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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봉쇄의 정석... 방역모범국 국민들에게 전달된 것 [이봉렬 in 싱가포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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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렬 in 싱가포르] 방역지침 강요 전에 정부가 준비해야 할 것들

지난 7월 12일, 한국에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거리두기 4단계를 시작하던 그 날 싱가포르는 그동안의 봉쇄를 풀고 거리두기를 완화했습니다. 다섯 명까지 모여서 식사도 가능하고 실내 체육관에서 마스크를 벗고 운동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거리두기 완화 나흘 만에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유흥업소에서 시작된 코로나 재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백신을 맞지 않은 경우 모임은 두 명까지로 다시 줄었습니다. 그 후 주롱항 어시장에서 대규모 코로나 확산이 이어지자 22일부터는 더 강력한 봉쇄를 시작했습니다.

한국은 최고단계인 4단계에서도 저녁 여섯 시 이후로 두 명까지만 외식이 가능하지만 여기는 외식 자체가 아예 안 됩니다. 문을 연 식당에서도 포장 및 배달만 가능하고, 체육시설이나 문화시설 등도 극소수의 인원만 이용하도록 제한이 강화되었습니다. 결혼식 피로연은 모든 참석자가 코로나 테스트를 거친 후 가능하게 됐습니다. 가족이나 친척 방문도 하루 두 명까지로 엄격히 제한됩니다.

이 중에서도 생활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건 외식 금지일 것입니다. 외식이 안 되면 식당만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닙니다. 외식이 안 되기 때문에 외출 자체가 줄고 그로 인해 주변의 다른 상가들도 함께 타격을 입습니다. 공연예술계나 관광업계는 말할 것도 없고요. 밖에 돌아다니다가 잠시라도 앉아 쉴 수 있는 공간이 모두 사라져 버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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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재확산으로 다시 봉쇄가 시행되면서 식당에서 외식을 할 수 없습니다. 테이블을 다 막아버린 푸드코트에서 시민들이 음식 포장을 위해 줄을 서 있습니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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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는 4주간 40~60만원 지원

그래도 다행인 건 여기선 봉쇄 조치로 인해 노동자나 소상공인들이 피해를 입게 되면 거기에 대한 보상이 이루어진다는 겁니다. 이번 봉쇄 기간은 7월 22일부터 8월 18일까지 4주간입니다. 정부는 봉쇄를 시작하자마자 지원 대책을 함께 발표했습니다. 대표적인 것 몇 개만 보겠습니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는 식음료 상가, 체육관, 공연 예술 단체 등에는 노동자의 임금 60%를 지원하고, 다른 소매 상가와 개인미용 서비스 업체, 여행사, 영화관, 관광업체 등에는 40%까지 임금을 지원합니다. 코로나 이후 진행된 몇 차례 정부의 지원 정책을 보면 고용유지를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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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주 간의 2단게 봉쇄에 대한 정부의 지원책. 음식점, 체육시설, 공연업계의 경우 60%까지 임금보전을 해 줍니다. ⓒ MO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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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보다 임대료가 더 무서울 수 있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도 있습니다. 정부소유 건물의 세입자는 해당 기간 동안 임대료를 면제받고, 개인 소유인 건물인 경우에는 정부가 임대료의 절반을 지원합니다.

싱가포르에는 서민들의 식사를 위한 호커센터가 많은데 저소득 서민들을 위해 싱가포르 국적자에게만 영업허가를 내주는 대표적인 서민 일자리입니다. 봉쇄로 인해 이들의 소득이 줄어드는 걸 보전해 주기 위해 일인당 500달러(약 42만원)씩 지원이 됩니다. 이 밖에도 무급휴직자에게는 최대 700달러(약 59만원), 소득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노동자에게는 최대 500달러(약 42만원)가 지원됩니다.

외출이 줄면 택시나 공유자동차 운전자들의 수입도 줄어드는데 이걸 보상하기 위해 하루 10달러(약 8500원)씩 지원을 해 줍니다. 음식을 배달하게 되면 배달플랫폼 업체에 수수료를 내야 하는데 이 수수료의 일부를 지원해 주고, 소상공인이 온라인 전자 상거래 업체에 내는 서비스 수수료 역시 정부가 일부 지원해 주는 등 세세하게 살피는 항목이 많습니다.

4주 동안의 봉쇄로 인해 어떤 이들이 피해를 입게 될지 꼼꼼히 살펴서 상황에 맞는 지원책을 준비한 것이 인상적입니다. 이 모든 지원을 위해 긴급하게 편성된 예산이 11억 싱가포르 달러, 우리 돈으로 9350억 원 정도입니다.

중요한 건 이 모든 지원이 이번 4주간의 봉쇄에 대한 피해지원이라는 겁니다. 작년 코로나 사태 발생 후 두 달의 완전 봉쇄 기간에도, 그 후 이어진 강화된 거리두기 기간에도 반복적으로 이와 비슷한 지원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갑작스러운 봉쇄에도 국민들은 큰 동요가 없습니다. 삶이 불편하고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게 되겠지만 일부라도 정부의 지원을 받아 버틸 수 있기에 방역지침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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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쇄로 인해 식당이 문을 닫거나 포장만 가능한 바람에 싱가포르 시내에도 오가는 사람의 수가 적습니다. ⓒ 이봉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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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왜 국민희생에만 의존하나

한국은 어떻습니까?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2021년 2차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인해 소득하위 88%는 재난지원금을 받고, 그동안 매출이 줄어 고생했던 소상공인들도 어느 정도 보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승객 감소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버스 기사들을 위한 보조금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추경예산안은 지난 7월 1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것입니다. 7월 12일부터 시작된 4단계 거리두기와 상관없이 "그간 누적된 코로나19 피해의 회복을 위해" 마련된 뒤늦은 예산이라는 뜻입니다. 4단계 거리두기가 다시 2주 더 연장되어 결국 한 달을 버텨야 하는데 거기에 대한 보상은 찾아 볼 수 없습니다. 손실보상의 법제화를 통한 "소상공인의 향후 방역 손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지만 거리두기 강화로 소상공인들만 피해를 입는 건 아닙니다.

싱가포르가 독재국가라 정부의 방역지침에 잘 따르고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 자영업자들이 영업시간 제한 폐지를 외치며 차량시위를 하는 게 아닙니다. 임대료 면제, 고용유지금 지원, 저소득층 소득 보전, 수수료 감면… 싱가포르가 봉쇄를 시행할 때마다 거의 동시에 발표되는 이런 추가 지원책을 보면서 차를 끌고 시위에 나설 필요를 못 느꼈을 뿐입니다.

이번 4단계 거리두기가 마지막이 될지 거리두기 완화 후 또 다른 거리두기 강화가 필요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럴 때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협조를 바란다는 식의 말로 넘어가도 되는 걸까요? 정부가 국민들에게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협조를 구할 때는 그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그것도 필요한 시기에 바로 해야 합니다. 이번 추경예산안은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민의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즉각적으로 대응하고 보상할 수 있는 법과 제도를 마련해야 합니다. 그런 후에야 재난극복에 국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게 경우에 맞습니다.

이봉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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