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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정밀 조사 필요" MBC, '수박 겉핥기'식 사과 [ST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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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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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MBC 박성제 사장이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 및 축구중계에서 부적절한 화면과 자막 사용을 사과했지만, 명확한 책임 소재와 구체적인 대책이 밝혀지지 않으면서 성급한 불끄기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성제 사장은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 논란과 남자 축구 중계 중 자막 사고 등에 대해 사과했다.

MBC는 지난 23일 열린 도쿄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하면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할 때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진을 사용하는가 하면 엘살바도르 소개 시에는 비트코인, 아이티 소개 시에는 대통령 암살을 언급하는 등 부적절한 사진과 자막으로 논란을 빚었다.

해당 논란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언론에까지 소개되면서 '국가 망신'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이에 MBC는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그러나 사과문에도 논란의 불씨는 꺼지지 않았고, 여기에 전날 남자 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인 한국과 루마니아 경기 중계 도중 자책골을 기록한 상태 팀 마리우스 마린 선수에 대해 '고마워요 마린'이라는 조롱성 자막을 삽입해 논란의 불씨는 더욱 커졌다.

이렇듯 MBC는 도쿄 올림픽 중계와 관련한 논란이 계속되자 박성제 사장은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날 모두 발언에서 "MBC는 전세계적인 코로나 재난 상황에서 지구인의 우정과 연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훼손하는 방송을 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신중하지 못한 방송, 참가국에 대한 배려가 결여된 방송에 대해 마음에 상처를 입은 해당 국가 국민들과 실망하신 시청자 여러분께 MBC 콘텐츠의 최고 책임자로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주말은 제가 MBC 사장에 취임한 이후 가장 고통스럽고 참담한 시간이었다. 1차 경위를 파악해보니 몇몇 제작진을 징계하는 것에서 그칠 수 없는 기본적인 규범인식과 콘텐츠 검수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며 "철저하게 원인과 책임을 묻겠다. 대대적인 쇄신 작업에도 나서겠다. 방송 강령과 사규, 내부 심의 규정을 한층 강화하고 윤리 위원회, 콘텐츠 적정성 심사 시스템을 만들어서 사후 재발을 막기 위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박성제 사장은 올 초 MBC의 조직개편으로 인한 구조적 문제점이라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조직 개편으로 내부 갈등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조직 개편이 문제 원인이라는 분석은 동의하기 힘들다. 올림픽 정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참가국을 존중하지 못한 기본적인 인식 부족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밝혔다.

제작 인력 부족이 원인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방송을 위해 지나치게 복잡한 화면들이 만들어지고 검수한 과정에서 부족했고 올림픽 개회가 다가오며 시간이 부족한 가운데 막판에 일이 몰리면서 벌어진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결코 그게 전부는 아니고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보기 때문에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설명했다.

박성제 사장은 부적절한 사진, 자막이 사용된 당사국인 우크라이나, 루마니아 등 대사관에 사과 메일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 대사관 직원들이 재택 중인 관계로 메일로 전달했고, 루마니아 대사관에는 사과 메일이 전달되고 있는 과정"이라며 "아이티 대사관은 국내에서 철수했기 때문에 아직 사과를 전달하지 못했다. 해당 국가, 국민들께 사과드리고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외신들에게도 기자회견이 끝나는대로 사과문과 영상을 보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날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인 책임 소재와 후속 대처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박성제 사장은 "아직 1차 조사만 끝나 구체적인 내용을 말씀드리기 이르다. 개회식 방송만 해도 거기서 일하신 분들이 많기 때문에 올림픽 중계방송 진행 중에 자세히 조사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정밀 조사가 이뤄져야 후속 조치가 나오고 징계 논의와 대책도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논란을 일으킨 관계자들 중 일부는 업무가 배제된 상태고, 일부는 업무 중, 일부는 조사를 받고 있다는 다소 명확하지 않은 답변을 내놨다. 박성제 사장은 "강도 높은 특별감사나 진상조사위 구성을 포함해서 대책을 논의 중이다. ​가장 철저한 조사가 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재발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성제 사장은 14분 간의 기자회견 내내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라는 말을 반복했다. 조직 개편 이후 구조적인 부분에 대한 문제를 부인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책임 소재와 후속 대처 방안은 전혀 나오지 않은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수박 겉핥기'식 사과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MBC가 올림픽이 끝나는 대로 철저하고 정밀한 조사와 후속 조치를 약속한 가운데 추후 어떤 조사 결과와 재발방지 해법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박성제 MBC 사장은 고개를 숙였지만, '국가 망신'이라는 비난은 여전히 피할 수 없다. 올림픽이 끝난 후에도 국민들의 시선은 MBC를 향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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