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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원일 예술감독 "한국 창작뮤지컬의 진수 만나게 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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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뮤지컬 '금악' 연출

연합뉴스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경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전통음악부터 현대음악, 음향까지 다양한 소리를 경험하면서 관객은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될 것입니다."

창작뮤지컬 '금악'(禁樂) 연출을 맡아 작품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원일(53)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은 26일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을 통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금악'은 조선 순조 재위 말기 효명세자(이영)가 대리청정하던 시기를 배경으로 통일신라부터 전해져 온 금지된 악보인 '금악'(禁樂)을 둘러싸고 천재 악공 성율과 왕세자, 핵심 권력자 김조순이 펼쳐내는 이야기를 다룬 사극 뮤지컬이다.

작품은 음악을 통해 깨어난 인간의 욕망에 주목한다. 성율은 조선의 근간이 되어줄 음악을 만들려는 이영과 금악을 통해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김조순 간 정치 싸움의 중심에 선다. 이 과정에서 금지된 악보를 연주하며 성율의 내면에 숨어 있던 욕망의 괴물이 출현하고 기묘한 사건들이 벌어진다.

원 감독은 "너무 즐겁거나 음탕하고 빠른 음악은 인간의 정서를 사악하게 만든다는 과거 동양적인 생각으로부터 작품이 시작됐다"며 "욕망에서 비롯한 문제를 금지된 음악을 통해 보여주는 복수와 치유의 드라마"라고 했다.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이 '소리'에 있다는 원 감독은 "소리는 보이지 않지만, 들으면 시각적으로 연상하게 되고, 마음이 흔들린다"며 "소리를 느끼거나 침묵하는 장면을 통해 관객은 소리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원일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경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금악'에는 뮤지컬 배우는 물론 음악가, 소리꾼, 연극배우 등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출연한다. 또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와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함께 음악을 들려준다.

이런 구성에 대해 원 감독은 "장악원을 배경으로 하는 사극 창작뮤지컬이고,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가 제작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며 "퓨전과 믹스, 컨버전스(융합) 작품을 많이 해왔는데, 이번에 제대로 녹여내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통음악의 아름다움과 웅장함, 재미를 모두 담았다"며 "서울 대학로 뮤지컬이나 서양 라이선스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들이 모처럼 한국 창작뮤지컬의 진수를 만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 감독은 특히 음악가 추다혜와 뮤지컬 배우 윤진웅이 연기하는 갈 역을 강조했다. 갈은 사람들의 욕망을 먹고 자라는 괴물이다.

"갈은 내면의 욕망이 형체가 있는 괴물로 드러난 것입니다. 공포를 불러오는 빌런(악당)과 치유의 능력이 있는 샤먼이 결합한 매력적인 캐릭터죠. 특히 추다혜 씨의 보컬 스타일과 능수능란한 연기가 흥미로울 겁니다."

왕세자 이영 역은 서울예술단 출신 조풍래와 JTBC '팬텀싱어3'에서 준우승한 '라비던스' 황건하가 맡는다. 예술인 홍석해 역으로는 남경주, 김조순 역으로는 경기도극단 소속 한범희가 출연한다. 성율 역은 출연 예정이던 나하나가 급성 목디스크로 하차하면서 유주혜, 고은영으로 교체됐다.

실력파 창작진도 눈길을 끈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와 백시원 조명감독은 궁중 연회 공간으로 꾸며진 무대를 상상력을 동원해 다양한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최인숙 의상감독은 전통을 현대적으로 구현해낼 예정이다.

"창작 뮤지컬은 참고할 게 없어서 어느 때보다 창작진의 역할이 중요하죠. 창작진들이 상상 이상으로 저에게 자극을 주고 있어 최종 리허설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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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제공]




원 감독은 전통음악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창작활동을 해온 음악가다.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음악감독, 제100회 전국체전 총감독을 맡았고, 지난해부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예술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대종상 영화음악상도 4회나 수상했다.

원 감독이 뮤지컬 제작에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뮤지컬이 전체 공연 매출의 70∼80%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협소한 전통음악 시장에 대한 고민이 컸다"며 "뮤지컬은 전통음악부터 전자음악까지 모든 음악을 녹여내는 용광로다. 우리 정체성이 담긴 뮤지컬이라면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원 감독은 이번 공연의 목표가 경기도를 벗어나 더 높은 곳에 있다고 했다. 뮤지컬도 지속해서 제작하겠다고 밝혔다.

"'금악'은 관객과 소통하려는 의지가 분명한 작품입니다. 마음을 열면 새로운 것을 보고 듣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서울 뮤지컬 무대에서 장기간 공연할 수 있을 정도의 평가와 지지를 받았으면 합니다."

'금악'은 오는 8월 18∼29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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