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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쿠르도 건너뛰고 음반만 세 장… 유럽서 질주하는 2000년생 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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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인터뷰

조선일보

독일서 활동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지금까지 유럽서 발표한 음반만 3장에 이른다. /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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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스무 살을 넘었는데 벌써 발표한 음반만 3장. 재독(在獨)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1)는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보석’이다. 스웨덴 명문 음반사 BIS를 통해서 데뷔 음반을 발표한 것이 열일곱 살 때인 4년 전. 당시 낭만주의 바이올린의 초절 기교를 담은 파가니니의 독주곡 ’24개의 카프리스(caprice)’를 단 엿새 만에 녹음했다.

카프리스는 ‘변덕’이라는 뜻의 프랑스어. 반주 없이 바이올리니스트 홀로 극한적 기교와 씨름해야 하는 난곡(難曲)이다. 10대 연주자가 데뷔 음반으로 이 곡을 녹음하는 것도 드문 경우다. 그는 전화 인터뷰에서 “원래 무엇이든 과제를 던져주면 씩씩하게 하는 스타일”이라며 “음반사의 제안을 받고 별다른 고민 없이 곧바로 응했다”며 웃었다.

이듬해 ‘사랑의 인사’(엘가) 같은 소품을 담은 두 번째 음반에 이어서, 올해는 20세기 현대 음악을 녹음한 3집을 펴냈다. ‘한 세기의 여정(Journey through a Century)’이라는 제목의 이번 음반에는 독일 나치의 침공으로 가족을 잃고 홀로 살아남은 폴란드 출신의 유대인 작곡가 바인베르크(1919~1996)의 무반주 소나타 2번 등을 담았다. 까다로운 곡이 적지 않은데도 쉽게 달뜨거나 휘청이는 법 없이 야무지게 중심을 잡는 현이 인상적이다.

그는 음반의 작품 해설도 독일어로 직접 썼다. “20세기에는 인류사의 위대한 사건뿐 아니라 가장 슬프고 끔찍한 만행까지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이 모든 것이 음악과 예술과 문학에도 오랜 흔적을 남겼다”는 구절이 무척 어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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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 B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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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유가 있다. 대구에서 태어난 박수예는 아홉 살 때 독일로 건너갔다. 그 뒤 베를린의 한스 아이슬러 음대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울프 발린을 12년째 사사하고 있다. 지금껏 학교도 스승도 바꾼 적이 없다. 음반사에 제자를 추천한 것도 스승이다. 그는 “평생 한 분의 스승과 공부하는 건 특이한 경우라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에 대한 음악적·인간적 믿음이 커진다”고 말했다.

독특한 점은 또 있다. 세계 유수의 콩쿠르에 출전한 경험이 아직 없다는 점. 콩쿠르 경력 없이 음반을 통해서 먼저 데뷔한 것도 이례적인 경우다. 박수예는 “‘콩쿠르에 집착하면 대회 준비만 하다가 오히려 배워야 할 걸 놓친다'는 선생님의 조언을 듣고 지금까지 기다렸다. 얼마 전 ‘준비가 된 것 같다’는 허락을 받았으니 이젠 하산할 때가 된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다음 달 26~27일 서울시향(지휘 오스모 벤스케)과 윤이상의 바이올린 협주곡 3번을 협연한다. 2018년 이후 3년 만의 내한 무대. 그는 “한국에 뛰어난 선배 연주자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지금까지 덜 불러주신 것 같다. 이번 협연은 제게도 깜짝 선물”이라며 웃었다. 협연 직후에는 같은 협주곡을 서울시향과 녹음할 예정. 음악적인 본보기나 모델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관객들이 저를 찾고 싶어 하는 이유를 저 스스로 찾고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아직 없습니다.”

[김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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