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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4년 전 한나라당 경선 답습하는 민주당…친낙 VS 친명 쪼개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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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2007년 서울시장 출신 이명박 VS 당대표 출신 박근혜 '충돌'
2011년 경기지사 이재명 VS 당대표 출신 이낙연 '감정싸움'
'백제 발언' 놓고 감정싸움 점입가경
'원팀' 실종…후보는 물론 참모들까지 전면에서 난타전
친낙(친이낙연) VS 친명(친이재명) 갈라져 돌아올 수 없는 강 건너나 우려 목소리
"캠프 주요 인사들 자제에 한계…후보가 직접 선 그어줘야"
노컷뉴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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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자료사진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당내 양강구도를 형성한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당 대표간 난타전이 갈수록 수위를 넘고 있다. 당 지도부와 선거관리위원회가 각 후보 측에 '쿨다운'을 주문했지만, 두 후보간 감정싸움과 책임 떠넘기기는 오히려 격화되는 모양새다.

정권재창출이라는 공동의 목표만 공유할 뿐 경선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양측의 기싸움에 후보들뿐 아니라 캠프까지 가세하며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민주당 '원팀'이라는 가치는 실종됐고, 지나친 도덕성 검증과 지역주의 소환 등 양측의 난타전은 '점입가경'이다. 문제는 두 후보 진영에서 물러설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다른 군소주자들까지 참전하며 민주당 경선판 자체가 상대 비방으로 얼룩지고 있다.

서울시장 출신 이명박 VS 당대표 출신 박근혜…14년 전의 기억


일각에서는 14년 전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전신) 대선 경선판이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현 경선 국면에서 후보들이 서로 네거티브를 자제하자면서도 상대를 향한 날선 공격과 꼬투리잡기 식 대응이 여전히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본선보다 치열했던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박근혜 당시 후보는 치유될 수 없는 강을 건넜다. 한 명은 서울시장을 역임했고 다른 한 명은 당 대표를 지낸 점도 현재 민주당 양강구도와 닮았다.

서울시장 시절 버스체제 개편과 청계천 복원 사업으로 대중적 지지도를 모은 이명박 당시 후보는 '모두가 부자되는 사회' 등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중도층을 공략했다. '선거의 여왕'이라 칭해지면서 위기의 한나라당을 구한 박근혜 당시 후보는 당대표 시절 구축한 당내 기반을 바탕으로 이 후보를 맹추격했다. 역시 현재의 민주당 구도와 흡사하다.

이 과정에서 이 후보측은 박 후보를 상대로 정수장학회 문제와 최태민 딸 최순실의 '꼭두각시' 공세를 펼쳤다. 반대로 박 후보측은 이 후보를 향해 도곡동땅 투기 문제, BBK 주가조작 의혹, 산악회 선거법 위반 논란으로 맞불을 놨고 두 후보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원팀' 정신은 실종됐고 두 후보는 2007년, 2012년 차례로 대선에 승리해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경선과정에서 발목을 잡힌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정권은 치명타를 입었다. 두 사람 모두 영어(囹圄)의 몸이 됐다. 국민의힘은 뒤늦게 자신들의 손으로 만든 정권의 부도덕성을 인정하며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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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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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자료사진

지역주의 망령 소환 책임은 모두 '당신 탓'


현재 펼쳐지고 있는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도 서로에 대한 날선 공방은 14년 전과 다를 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재명 지사의 여배우 스캔들에서 시작된 '바지 발언'은 물론, 영남 역차별, 미군 점령군, 백제 논란, 옵티머스 비리까지 양측 난타전은 신경전을 넘어 감정싸움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이 지사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5천년 역사에 백제, 호남쪽이 주체가 돼서 전체를 통합한 때가 없었다", "이기는 카드에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고 언급한 것을 두고, 이 전 대표측은 이를 '호남불가론'으로 맞받으면서 지역주의까지 강제 소환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지역주의 타파라는 민주당 정신을 훼손한 건 상대 후보라며 이낙연 전 대표와 이재명 지사 모두 물러서지 않고 있다.

이 전 대표는 2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어떤 사람과 지역을 연결해서 확장력을 얘기하고 있다"며 "의도도 없이 말하는 정치인도 있겠냐"고 이 지사를 겨냥했다. 반면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감정을 누가 조장하는지, 이낙연 후보측 주장이 흑색선전인지 아닌지 직접 들으시고 판단하라"며 자신이 백제 발언을 한 언론 인터뷰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지역주의의 망령을 소환한 건 이 전 대표라며 압박에 나선 셈이다.

"도둑이 집주인에 성내는 꼴" "지역주의 만회 전략은 실패할 것"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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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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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원 기자
문제는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전 대표는 물론 양 캠프간 주요 인사까지 나서 설전을 벌이면서 상황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다.

"도둑을 잡았더니 '담장이 낮아서 자기 잘못이 아니다'라며 집주인에게 성내는 꼴이다. 자신들이 만들어 낸 왜곡으로 이 모든 사태가 생겼다"(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 박찬대 의원). "지난해 이낙연 전 당대표 중심의 통합을 기원한 이재명 후보의 진심을 이낙연 후보측은 호남불가론으로 둔갑시켜 억지 주장을 했다. 제발 왜곡해서 꼬리를 물고 싸움을 걸지 말아달라"(이재명 캠프 이경 부대변인).

"본선경쟁력에서 중요한 것은 출신 지역이 아니라 후보의 인물 경쟁력이다. (이 지사가) 하락하는 지지율 원인을 자신에서 찾지 않고, 철지난 지역주의로 만회하려는 전략은 실패할 것"(이낙연 캠프 최인호 의원). "인터뷰 기사를 본다면 삼척동자도 이재명 후보가 지역주의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할 거다. 왜 이낙연 캠프에 악의적 왜곡의 덤터기를 씌우냐"(이낙연 캠프 배재정 대변인).

현재 민주당의 모습이 2007년 한나라당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 캠프가 총동원돼 BBK와 최태민 설전을 벌였던 상황과 비슷하다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당 일각에서는 현재의 구도가 반복되면 국민의힘과의 대선 본선에서 정권재창출은 커녕, 친낙(친이낙연)-친명(친이재명) 진영간 돌이킬 수 없는 갈등의 골로 '민주당 원팀' 정신도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상민 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최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전체적 내용이나 경위를 떠나서 공방을 벌이는 것 자체가 국민들 눈에 매우 못마땅하게 보일 것"이라며 "본질적이지 않고 퇴행적인 논쟁"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선 경선 흥행을 위해서는 상호 견제가 활발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현재의 국면은 흥행이 아니라 과거 한나라당처럼 당장 당이 깨질 판"이라며 "캠프 주요 인사가 자제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재명, 이낙연 후보가 먼저 선을 그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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