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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하태훈의 법과 사회]계산된 행보만으론 흔들릴 지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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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선의 시간이다. 대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었다. 너도나도 나서면서 여야의 잠룡들은 셀 수 없을 정도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절차는 시작되었고 국민의힘은 8월에 경선 버스가 출발할 예정이다. 야권에서는 장외에 있는 후보들이 이 버스에 승차할지가 관심사다. 여당의 경선 일정은 예비경선 후 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되었지만 어쨌든 여야 모두 경선 레이스가 진행 중이다. 야권에서는 민심을 탐방하는 후보도 있고, 입당으로 후보군에 합류한 이도 있다. 어디가 유리할지 저울질하는 후보도 있다.

경향신문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여당은 후보 간 네거티브 공격이 격화되다 보니 원팀협약식을 연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무엇보다도 임기 말 대통령 국정 지지도가 40%가 넘어서자 ‘문심’ 얻기 경쟁이 뜨겁고 적통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후보들의 행보는 중계방송처럼 들려오고 그들이 던지는 언어는 과거의 것까지 소환되어 보도되고 있다. 간간이 정책도 제안해 보지만 아직은 설익고 단편적이어서 여론 떠보기용에 그친다.

유력 후보든 처진 후보든 표심을 얻으려는 계산된 전략적 행보가 눈에 보인다. 여론조사가 시시각각으로 발표되니 순위를 끌어올리려는 기획이다. 정치적으로 상징성이 있는 도시를 찾아가 민심을 다독이기도 하고 특정 연령층을 만나기도 한다. 현 정부 정책에 반감이 있는 자들의 성난 목소리를 듣는 행보로 바쁘다. 다 지지율 높이기 전략이다. 쓰레기 줍기 봉사로 미담 하나 더하기도 하고, 포용과 화합의 이미지를 쌓기 위해 교회 장로가 스님 분향소에서 불교식 합장도 한다. 지난 보선에서 정치 주체로 등장한 ‘이대남’을 겨냥한 정책도 쏟아진다. 스윙보터로 여겨지는 2030세대의 표심을 공략하려고 다양한 현금 살포 방안도 공약으로 내세운다. 그런데 문제는 특정 층만을 공략하는 선거 공학으로는 지지율을 높일 수 없다는 점이다. 특정 층의 결집을 노리면 노릴수록 정치는 실패한다는 사실이다. 특정 지역이나 특정 계층을 끌어안는다고 지지도가 올라가지 않는다.

대선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다.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을 뽑는 것이 아니다. 충청에 가서 충청 대망론을 말하면 다른 지역은 등을 돌린다. 대한민국에는 영남도 있고 호남도 있고 서울도 있다. 여성가족부와 통일부를 폐지하고 군 가산점제나 여성 군 복무를 주장한다고 이십대 남성의 표를 쓸어담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설령 그들의 표심을 얻을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대녀’의 지지를 포기해야 한다.

유권자인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범주는 다양하다. 출신 지역, 성적 지향, 성별, 직업, 신념이나 이념, 종교 등등. 2030, 남성, 여성, 노인 등으로 단순하게 그룹화할 수 없는 이유다. 전통적인 보수와 진보의 구별은 점차 옅어지고 있다. 일자리, 주거, 결혼과 출산 등 각종 현실 문제에 직면한 젊은 세대는 이념의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실용적이다. 자신의 삶에 도움이 되는가가 기준이다. 개별 이슈마다 반응이 다를 수 있는 그들을 한데 묶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MZ세대의 특성에 대한 정확한 분석 없이 그들에 대한 정치권의 표심 구애 경쟁이 치열하다.

정치는 교차방정식을 잘 푸는 일이다. 얽히고설켜 있는 관계를 두루 살펴 불만을 최소화하고 갈등을 줄여나가는 기술이 정치다. 어느 하나에만 방점을 찍거나 중요하지 않은 나머지 범주를 무시하는 방식으로는 절대 풀리지 않는다. 2030의 관심사인 일자리를 늘린다고 노년층의 정년을 단축하면 5060이 등을 돌릴 수 있다. 자식은 일자리를 얻지만, 어쩌면 그의 부모가 잃은 일자리일 수 있다. 정치인이 위한다는 국민은 하나가 아니다. 다양한 정체성의 집합이다. 구성원의 이해가 크게 벗어나지 않는 회사나 공공기관과는 다르다. 그래서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회사경영을 잘했다고, 공공기관을 잘 이끌었다고 현실 정치인이 되거나 정치인으로 성공할 수 없는 이유다. 기업이나 공직의 경험은 좁고 깊은 경험일 뿐이다.

나라를 통치하는 데는 그것에 더해 넓고 다양한 지식과 경험이 필요하다. 당장의 지지율 때문에 계산된 행보를 하거나 특정 층을 겨냥한 선동적 언행과 인기영합적 언사로는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한다. 오히려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정치의 본질도 퇴색시키며 국민 갈등만 부추긴다. 집토끼도 아니고, 극성 지지자도 아니고, 2030도 아니고, 이대남도 아닌 대한민국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큰 틀에서 경제, 주거 부동산, 자산 불평등, 사회안전망, 보편적복지, 인권 등을 논해야 진정 대선후보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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