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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스가, 올림픽 개최에도 지지율 바닥… ‘여당內 야당’ 이시바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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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보다 9%P 떨어진 34% 기록… 민주당 집권했던 2012년 이후 최저

백신 접종 등 코로나 대응에 불만… 응답자 70% “긴급사태 효과 없어”

이시바, 차기총리 여론조사서 2위… ‘아베 스캔들’ 조사 주장 등 주목

동아일보

“올림픽이 시작되면 분위기가 반전할 것”이라고 믿었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기대가 흔들리고 있다. 도쿄 올림픽 개막 후 실시된 첫 여론조사에서도 스가 내각 지지율은 곤두박질을 멈추지 못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25일 전국의 18세 이상 남녀 998명에게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스가 내각 지지율은 34%로 조사됐다고 26일 보도했다. 지난달 여론조사 대비 9%포인트나 급락한 것으로 스가 내각이 출범한 작년 9월 이후 가장 낮다. 여론조사를 한 시점은 도쿄 올림픽 개회식이 열린 23일부터다. 실제 올림픽 경기는 21일 시작됐다.

내각 지지율 34%는 역대급으로 낮은 수치다. 7년 8개월 동안 재임했던 2차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에서 최저 지지율은 38%(2020년 6월)였는데, 그보다도 더 떨어졌다. 민주당 정권이었던 2012년 11월 이후 가장 낮다.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스가 총리는 26일 보도된 월간지 ‘하나다’와의 인터뷰에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자부심이 있기 때문에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스가 내각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평가는 백신 접종 불만, 잦은 긴급사태 발령에 따른 피로감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과 관련한 실망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응답자의 65%가 백신 접종 계획에 대해 “순조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도쿄도에 네 번째 발령된 긴급사태에 대해서는 70%가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 정치 전문가들은 스가 총리가 ‘올림픽을 통한 분위기 고양→가을 총선거에서 자민당 승리→자민당 총재 재선 및 총리 연임’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기대했던 올림픽 효과가 일어나지 않으면서 스가 총리의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 국민들의 기대는 ‘여당 내 야당’ 인사인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전 자민당 간사장에게 쏠리는 분위기다. 니혼게이자이 여론조사에서 차기 총리로 적합한 인물을 물은 결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행정개혁담당상(19%), 이시바 전 간사장(19%),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郞) 환경상(12%), 아베 전 총리(6%), 스가 총리(5%) 순이었다.

고노 담당상은 백신 접종을 총지휘하고 있는데, 최근 백신 부족이 문제가 되자 인기도 조금씩 식고 있다. 소수점 이하에서 밀려 2위가 된 이시바 전 간사장은 이웃 국가인 한국,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비교적 중시한다. ‘벚꽃을 보는 모임’ 등 아베 전 총리와 관련된 스캔들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자민당 내 의원들 사이에서 인기는 높지 않다. 집권 자민당은 당원과 국회의원의 투표로 차기 총리를 뽑는다. 그중에서도 국회의원의 표가 더 중요하다.

지금 당장 자민당이 새 총리를 뽑는다면 스가 총리의 재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앞으로 한두 달간 올림픽 개최 여파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하면 국민들이 스가 정권에 완전히 등을 돌릴 수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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