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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데스크칼럼] 무섭게 질주하는 ‘인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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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우 금융부장

이투데이

우리는 ‘은행’ 하면 몇 개의 이름을 떠올릴까. 요새는 자연스럽게 인터넷은행을 얘기하는 듯싶다. 빌 게이츠는 20여 년 전 ‘은행업은 필요하나 은행은 필요없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예견했다. 금융산업이 PC 기반에서 모바일로 흐름이 바뀌는 트렌드를 반영한 전망이었다. 이후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뱅크’를 표방한 ‘아톰뱅크(Atom Bank)’가 영국에서 출범한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지문인식 등으로 계좌에 손쉽게 접속해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듬해 국내에서도 대표적인 규제산업인 은행권에 핀테크 기업들이 진출한다. 지난 20년간 규제라는 울타리 속에 몇몇 은행들의 독과점이란 지적을 받고 있던 터라, 큰 변화는 예고됐다.

이달 초 2000만 명에 달하는 이용자와 빅데이터 등 이른바 플랫폼 파워를 금융산업에 접목한 토스뱅크가 은행연합회 정사원이 됐다. 2017년 5월 가입한 카카오뱅크에 이어 은행연합회의 23번째 정사원이다. 은행연합회는 1928년 은행들이 함께 설립한 자발적 협의기구로 현재 회원사는 총 58곳이다. 시중은행, 특수은행, 지방은행 및 인터넷은행 등 전체 국내은행과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은행과 밀접한 업무를 수행하는 금융회사 23곳이 정사원으로 있다. 국내에 사무소를 둔 외국은행의 국내지점 36개사가 준사원으로 가입돼 있다. 2017년에 나란히 가입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에 이어 토스뱅크까지 합류하면서 은행연합회 내에 인터넷은행의 영향력이 늘어나는 셈이다. 토스뱅크는 전체 직원의 45%가 정보기술(IT) 개발자다. 영업 점포도, 대면 접촉도 없는 앱 기반 은행의 성격과 영업 방식을 이들의 인력구조가 상징한다. 간편·신속함을 좇는 금융소비자의 기대도 그만큼 클 것이다.

토스뱅크에 이어 주목을 받는 곳이 카카오뱅크다. 최근 기업공개(IPO) 후 공격적인 사업 확대를 예고했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 때부터 ‘고객을 모으고, 잇고, 연결하는 금융플랫폼’을 모토로 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간편이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로 무료, 각종 모임의 통장관리가 수월한 ‘모임통장’ 등 특화 서비스와 상품은 그야말로 돌풍이었다. 카카오뱅크는 독립된 앱으로 지난달 말 기준 1671만 명의 이용자와 1분기 기준 1335만 명의 월간활성이용자(MAU)를 보유하고 있다. 여타 시중은행도 넘보지 못할 수준이다. 강력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일 때마다 기존 은행들과 다른 파급력을 보여줬다. 2018년 6월 출시한 ‘26주적금’은 100만 이용자 달성에 245일이 소요됐다. 2018년 12월 선보인 ‘모임통장’은 100만 이용자 확보에 32일이 걸렸다. 2019년 12월 출시한 ‘저금통’은 13일 만에 100만 이용자를 달성했다. 2019년 3월 오픈한 주식계좌 개설은 100만 이용자 확보에 148일이, 2020년 7월 오픈한 오픈뱅킹은 100만 이용자 달성에 173일이 걸렸다.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카카오뱅크나 토스뱅크가 가진 플랫폼이다. 일단 1위 플랫폼 자리를 차지하면 관련 상품과 서비스는 무궁무진하게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성 은행들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2012년 세계적인 필름제조사 코닥이 미국 연방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코닥의 130년 역사가 종지부를 찍는 순간이었다. 코닥의 몰락은 디지털 카메라의 등장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디지털 카메라를 가장 먼저 개발한 회사는 코닥이었다. 그러나 코닥은 이 신기술을 외면했다. 100년 이상 꾸려온 필름카메라의 상징성이 훼손될 것을 우려했다. 다시 말하면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신에도 굼떴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들이 이제서야 고객 위주의 영업을 표방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 앉아서 고객을 기다리던 영업 방식은 불과 몇 년 전 모습이다. 낡은 사고방식과 지점 위주의 비효율적 영업구조를 탈피한 것이 몇 년도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비자들이 말한다. 기성 은행의 모바일뱅킹의 폐쇄적인 플랫폼은 4200만 명이 가입한 카카오뱅크를 적어도 지금은 이길 수 없다고 말이다. 인터넷은행발 금융 빅뱅은 지금이 그 시작이다. acw@

[이투데이/안철우 기자(acw@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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