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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임대차법 없애자는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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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약 6개월 뒤면 ‘송파 세 모녀 사건’이 발생한 지 8주년이 된다. 복지행정의 실패 사례로 언급되는 이 사건은 ‘주거빈곤’이 낳은 전형적인 비극이다. 당시 노동력을 상실한 세 모녀의 월수입(25만원)보다 반지하 월세(38만원)가 더 높았다. 하루 식비가 몇천원 수준에 머물렀던 세 모녀에게 월세 부담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하기 어렵다. 8년간 거주하며 한번도 월세를 밀리지 않았다던 세 모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도 공과금과 월세였다. 월세란 세 모녀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생각할수록 마음이 무겁고 아프다.

경향신문

송진식 경제부차장


법적으로 ‘주거빈곤’이란 최저주거기준에 못 미치는 곳에서 생활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엔 세입자의 주거환경, 주거안정성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주거빈곤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1988년부터 몇년간 큰 인기를 모은 ‘쓰리랑부부’라는 코미디 코너는 말미 대부분을 집주인의 “방 빼!”가 장식한다. 1988년이면 임대차법이 처음 생긴 지 4년째 되던 해다. 법으로 보호받는 계약기간도 1년에 불과했다. 당시 ‘방 빼’가 대사로 등장하고, 이내 유행어가 된 데는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는 세입자들의 애환이 분명 함께한다. ‘방 빼’가 유행을 탄 덕인지 이듬해인 1989년 임대차법이 개정돼 계약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늘게 됐다.

그 후 임대차법은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해 7월31일 계약기간을 최대 4년까지 늘릴 수 있도록 임대차법에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됐다. 법에 계약기간을 ‘4년’으로 규정한 것은 아니라는 걸 분명히 해두고 싶다. 기본 2년 계약인 점은 동일하고, 추가로 2년 더 거주할 수 있는 ‘권리’가 세입자에게 생긴 것이다.

도입 1년을 맞는 임대차법이 ‘난타’당하고 있다. 언론 보도를 보고 있자면 세상에 이런 악법이 없다. 임대차법 때문에 전세가격은 폭등했고, 전세는 씨가 말랐다.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불만이 팽배해 있다. 반면 세입자들이 얻은 주거안정의 효과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는다. 국내 특성상 전세가격이 매매가격과 상당 부분 연계돼 있고, 지난해 유례없는 매매가 폭등이 있었다는 사실도 잘 언급되지 않는다. 월세 비중이 전세를 추월한 이래 ‘전세난’이 늘 있었다는 사실도 찾아볼 수 없다. 부동산이 하향세를 타던 2011년에 신혼살림을 꾸리려 전세방을 구하러 다닌 기억이 있다. 인사차 들른 처가에서 식사를 하던 도중 “전세가 나왔다”는 중개업소의 말을 듣고 보탬 없이 ‘밥 숟가락 놓고’ 달려가 계약했다.

놀라운 점은 전문가를 자처하는 이들이 서슴지 않고 “임대차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물론 폐지 후 세입자 보호를 어찌할 것인지에 대한 대안은 없다. 전세라는 제도가 있어 집주인들은 세입자를 끼고 집을 산다. 이를 바탕으로 누군가는 재산을 늘리고, 또 누군가는 내 집 마련에 성공한다. 세입자와 집주인은 엄연히 ‘공생’관계라는 얘기다. 임대차법이 오로지 세입자만을 위한 법인 양 편가르기 하고,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마치 임대라는 ‘특혜’를 베푸는 양 윤색하는 시각도 영 불편하다. 이쯤 되니 지금은 집주인이 됐을 법한 ‘순악질여사’에게 ‘법 빼’를 해야 할지 묻고 싶다. 오늘 저녁엔 유튜브에서 ‘쓰리랑부부’를 다시 봐야겠다.

송진식 경제부차장 truej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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