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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카뱅을 보는 2가지 시선…전국민 뱅킹앱 vs 반쪽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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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이용안 기자] [편집자주] 카카오뱅크 상장은 단순히 한 인터넷은행의 상장이 아니다. '금융혁신'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금융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의 판단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사상 최고금액인 2585조원이 몰렸을 만큼 기대감은 크다. 카카오뱅크의 현실을 지나치게 앞지른 것이라는 의견은 대세에 묻힌다.

[MT리포트] 카카오뱅크, 혁신과 현실 사이 (上)


카카오뱅크, '은행 앱 1위' VS '반쪽 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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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 공모 개요/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3만9000원이 고평가냐 아니냐의 논란은 은행으로서 카뱅이 지닌 강점과 한계를 모두 보여준다. 경제활동 인구 절반 이상이 쓰는 은행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보느냐 혹은 아직 주택담보대출도 출시하지 않은 '반쪽 은행'으로 보느냐에 따라 시각은 극명하게 달라질 수 밖에 없다. 둘 중 어디에 방점을 찍느냐가 관건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일 IPO(기업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넘버원 리테일뱅크', '넘버원 금융플랫폼' 등 두 가지를 미래비전으로 내세웠다. 과거는 화려했다. 사업 개시 이후 4년 동안 여·수신은 연평균 64% 성장했다. 1년 반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이자·비이자 영업수익 역시 연평균 127%로 늘었다. 현재 금융 모바일 앱에서 MAU(월간 실사용자 수) 1위다. 앱 전체로 넓혀 봐도 14위다. 만 14~19세 인구의 39%를 끌어들였다. 50대 이상 사용자도 꾸준히 늘어 전체 이용자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도 15%로 높아졌다. 경제활동 인구의 57%에 해당하는 1615만명이 카카오뱅크 앱을 쓴다. 넘버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그러나 갈 길도 멀다. 카카오뱅크는 예금, 적금, 신용대출, 전세자금대출 등 일부 업무만 가능하다. 기업금융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소매금융 면에서도 개척해야 할 분야가 많다. 이를 위해 연내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한다. 주택담보대출은 잔액 면에서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이지만 제출해야 할 서류가 많아 비대면 방식이 어려운 영역이다. 카카오뱅크는 100% 모바일 구현을 자신한다. 다만 한꺼번에 많은 양을 심사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기존 금융권의 판단이다. 카카오뱅크는 개인사업자 대출에도 발을 들여 놓는다. 영업점 없이 중소기업, 대기업 등 기업대출 전반을 다루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 걸림돌이다. 시중은행은 '현장 영업'을 벌여 영업점 근처 기업을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는 전략을 쓰는데 카카오뱅크는 이런 영업방식을 채택하기 힘들다.

외연을 확장해 플랫폼으로 가려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다. 카카오뱅크는 지금까지 신용카드 발급, 증권사 주식계좌 연계 등으로 영토를 넓혀 왔다. 펀드, 보험, 자산관리(WM), 외환 등에도 뛰어든다. 은행업 라이센스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씩 추가해 가는 것이다. 홀로 감당할 수 없어 파트너사와 협업한다. 신용카드를 출시하면서 신한·삼성·KB·씨티·롯데 등 카드사와 손을 잡았고, 증권사 주식계좌 개설 서비스는 한국·NH· KB·하나 등의 증권사와 함께 했다.

카카오뱅크의 미래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2실장은 "성장 속도가 빨랐던 건 그만큼 시장에서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했다는 의미"라며 "카카오뱅크는 '메기효과'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의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개인금융 시장의 지형을 바꿨다"고 호평했다. 기존 금융회사들의 시각은 '위협요인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 기존 금융사가 가진 본연의 경쟁력을 잘 갈고 닦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는 걸로 요약된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데이터는 여전히 금융기관이 많이 갖고 있고 은행만의 차별화된 서비스로도 가능하다"며 "플랫폼 측면에서는 기존 은행보다 우월하지만 금융의 본질을 생각했을 때 간편 송금, 간편 대출 등이 전부가 아니기에 기존 은행, 금융사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고래가 된 메기, 사실상 '카카오 금융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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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그룹과 맞먹는 카카오뱅크 시가총액/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금융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이 고래로 급성장하면서 사실상 '카카오 금융그룹'이 탄생했다. 카카오 금융그룹의 두 축은 코스피 시장에 차례로 입성하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는 자회사로 카카오증권을 두고 있고, 손해보험사 설립도 준비 중이다. 지금까지 각자도생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카카오 시너지'를 극대화하면서 '따로, 또 같이'의 시간이다.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은 쇼핑, 모빌리티 등 카카오의 다른 서비스와 결합되며 '카카오 생태계'를 더 두텁게 할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일 IPO를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단순히 인터넷은행에 그치지 않고 금융 플랫폼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페이는 증권에 이어 손해보험업에 도전장을 냈다. 이 과정에서 금융 계열사끼리는 물론 카카오 비금융 계열사와의 협업은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넘버원 금융 플랫폼' 전략을 구체화한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이를 '뱅킹, 비욘드 뱅킹'(banking, beyond banking)으로 표현했다. 카카오만의 플랫폼 경쟁력을 십분 활용해 기존 은행이 도전하기 어려웠던 뱅킹 커머스(상거래) 등으로 차별점을 드러낼 계획이다. 카카오뱅크는 이마트, 마켓컬리와 손잡고 '할인 쿠폰'을 주는 적금 상품을 선보여 인기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처럼 금융과 e-커머스 등 비금융을 융합한 서비스를 늘리며 플랫폼으로 진화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에 이어 상장하는 카카오페이는 '종합 핀테크'를 꿈꾼다. 지난해 카카오페이증권을 출범시키며 영역 확장을 본격화한 카카오페이는 올해를 종합 금융 플랫폼의 원년으로 삼았다. 카카오페이는 비전을 '일상의 모든 금융활동을 카카오페이 하나로'라고 정했다. 여기에 방향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카카오페이는 상장 계획을 담은 증권신고서에서 "지난해까지 플랫폼 구축에 역점을 뒀다면 올해부터는 비전을 수행하는 시기"라고 밝혔다. 카카오페이는 디지털 손보사 출범도 준비 중이다. 핀테크가 주도해서 만든 첫 손보사다. 생활밀착형 소액 단기 보험, 개인 맞춤형 건강보험 등으로 시장에 발을 들인다.

이렇게 각자 금융 플랫폼, 종합 핀테크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양사의 협업 폭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카카오뱅크는 신용평가모형을 구축하면서 카카오페이와 손을 잡았다. 금융 데이터뿐만 아니라 휴대폰 소액결제정보, 개인사업자 매출 데이터 등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카카오뱅크는 카카오페이 서비스에서 발생한 결제, 고객 행동 데이터 등을 넘겨받고 카카오페이는 카카오뱅크의 대출, 수신 데이터 등을 활용하게 된다. 카카오페이가 보험업에 진출하는 것과 더불어 카카오뱅크도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 판매)에 도전장을 낸 만큼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각자 커온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가 '카카오 시너지'를 본격적으로 낼 경우 금융시장에 대한 파괴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윤 대표는 "그동안 두 플레이어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면서 놀라운 성장을 보였다"며 "지금까지는 카카오의 큰 도움을 받지 않았지만 또다른 점프업을 위해 카카오 생태계 속에서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시너지는 경쟁사와 비교하기 어려운 계단식 성장의 원천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시장도 이를 기대하고 가격에 반영했다. 카카오뱅크 시가총액(공모가 기준)만 보더라도 18조5289억원으로 KB금융그룹(21조5388억원, 26일 종가 기준) 신한금융그룹(19조6050억원, 26일 종가 기준)에 이어 금융그룹 3위다. 상장 이후 공모가 대비 17% 이상 오르면 단숨에 금융 대장주가 된다.

시장은 무엇보다 카카오 금융 계열사간 시너지와 플랫폼에 기반한 확장성에 주목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는 금융지주의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며 "네이버와 달리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는 각각 독자적으로 커왔기에 앞으로 카카오 시너지를 덧입히면 거센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 금융 공세, 위협 요인 VS 질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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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뱅크의 약진과 상장을 보는 기존 금융회사들의 시각은 위협요인이라는 견해가 대체적인 가운데 금융시장의 질을 한 단계 끌어오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플랫폼 앞세운 카카오, 금융그룹 메기될까

오는 5일 상장을 앞둔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18조5289원이다. 리딩금융을 놓고 경쟁하는 KB금융지주(21조4973원)와 신한지주(19조6824억원)에 육박한다. 앞으로 상장하게 될 카카오페이까지 가세하면 카카오 금융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은 국내 금융지주의 시총을 모두 앞지르게 된다.

무엇보다 강력한 플랫폼이 강점이다. 금융업계에도 비대면·디지털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지만 카카오뱅크에 견주기에는 약하다.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한 앱을 보유한 카카오뱅크에 고객을 뺏길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이유다.

모바일 리서치 업체 오픈서베이가 전국 2050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금융 트렌드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응답자의 25.9%가 '지난 3개월간 은행 방문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7% 상승한 수치다. 금융업권에서는 앞으로 카뱅이 기존 은행 고객을 더 뺏어갈 수 있다고 우울한 전망을 한다.

카카오뱅크 뿐만 아니다. 카카오페이의 성장에 결제시장을 도맡아온 카드사도 위기감을 느낀다. 카카오페이는 모든 카드를 등록해 고객에게 온·오프라인 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에 따라 2019년 48조원이던 카카오페이 거래액은 지난해 67조원으로 40%나 성장했다. 금융업계에서는 올해 카카오페이를 통한 거래액이 1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한 자릿수 성장률을 보이는 카드승인실적 상승세와는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 나름대로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예컨대 플랫폼 전략으로 맞서려는 KB금융이 대표적이다. KB국민은행은 자사 플랫폼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기능별 7개로 나눠진 앱을 10월까지 2개로 구조조정하는데 기존에 앱이 너무 많아 불편하다는 지적을 수용하고, 빅테크와 플랫폼 경쟁을 펼치기 위한 것이다.

기술 개발 환경과 조직 구성을 빅테크처럼 전부 바꿔나가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은 "해외 사례만 봐도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 핀테크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전략으로 핀테크와 대등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국내 시중은행들도 최근 인공지능(AI) 어드바이저 기반 유로 자산관리 서비스를 통해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는 만큼 기존 금융사 가 가진 본연의 경쟁력을 잘 갈고 닦는다면 카카오뱅크·페이와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융 본연 경쟁력은 기존 금융사가 앞서" … "금융사도 경쟁력 있는 플랫폼 개발 가능"

반면 카카오 금융그룹의 등장이 기존 금융회사에 큰 위협이 아니라는 견해도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 한 강력한 플랫폼의 등장이 금융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맞지만, 기존 금융사가 갖고 있는 금융 본연의 경쟁력을 넘어설 정도는 아니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빅테크와 경쟁을 통해 금융의 질이 한 단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은행 고위관계자는 "과거 자동화기기(ATM)가 등장했을 때도 전체 창구직원의 자리가 없어질 것이란 분석이 많았지만 실제로 전통적인 금융은 그대로 남아있다"며 "빅테크가 개인 고객 데이터를 많이 갖고 있을진 몰라도 기업을 비롯한 더욱 다양한 데이터는 여전히 금융기관이 많이 갖고 있고, 이를 통해 마이데이터사업 등에서 차별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성희 기자 yang@mt.co.kr, 이용안 기자 k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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