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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33.5도 폭염에…‘야외 훈련’받던 신입 경찰관 쓰러져 1명 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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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경비단 소속’ 신입 경찰관들 야외 훈련 중 3명 열사병 증상

지침상 폭염 땐 야외 훈련 못하지만 폭염경보를 ‘주의보’로 착각


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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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초 육군 현역 장병이 임무 중 열사병으로 숨져 군 부대의 온열질환 대책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경찰에서도 폭염경보를 무시하고 교육을 받던 교육생 3명이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이 가운데 1명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26일 <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101경비단에 배치 예정인 신입 경찰관 김아무개(27)씨 등 3명의 교육생이 전날 저녁 6시께 충북 충주시 수안보면에 위치한 중앙경찰학교에서 훈련을 받던 중 열사병으로 쓰러진 뒤 충주 건국대병원으로 이송됐다. 101경비단은 청와대 내부의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기관으로 지난해 12월 128명의 교육생이 입교해 교육을 받고 있었다.

101경비단 교육관들은 전날 오후 4시께 야외 훈련을 진행했다. 이날 충주지역의 낮 기온은 33.5도까지 올라갔는데 지난 21일부터 폭염 경보가 계속되고 있었다. 교육관들은 당시 수안보 일대의 기온이 31.5도인 것을 확인하고 교육을 시작했다고 한다. ‘경찰청 혹서기 훈련 지침’은 폭염 경보가 내려지면 야외 훈련을 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101경비단은 훈련을 강행했다. 101경비단은 폭염 경보를 폭염 주의보로 잘못 알고 훈련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훈련을 받던 김씨는 오후 6시께 운동장 구보를 하던 중 통증을 호소하며 쓰러졌고, 이후 잇따라 두 명의 교육생이 추가로 온열질환 증상을 보이며 쓰러졌다. 교육관들은 응급처치를 실시한 뒤 119구급대를 불러 교육생 세명을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다. 김씨를 제외한 두 명은 의식을 되찾았지만 김씨는 이날 밤 9시 현재 하루가 지나도록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의 가족들은 101경비단이 교육환경을 제대로 갖추지 않고 훈련을 진행했고, 김씨가 쓰러진 뒤 후송도 늦어졌다며 경찰의 대응을 비판했다. 30도가 넘는 무더위에 교육을 진행하면서도 교육 현장에는 의료진이 배치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쓰러진 김씨는 교육생들 중 가장 먼저 쓰러졌으나, 쓰러진 지 두시간 반이 지난 저녁 8시30분께야 대학병원에 도착했다. 경찰 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김씨는 건대병원에서 한차례 입원을 거부했고, 충주의료원 등 다른 의료기관에서도 입원을 거부해 병원 도착이 지연됐다고 한다.

김씨의 가족들은 <한겨레>에 “일요일에 훈련을 한 것도 이상한데, 휴일이어서 의료진도 없었다는 사실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된다”며 “병원에 와있는 교관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눈)초점을 못 잡는 상태였다고 하는데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케어하고 (병원 이송이) 지체됐다는 게 말이 되나”며 분통을 터뜨렸다.

경찰 관계자는 “김씨가 먼저 탈진한 것이 맞지만 119 구급대가 도착했을 때 다른 교육생의 상태가 더 위중해 보여 다른 교육생을 먼저 이송했다”며 “훈련 중 환자가 발생한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며 치료에 최선을 다하겠다. 향후 실외 훈련은 기온에 더 신경써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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