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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패기 찬 막내·침착한 둘째…불혹의 맏형이 ‘끝내줬다’[Tokyo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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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양궁 남자 단체전 대만 꺾고 금
10대·20대·40대 나이 넘은 호흡
김제덕은 혼성단체 이어 2관왕

경향신문

양궁 금·은·동 선수들 모여 ‘셀카’ 한국 양궁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단체전에서 우승한 뒤 시상대에 올라 은메달, 동메달을 딴 대만 대표팀, 일본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휴대폰으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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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났다.”

9점만 쏴도 금메달. 마지막 주자 오진혁(40)은 46-55에서 마지막 화살을 쏘자마자 조용히 내뱉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리스트, 한국 양궁의 베테랑은 감각적으로 화살이 손을 떠나자마자 10점을 직감했다.

늘 신중하게, 오랫동안 겨냥하고 활을 쏘는 오진혁은 마지막 시위를 최대한 느린 호흡으로 당겼다. 첫 번째 주자 김우진(29)은 옆에서 “7, 6, 5” 하고 숫자를 셌다. 남은 시간을 카운트해주는 동생의 보조에 오진혁이 4초를 남겨놓고 쏜 화살은 정확하게 과녁의 가운데, 노란 원 안으로 들어갔다. ‘막내’ 김제덕(17)의 사자후가 어김없이 터졌다.

한국 양궁이 남자단체전도 제패했다. 오진혁, 김우진, 김제덕이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양궁에 세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남자 양궁 대표팀은 26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남자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세트포인트 6-0으로 제압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2회 연속이자 통산 6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혼성단체전에서 안산과 함께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긴 김제덕은 2관왕에 올랐고, 2016년 리우에서 구본찬·이승윤과 함께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던 김우진은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땄다. 2012 런던 올림픽 이후 9년 만에 다시 올림픽 무대에 선 오진혁은 역대 올림픽 양궁 최고령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24일 혼성단체전에서 막내들이 금메달을 따내고, 25일 여자단체전에서 올림픽 9연패 위업을 달성한 데 이어 이날 남자단체전까지 2연패를 달성하면서 한국 양궁은 전 종목 석권을 향해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이날 한국은 이미 4강전에서 실질적인 결승전을 치르고 올라갔다. 한·일전이 열렸고 연장 슛오프 접전을 벌였다.

1·3세트를 쉽게 따냈지만 2·4세트를 내주면서 세트포인트 4-4가 되자 연장전이 시작됐다. 양 팀이 번갈아 한 발씩 쏘는 슛오프, 3명이 다 쏜 뒤에도 동점일 경우에는 과녁 중앙에 가장 가깝게 화살을 꽂은 팀이 승리한다.

슛오프에서도 한국은 9-10-9점을, 일본은 10-9-9점을 쏴 동점이 됐다. 결국 거리를 쟀다. 10점을 쏜 한국의 두 번째 주자 김제덕의 화살과 일본의 첫 번째 주자 가와타 유키의 화살의 과녁 정중앙으로부터 거리를 비교한 결과 한국이 승리했다. 슛오프 시 거리 측정 결과는 공식 기록되지 않지만 이날 중계방송에서 측정한 결과는 김제덕의 화살이 일본 주자의 화살보다 과녁 중앙에 약 2.4㎝ 더 가까웠다.

막내의 이 극적인 화살로 결승에 진출한 한국은 결승전에서 제대로 기세를 올렸다. 첫 주자 김우진과 맏형 오진혁은 막내를 사이에 두고 앞뒤에서 확실하게 밸런스를 맞췄다. 첫 세트부터 10점이 쏟아졌다. 김제덕의 첫 발만 9점, 나머지 5발은 모두 10점이었다. 59-55로 가볍게 첫 세트를 딴 한국은 2세트에서는 3명이 두 발씩 전부 10점에 쐈다.

3세트에서도 4연속 9점 뒤 마지막 김제덕과 오진혁이 10점을 쏘면서 56-55를 만들어 완벽하게 승리했다. 한국의 세 궁사는 결승전에서 쏜 18개의 화살 중 13개를 10점짜리 원 안으로 집어넣었다. 나머지 5개는 9점, 8점 이하로 꽂힌 화살은 한 개도 없었다.

이로써 한국 선수단은 대회 사흘째인 26일까지 금메달 3개, 동메달 4개를 획득했다.

도쿄 |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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