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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의 참!]‘수구의 온상’ 서울대에 왜 세금을 쏟아붓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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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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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4, 12, 10, 8.’ 이렇게 숫자를 나열하면 드는 생각은? 한국인은 싫어도 해야 하는 수학 공부 ‘덕분’에 대개 2씩 줄어드는 수열을 떠올릴 것이다. 이 숫자들은 노동자가 자본가에 맞서 ‘하루 8시간 노동’을 성취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1926년 헨리 포드가 임금을 두 배로 올리면서도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인 이유는 ‘오래 일한다고 생산성이 비례해 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여가시간과 돈을 줘야 차도 팔린다는 점에서 그는 멀리 내다본 경영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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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2021년 한국에서 ‘노동의 역사’를 1세기 전으로 되돌리는 폭탄선언이 나왔다. 윤석열 후보는 “한 주 52시간이 아니라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시간은 합의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현장을 너무 모르는 발상이다.

한국은 선진국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10만명당 산재사망자수는 단연 1위다. 사망재해 발생 위험률은 9시간 노동을 넘어서면 두 배로 는다. 저임금 아래 노동자가 노동조건을 선택할 여지는 매우 좁아 목숨 걸고라도 연장근무를 할 수밖에 없다. 한 네이버 직원도 과도한 업무와 부당한 지시를 동료에게 호소했을 뿐 윗선에는 말하지 못하고 끝내 자살했다.

윤희숙 의원은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장기파업을 막기 위한 대체근로 허용을 제1공약으로 내걸었다. 선거는 국민의 뜻을 수렴하는 건데, 유권자의 절대다수인 2041만 임금노동자가 있는 나라에서 노동에 적대적인 수구 포퓰리스트가 대거 대통령 후보로 나서는 현상은 어찌된 걸까?

첫째, 노동자를 대변하는 원내정당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독일 정치에는 노동자가 큰 영향력을 행사해 보수 성향 기민당의 메르켈 4기 정부도 사민당의 친노동자 정책을 채택하고 연정을 했다.

둘째, 노동자들이 연대하면 영향력이 커져서 정치를 움직일 수 있는데 그게 안 된다. 노동현안의 시급성은 이해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집회를 강행해 정치와 대중으로부터 고립을 자초한다. 지하철이나 버스 노조가 파업하면 시민도 자신이 노동자라는 사실을 잊은 채 불편을 참지 못한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살던 2016년에 소방관이 파업을 했다. 불나면 어쩌지? 더 놀란 것은 파업을 대하는 시민들 태도였다. 소방관들이 소방서 앞 드럼통에 장작불을 피워놓고 파업하는데, 지나가던 운전자들이 경적을 울리고 ‘엄지척’을 하는 게 아닌가?

셋째, 보수언론이 노동운동에 ‘시민 불편’이나 ‘정쟁’ 프레임을 씌운다는 점이다. 조선·동아와 TV조선은 서울대 청소원의 죽음을 정치논쟁으로 몰고갔다. 파업은 목적 자체가 한동안 업무 효율을 떨어뜨리고 불편을 유발해 사측 대표를 협상 테이블로 이끌려는 것이다. 대체인력 투입은 노조의 협상력을 떨어뜨리기에 불법으로 규정한 나라가 많은데, 윤희숙 의원은 공약으로 내세웠다.

넷째, 근본 문제는 교육에 있다. 유럽에서 파업은 일할 힘밖에 없는 노동자의 권리라고 학교에서 ‘조기교육’을 한다. 서울대에서 청소원 소속 노조를 교수와 학생 일부가 적대시하는 모습은 유럽에서 볼 수 없다. 교수와 학생도 소속된 노조가 있고 수시로 연대해 학내외 문제 해결에 나선다. 민주화 과정에서 서울대의 운동역량은 다른 대학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컸으나, 이젠 수구세력이 서울대에 본진을 형성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서울대생·동문 소통공간이라는 트루스포럼과 스누라이프는 수구 정치인을 선호한다. 스누라이프 ‘2020년 하반기 자랑스러운 동문’ 1위는 윤석열, 2위는 윤희숙이다. ‘2021년 상반기 부끄러운 동문’ 1위는 조국, 2위는 유시민이다. 수구언론 어뷰징팀은 이런 조사 결과를 서울대생 전체 의사인 양 포털에 대서특필한다. ‘서울대생 96.2%가 문재인 탄핵 요구’,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은 이명박’이라는 식이다. 김문수·차명진 등 수구 정치인과 논객도 서울대 출신이 다수이고 현직 교수도 수구언론에서 활동하는 이가 많다.

2021학년도 정부지원금은 서울대가 5123억원인데 학생수가 더 많은 국립대도 2000억원 넘는 데가 없다. 나는 서울대를 전국 국공립대학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부유·기득권층 출신이고 선민의식에 전 학생이 너무 많은 ‘귀족학교’에 계속 세금을 쏟아부어야 하나?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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