. 코로나 업무가 시작되기 전 시골에 계신 부모님이 걱정되어 잠시 시간 내어 다녀온 뒤로 반년 이상 집에 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초창기에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자유로운 사회생활의 어려움으로 인해 마음이 외롭고 우울해져 갔습니다. 저와 동료 간호사, 병원직원분들은 병원에서 마련해준 기숙사와 숙소에서 생활하였고,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직원분들의 마음도 편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 동료 간호사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의료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엘리베이터를 타지 말고 계단으로 다니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습니다. 또 다른 동료 간호사는 아이 학교 담임 교사로부터 엄마가 의료원에 다니니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말아달라는 말도 들었다고 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속이 상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전담병원 간호사들은 근무하기 전 체온을 측정하고 증상 유무를 기록합니다. 체온을 측정할 때는 '혹시나' 하며 마음을 졸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내가 우리병원 1호 확진자가 되지는 않을까? 혹시나 나로 인해 나의 가족과 지인들이 확진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자유롭지 않은 일상생활을 보냈습니다. 그렇게 꽤 오랜 시간 전전긍긍하다, 지난 3월 화이자 백신 접종완료 후에야 이전에 했던 운동도 다시 시작하고 가족과 친구들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PCR 검사 결과 음성 안 나오면, 삿대질과 폭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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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 4단계가 시작된 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공영주차장에 추가로 설치된 코로나19 선별검사소에서 의료진이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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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진을 가장 힘들게 한 건 시간이 흐를수록 늘어나는 환자들의 무리한 요구와 폭언이었습니다. 일부 환자들의 무리한 행동은 의료진의 마음에 상처를 냈고, 자존감도 떨어뜨렸으며, 정신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지치게 했습니다. 일부 환자들은 식사와 청소, 간식, 택배물품, 위로의 후원물품 등에 관해 각종 항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2020년 코로나 초반, 검사 결과 24시간 연속 음성일 경우 퇴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연속 음성이 나오지 않을 경우 입원생활이 길어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길어지는 입원기간에 지친 환자들 중 일부는 코로나 PCR 검사 시행 후 결과가 음성이 아니면 짜증을 내며 '간호사를 믿지 못하겠으니, 검사 결과지를 확인해야겠다'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음압 격리병동에서 간호사를 밀치고 복도까지 나와 간호사실을 향해 삿대질과 폭언을 하는 등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던 환자도 있었습니다.

임신한 환자도 있었는데, 그는 햄버거가 먹고 싶다며 업무중 수시로 콜벨을 울려 특정 브랜드의 햄버거를 사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또 다른 환자는 토사물을 간호사가 올 때까지 치우지 않다가 "냄새 나니 치워라, 나는 못 치운다"라고 해, 간호사가 청소까지 해야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루는 생활치료센터에서 전원 온 환자가 유축기가 필요하다며 요청했습니다. 저희는 병원이라 유축기를 구입하거나 대여할 수가 없으니 택배로 보내오면 전달해주겠다고 응대하였는데, 보호자 남편은 환자의 불편사항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며 민원을 넣겠다면서 폭언을 했습니다. 폭언은 여러 차례 지속되었고, 민원을 견디기 어려웠던 근무자는 개인적으로 유축기를 사서 환자에게 전달하고 보호자로부터 계좌이체로 구입비를 받기도 했습니다.

병실 문도 못 열고 안에서만 생활해야 하는 코로나 확진 환자분들의 답답하고 힘든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근무 중 갑자기 폭언을 들으면 '내가 이 사람들 감정 쓰레기통이 되려고 여기 서 있나?', '나는 당신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닌데'라는 생각들이 불쑥 고개를 듭니다. 그렇게 자존감이 떨어진 날엔 숙소로 돌아가 혼자 눈물 흘리며 잠을 청할 때도 있었습니다.

제발 갑질과 폭언 폭행을 멈춰주세요

물론 이런 환자분들만 계신 것은 아닙니다. 환자인 당신도 힘들 텐데, 방호복을 입고 고글을 쓰고 일하는 의료진에게 "고생한다", "미안하다", "감사하다" 등의 마음을 표현해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그 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힘이 나고 위로를 받았습니다.

TV에서는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 고생하는 대한민국 의료진들과 공무원, 그 외 맡은 업무를 훌륭히 해내시는 많은 분들에게 감사함을 전한다는 내용의 메시지가 많이 나왔습니다. '덕분에 캠페인'을 통해 의료진을 응원해주신 크고 작은 마음들에 감사함을 느낍니다.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공공의료를 확대하고 보건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정부 말을 믿고 열심히 근무를 했지만, 1년이 지난 현재 나아진 건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늘어난 것은 환자와 보호자의 폭언 및 폭행 갑질 뿐인 것 같습니다.

최근 날이 더워져 방호복을 입는 순간부터 땀이 흐르고 1~2시간 일을 하고 나오면 방호복 안 가운은 다 젖고, 몸은 녹초가 됩니다. 그렇게 의료진들은 하루 하루 응원의 메시지에 감사해 하고, 갑질과 폭언에는 마음을 다치면서도 코로나 확진 환자를 돌보는 업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공공의료원에서 일하는 의료진은 공무원이 아닙니다. 환자들 중엔 저희가 국가에서 주는 월급과 수당을 받고 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희는 매달 임금 체불을 걱정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에 방호복 입고 일을 하는 게 너무 힘듭니다. 그러니 제발 갑질과 폭언 폭행을 멈춰주세요.

이런 힘든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의료현장을 떠나는 동료-후배들이 있습니다. 선배 간호사로서 후배들에게 앞으로는 더 나아질 거라고 말하지 못하고 떠나보내야 하는것이 너무 속상하고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전국에서 코로나 확진자를 치료하고, 간호하는 모든 의료진분들 힘내시기를 응원합니다. 평화로운 일상을 맞는 날이 오기를, 코로나 종식이 하루 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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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보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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