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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아랍의 봄' 튀니지, 통금령·의회정지…대통령, "쿠데타 아냐"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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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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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수환 기자]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이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을 정지시킨 이후 야간 통금 조치까지 내리면서 '아랍의 봄' 발원지였던 튀니지가 2011년 민주화 이후 최대 정치 위기에 봉착하게 됐다.

이에 야권에서 "쿠데타"라는 비판이 이어지자 사이에드 대통령은 "헌법 조항을 실행한 정당한 법적 행위"라고 반박했다.

26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날 야간 통금령을 발동했다.

대통령 측은 성명을 통해 다음 달 27일까지 한 달 동안 매일 저녁 7시부터 오전 6시까지 긴급한 건강상 문제나 야간 근무자를 제외한 사람과 차량의 이동을 제한한다고 밝혔다.

또 도시 간 사람과 차량의 이동도 금지하고, 도로와 광장 등 공공장소에서 3인 이상의 집회도 금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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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에서 튀니지 군이 국영방송사 사옥 주변을 둘러싼 채 방송사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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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사이에드 대통령은 전날 히셈 메시시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의 기능을 30일간 정지시킨다고 발표했다.

또 이브라힘 바르타지 국방부 장관과 하스나 벤 슬리마네 법무부 장관 대행도 해임했다.

대통령의 발표가 나온 뒤 군 차량이 의회 청사를 에워싼 채 의원들의 출입을 막았고, 의회 밖에서는 시위대와 군인들이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이 같은 대통령의 조치에 튀니지의 제1당인 엔나흐다는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사이에드 대통령의 결정에 대해 "헌법, 엔나흐다 당원들, 튀니지 국민에 반하는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엔나흐다의 당수이자 국회의장인 라체드 가누치는 성명을 내고 "사이에드 대통령이 헌법이라는 이름으로 쿠데타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사이에드 대통령은 자신의 행위가 쿠데타가 아니라면서 "헌법 조문 80항을 실행한 것일뿐"이라고 반박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임박한 위험'이 있을 때 의회 기능을 정지할 수 있다.

법학 교수 출신인 사이에드 대통령은 이어 "나는 법을 공부해온 사람이다. 쿠데타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며 "내가 내린 조치는 헌법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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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 사이에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25일(현지시간)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한 길거리에서 대통령의 총리 해임 소식에 환호하고 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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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수많은 정치인들이 튀니지 국민들을 희생시키고 있다"며 혁명을 약탈하려는 '도둑들'의 행위에 인내심의 한계를 넘어서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가장 큰 위험은 내부의 폭발인 만큼 국민들은 자제하고, 거리로 뛰쳐나가라는 도발에 응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러한 사이에드 대통령의 조치에 국제사회의 우려도 확산하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튀니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우려하고 있다. 튀니지 고위급과 접촉하고 있다"며 "우리는 자제를 원하며, 민주적 원칙을 따르기 위한 튀니지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논평했다.

유럽연합(EU) 등도 튀니지의 주요 인사들이 헌법을 지키고 법질서를 확립하며, 국가 안정을 이유로 폭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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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체드 가누치 튀니지 국회의장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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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니지는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민중 봉기의 발원지이며, 중동에서 드물게 정치적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다.

아랍의 봄 이후 처음으로 2018년 5월 지방선거가 실시됐고, 2019년 10월 민주적 선거를 통해 사이에드 대통령이 당선됐다.

하지만 높은 실업률을 비롯한 경제난, 정치적 갈등, 부패에 대한 국민 불만이 커진 가운데,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가세하면서 민생고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

튀니지는 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가장 심각한 국가로, 지금까지 1만8000명 이상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김수환 기자 ksh205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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