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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짧고 굵게' 가능했을 텐데…'4차 대유행' 부른 방역실책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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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4차 대유행의 불길이 수도권 최고강도 거리두기 적용 2주가 지나도록 잡히지 않는다. 대유행은 수도권을 넘어 비수도권까지 직격하는 양상. 4차 대유행을 '짧고 굵게' 끝내겠다는 정부 목표는 이미 물건너 갔다. 이제 대유행의 기간을 최대한 줄여야 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돌이켜 보면 대유행의 '전조현상'이 나타날 무렵부터 확산의 사전 차단이 가능했던 시점이 있었다는 것이 의료계 분석. 과거의 결정적 시점에 제대로된 방역당국 판단이 내려졌다면 현재의 대유행은 최소한 '짧고 굵게' 끝나는 것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결정적 시점의 결정적 판단들을 되짚어 본다.


대유행 '전조현상' 시점에 8000명 집회…별도 방역 대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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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회원들이 3일 서울 종로2가에 모여 노동자대회를 하고 있다. 2021.07.03. kkssmm99@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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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600명대에서 수개월간 정체 상태이던 일간 확진 추세에 이상신호가 들어온 것은 6월 말부터였다. 6월 30일부터 일주일 연속으로 확진자 수가 700명 이상 터져나왔다. 지난 7일 1212명을 시작으로 본격화된 4차 대유행의 '전조현상'이 나타난 시점이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는 점은 정부도 잘 알고 있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언제라도 거리 두기 단계를 상향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같은날 방역 상황의 엄중함을 경고하며 민노총에 집회 철회 결정을 내려 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미 4차 대유행'이라는 경고가 지속적으로 나왔다. 전조기간의 시점에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현재가 4차 유행의 시초"라며 "지금 조정하지 않으면 확실하게 4차 유행이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델타변이에 대한 강도높은 경고도 제기됐다. 김우주 고려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지금처럼 느슨한 거리 두기가 이어지면 8월엔 국내에서도 델타 변이가 우세종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4차 대유행의 전조기간 정부의 뚜렷한 방역강화 대책은 시행되지 않았다. 변이 확산을 저지하기 위한 해외 입국자 관리 강화영역에서도 이전과 크게 차별화된 대책은 없었다.

민노총도 총리의 집회저지 촉구 다음 날 보란 듯 서울 종로일대에서 8000여명이 모인 대규모 집회를 강행했다. 아직까지 이 집회 참가자 중 확인된 확진자는 3명에 그친다. 하지만 대유행 경고음이 쉴새없이 울린 기간에 감행된 대규모 집회 관련, 사실상 특별한 방역점검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당시 정부의 소극적 방역 의지가 엿보인다는 것이 의료계 시각이다. 결론적으로 '전조기간'이라는 결정적 시점에 결정적 방역 대책은 나오지 않았고 4차 대유행이 지속되고 있다.


'방역완화 메시지'까지…전조현상 한 달전 무슨일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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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난 달 말부터 이달 초 나타난 '전조기간' 보다 더 결정적 시점은 그보다 앞선 지난 달 중순 무렵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로나19에 감염된 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잠복기는 최대 14일인데, 평균적으로 4~7일 안에 증상이 나타나 검진등을 받고 확진판정을 받는다. 때문에 일주일 간 700명대 확진자가 이어진 지난 달 말부터의 전조현상은 사실 따지고 보면 그보다 4~17일 앞서 이미 바이러스에 감염된 결과물이다. 즉 6월 중순부터 바이러스는 이미 빠른 속도로 퍼지고 있었던 셈이다.

6월 중순에도 정부는 확실한 방역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오히려 본격적으로 방역 완화 신호를 국민들에게 내보냈다. 정부는 지난달 20일 사적 모임 인원을 늘리고 다중이용시설 영업 규제를 완화하는 새 거리두기 개편안을 공개했다. 지난달 초부터는 식당과 카페의 이용시간이 자정까지 늘어난다는 메시지가 당국에서 나오기 시작했고 사적 모임 인원수 제외 등 '백신 인센티브'도 발표됐다.

의료계에서도 이 같은 정부의 방역완화 신호가 대유행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교수는 "정부의 방역 완화 메시지가 이어지며 사회 활동력이 왕성한 연령층의 이동 증가가 맞물렸고 확진자가 대폭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시점에는 7월 '백신 공백'이 이미 예견된 상태이기도 했다. 방역당국은 7월분 백신 도입 자체가 7월 말 쏠린다는 점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달 17일 '50대 일반 국민은 7월 하순 접종' 내용을 골자로 한 '예방접종 3분기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50대 접종이 시작되는 26일까지는 사실상 백신 접종률의 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였던 것.

결과적으로 7월 말까지는 코로나19에 맞써 싸울 가장 강력하고도 효과적인 무기인 백신에 공백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알고도 당시 방역 완화 신호를 내보낸 것이나 마찬가지가 된 셈이다.


비수도권에 옮겨붙은 대유행…델타 우세종 경고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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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대유행이 시작된 뒤로는 비수도권 확산을 제대로 틀어막지 못하고 있다. 정부 대책이 비수도권으로의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유행 직전 14~18%를 오간 비수도권 확진 비중은 7일 대유행 시작 후 일주일 만에 30%에 육박했지만, 지난 19일에야 비수도권에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결국 정부는 지난 25일 비수도권 일괄 3단계 거리두기 조치를 결정했다. 이미 전국 확진자 열명 가운데 네명 가량은 비수도권에서 나온 뒤였다.

비수도권에 대한 대응도 한 박자 늦었다는 의료계 지적이 나온 가운데 이제는 '우세종 델타변이' 경고가 현실화하는 단계다. 이미 지난 주 기준 델타변이 바이러스 검출률은 48%. 이번주 안에 50%를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2.4배 강한 이 바이러스의 빠른 확산으로 4차 대유행은 또 다른 변수를 맞이하게 된 셈이다.

이제 관건은 접종 공백을 틈탄 대규모 확산이 언제까지 진행될지 여부다. 26일부터 사회 활동력이 왕성한 50대 접종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경우, 거리두기 효과와 맞물려 대유행 악화 속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이미 지역사회 확산이 상당히 진행됐기 때문에 불길이 조속히 잡히기는 어려운 상태로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9월까지 접종률이 성인의 50%를 넘기기 힘들기 때문에 당분간 이런 유행이 반복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이 얼마나 빨리 이뤄지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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