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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SS현장] 우승 화살 쏜 '불혹의 궁사'…도쿄 과녁 명중! '9년의 한'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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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남자 양궁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왼쪽)이 26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두 팔을 들어올리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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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고지는 넘어왔다, 점령만 하면 된다.”

남자 양궁 대표팀의 ‘맏형’ 오진혁(40·현대제철)은 일본을 누르고 단체전 결승에 선착한 뒤 취재진에게 ‘짧고 굵게’ 한마디를 남기고 자리를 떴다. 말을 아끼고 결승에서 오로지 활로 대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 그리고 마침내 결승에서 마지막 슈터로 나서 우승을 확정짓는 10점을 쏘아올리며 대표팀 후배 김우진(29·청주시청), 김제덕(17·경북일고)과 얼싸안고 포효했다.

불혹의 궁사는 그렇게 ‘9년의 한’을 말끔하게 씻었다. 오진혁은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남자 단체전 대만과 결승전에서 김우진, 김제덕과 어우러져 예리한 활을 뽐내면서 세트 포인트 6-0(59-55 60-58 56-55) 승리를 이끌었다.

고교 3학년 때인 1999년 국가대표가 된 오진혁은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남자 양궁 최초로 개인전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하지만 단체전에서는 동메달에 머물렀다. 자신의 메달 색만 금빛으로 빛난 터라 대회를 마친 뒤 가슴 한켠에 늘 동료에 대한 미안함이 자리했다. 그러다가 2016년 리우 대회에서는 대표 선발전에서 주저앉았다. 30대 후반에 다다른 그에게 주변에서 “은퇴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목소리도 냈다. 게다가 몸도 망가져 있었다. 매일 300발씩 1년에 10만 발의 활을 쏜 것으로 유명한 그의 오른 어깨 회전근은 지난 2017년 검진에서 3개 파열 진단을 받았다. 남은 1개도 거의 다 헤져 있었다. 인공관절 수술까지 해야 한다는 의사의 견해를 들었다.

하지만 오진혁은 단체전 금메달이라는 올림픽에서 이루지 못한 마지막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1981년생, 올해 한국 나이로 마흔 한살인 그는 수술을 미루고 통증 치료를 병행하면서 가슴 대흉근을 사용해 활을 쏘는 기술 변화를 줬다, 불혹의 나이에 갑자기 기술을 바꾼다는 건 커다란 모험이다. 그럼에도 최정상의 활을 유지한 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그가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했는지 느끼게 한다. 오진혁은 “지금도 활을 당기면 (어깨) 통증이 느껴진다. 그런데 이마저도 익숙해지더라. 생각보다 상태는 안 좋지만 활을 쏠 수 있음에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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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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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여자 선수들이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유메노시마 양궁장은 햇볕만 쨍쨍했다. 그런데 태풍의 영향으로 이날은 오전부터 구름에 가려 햇볕이 들쭉날쭉 보이지 않았다. 변화무쌍한 바람까지 제법 강하게 불었다. 하지만 한국은 ‘바람을 지배하는 자’처럼 신들린 활을 뽐냈다. 그 중심엔 오진혁이 있었다. 그는 단체전에서 가장 마지막 슈터로 후배가 쌓아놓은 점수를 승리로 마무리짓는 역할을 맡았다. 침착한 김우진이 먼저 쏘고, 막내 김제덕이 파이팅을 불어넣으면 오진혁이 냉정하게 마무리 짓는 팀워크가 조화로웠다. 오진혁은 인도와 8강, 일본과 4강에서 승부처마다 10점 화살을 날렸다. 그리고 대만과 결승전에서 우승 화살을 비롯해 6발의 화살 중 5발을 과녁 10점에 명중했다. 우승이 확정되자 마음의 짐을 털어낸 듯 그는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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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혁은 이번 금메달로 양궁 역대 최고령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오는 31일 9년 만에 다시 개인전 우승을 노린다. “아빠가 양궁선수인 줄 알고 있다”는 아들 유찬(4), 딸 서아(3)가 바라보는 가운데 올림픽 커리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경기에서 또 다시 ‘금빛 명중’에 성공할지 시선이 모인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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