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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페이·뱅크 진출은 신의 한 수…'카카오 유니버스'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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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편집자주] 카카오뱅크 상장은 단순히 한 인터넷은행의 상장이 아니다. '금융혁신'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금융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의 판단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사상 최고금액인 2585조원이 몰렸을 만큼 기대감은 크다. 카카오뱅크의 현실을 지나치게 앞지른 것이라는 의견은 대세에 묻힌다.

[MT리포트] 카뱅, 혁신과 현실사이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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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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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이은주씨는 결혼식에 가기 위해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호출한 후 카카오뱅크 계좌와 연동된 카카오T포인트로 결제했다. 이동하는 동안엔 카카오페이로 산 캐시로 카카오페이지 웹툰을 봤다. 택시에서 내린 그는 편의점에 들러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이 보낸 축의금을 모아 ATM에서 카카오페이로 출금했다. 시원한 음료도 카카오페이로 오프라인 결제했다.

일상생활 대부분이 카카오로 통하는 '카카오 유니버스'가 확대되고 있다. 쇼핑·O2O·콘텐츠·모빌리티 등 전방위로 확대된 카카오 서비스가 카카오페이·뱅크와 연동되면서 거대한 카카오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금융서비스는 카카오톡이 메신저를 넘어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톡 끌고 페이·뱅크 밀고…카카오 영토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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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슈퍼! 마켓페스트 2018’ 에서 한 참석자가 현금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오프라인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사진=카카오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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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많은 사람이 생소해 했지만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시장에 연착륙했다. 4600만명의 카카오톡 이용자를 잠재고객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공동체의 모든 결제 시스템에 탑재되며 2017년 분사 당시 3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이 지난해 67조원으로 17배 이상 성장했다.

눈여겨볼 점은 초기엔 카카오톡 그늘에 있던 카카오페이·뱅크가 현재는 카카오 서비스에 이용자를 '록인'(Lock-in·가두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카카오의 신규 구독서비스 '구독ON'은 카카오페이 하나로 △신용조회 △간편결제 △본인인증을 모두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신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 앱을 설치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돼 진입장벽을 낮춘것이다.

이런 효과는 카카오페이 결제지표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6만6000원이었던 1인당 결제금액은 지난해 101만원으로 15배 상승했다. 또 4년 전 가입한 이용자 중 86.9%는 지난해까지 카카오페이를 꾸준히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페이에 익숙해지면서 결제규모도 급성장한 것이다. 이는 카카오페이를 탑재한 카카오 서비스 거래액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과거 카카오톡이 카카오페이 이용을 촉진했다면, 현재는 카카오페이가 공동체 서비스의 재방문·재구매·재결제를 유도하는 셈이다.

이에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제한) 등의 규제로 계열사와의 협업에 소극적이었던 카카오뱅크도 최근 공동체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카카오 생태계 속에서 시너지를 내는 초기 단계였다"라며 "앞으로는 고객기반 확보와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며 계단식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 교수는 "카카오페이·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탄탄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어떤 서비스보다 접근이 쉬웠다"라며 "카카오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상호작용하며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도 카카오페이·뱅크로 자사 서비스 이용 시간과 결제 규모를 키우며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윈윈'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초개인화 시대 주도한다…금융사업 핵심은 '데이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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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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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금융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엔 데이터 확보도 있다.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를 더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애플·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앞다퉈 금융업에 진출하는 추세다. 삼정KPMG는 "빅테크 기업은 소비습관이나 온라인검색기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융업에 진출하면 이용자의 재무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다"라며 "이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기존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연내 출범할 카카오손해보험은 카카오 공동체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연계해 생활밀착형 소액단기보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택시·대리운전 기사 대상 보험을 만들거나, 카카오키즈와 연계한 어린이보험 등이 거론된다. 카카오페이가 개발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해 카카오뱅크가 신용정보부족자(신파일러) 전용 대출을 내놓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AI(인공지능) 및 데이터분석 고도화 등 본업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카카오는 금융계열사 데이터 확보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금융계열사와 제휴해 시너지를 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카카오페이·뱅크는 독립법인인 만큼 이들이 쌓은 데이터를 본사가 가져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규제로 본사가 관여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yoonji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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