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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기수 칼럼]윤석열을 보는 ‘거친 눈빛’과 ‘불안한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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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대권은 4개의 관문(關門)을 넘어야 쥘 수 있다. 다자구도 여론조사로 보면, 5-10-20-30의 선이다. 5%는 대다수가 오르지 못하는 ‘마의 벽’이다. 두 자릿수 10%는 경쟁력을 인정받아 ‘중(中)’자가 붙고, 20%는 강자의 반열에 서는 분기점이다. 그 위로 30% 언저리에서 여야 유력주자의 대세론이 점화된다. 대선 지형이 요동친 7월, 윤석열은 그 길을 거꾸로 갔다. 보수 대선 주자들의 지지율 합도 여권에 멀찌감치 뒤처졌다. 야권의 ‘대장주’ 윤석열을 보는 시민들의 거친 눈빛과 지지층의 불안한 시선이 쌓인 결과다. 남 탓할 것 없이, 정치 데뷔 첫달에 그가 자초한 일이다. 설화(舌禍)는 세 각도에서 날아왔다.

경향신문

이기수 논설위원


#“주 120시간”=윤석열은 지난 15일 “세금 걷어 (재난지원금으로) 나눠줄 거면 안 걷는 게 제일 좋다”고 했다. 재정·복지·재분배의 출발점이 세금인 걸 망각한 말이다. 19일엔 “(게임업종은) 1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할 수 있게” 해주자고 했다. 애초 주52시간제가 과로사를 막고 ‘워라밸’을 위해 착안된 걸 도외시한 노동관이다. 정책 실언은 ‘속성 과외’의 흔적일 수 있다. 윤석열이 꿈꾸는 국정은 세금 줄이고 규제 풀고 법치 세우는 ‘줄푸세’로 모아지고 있다.

#“대구 민란”=윤석열은 20일 “대구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코로나19) 민란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를 위로하며 그 밖의 땅을 폄훼한 것이다. 사흘 전 광주에서 “5·18 정신으로 통합을 이루겠다”던 말이 붕 떠버렸다. “제 뿌리는 충청” “저의 피는 충남”이라며 ‘충청대망론’도 옹호한 그였다. 지역 갈라치기의 농도가 짙고 현란하다. 이회창과 박근혜도 그랬다. 대구에서의 센 발언은 곧잘 수도권에서 역풍을 불렀다. 그 멍에를 윤석열이 자청해 썼다.

#“박근혜에게 송구”=장모 구속은 윤석열의 ‘처가 리스크’를 현실화했다. 하나, 그를 과거에 더 옭아맨 것은 그였다. 윤석열은 박근혜 수사·소추에 대해 “마음속으로 송구하다”고 했다. 국정농단 수사 지휘자의 자기부정이다. ‘탄핵의 강’에도 다시 빠졌다. ‘X파일’이나 ‘부인의 논문 표절’ 문제가 불거질 때도 버틴 윤석열의 지지율은 본인의 정책·지역·과거 설화 후에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

“D죠.” 며칠 전 대기업 임원이 술잔을 나누다 매긴 윤석열의 7월 평점이다. “F는 퇴장이니까.” 윤석열 지지자에서 관찰자로 등급을 내렸다는 그는 “조금 더 보겠다”고 했다. 여론지표도 다르지 않다. NBS 국민지표조사에서 7월 첫째주·셋째주 윤석열 지지율(%)은 충청(-10)과 서울·PK(-5), 70대(-10)와 50대(-8)에서 많이 빠졌다. 스윙보터가 많은 지역에서, 실망한 장·노년층에서 지지 철회·유보자가 늘어난 것이다. 대선을 로켓으로도, 바다로도 빗댄다. 왜 그여야 하는지 ‘2차 엔진’을 점화하지 못하고, 큰 바다에 나와 헛물질만 한 한 달이다.

시행착오를 곱씹는 것일까. 윤석열은 궤도 수정을 예고했다. 캠프에선 “이제 배우 역할만 하겠다”고 했다. 이준석과의 치맥 회동에선 “결정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혼자 북 치고 장구 치지 않고, 대선 주자로서의 불안감도 제1야당 8월 경선버스에 올라 덜겠다는 심사가 읽힌다. 이준석은 “(생각이) 대동소이하다”며 웃었다. 변수가 될 ‘작은 차이’는 윤석열의 정치력·결단·공약 준비·지지율일 수 있다. 다 윤석열의 몫이다.

보수의 대선은 제1야당 경선이 출발하는 8월에, 4강이 추려질 9월 추석 뒤에, 여당 후보가 결정되는 10월에, 야권 후보가 세워질 11월에 변곡점을 맞는다. 그 뒤는 여야의 진검 승부다. 고비마다 키맨은 ‘반문 에너지’를 가장 많이 품어온 윤석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준석의 대선 고민은 세 갈래일 테다. ①속도 뚝 떨어진 트럭을 차 10여대가 뒤따르는 형국이고 ②야당 주가에도 영향 주는 대장주는 정작 밖에 있고 ③당 주자들은 김종인에 치이고 윤석열·최재형의 기에 눌려 있는 것이다. 윤석열이 살아나든, 윤석열을 딛고 누가 서든 보수의 대선은 제 코가 석 자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4년차 국정지지도가 40%를 넘고, 여당 지지율도 1위를 되찾았다. 대선레이스 돌입 후 여권 지지층이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정권교체 여론은 50%를 웃돈다. 도낏자루 썩는지 모르고 적통 따지고 할퀴며 당심에만 파묻히면 큰 선거, 대선은 위험하단 뜻이다. 여권 6룡의 각축이 시작된 7월, 윤석열이 흔들리는 야권에선 오세훈 호출설까지 나돈다. 정치는 생물이다. 여는 여대로, 야는 야대로, 서로 영향 주면서 대선도 성하(盛夏)의 8월로 접어들고 있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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