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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예약에 5시간, 접종에 1시간”… 논란 속 시작된 50대 백신 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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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첫날 0시가 되자마자 백신 예약 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먹통이었다. 새벽 5시 반쯤에서야 겨우 예약에 성공했고, 오늘은 1시간 기다린 끝에 백신을 맞았다.”


26일 오전 8시 50분쯤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 아직 백신접종이 시작되기 전이었지만 접종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줄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접종실로 향하는 병원 1층 엘레베이터 앞부터 로비를 빙 두른 줄이 40m가량 세워졌고, 지하 2층 접종실 앞 10평 남짓한 공간에도 20~30명의 인원이 접종을 기다리고 있었다.

두세명의 안내 직원이 재차 거리두기를 당부했지만, 병원 1층에는 한때 60명이 넘는 접종자가 모이면서 북적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병원에서는 오전에만 총 250명의 시민이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았다. 오후엔 2시부터 4시까지 약 100명에 대한 접종이 예정돼 있다.

이날 부민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최미경(57)씨는 “오전 9시로 예약했는데 9시 55분에 접종실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로비 들어올 때 줄 서고, 엘레베이터 줄 서고, 내려서도 줄을 섰다”며 “접종은 순조롭게 마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날부터 만 55~59세 사전예약자 304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됐다. 이번주 접종자는 수도권은 화이자, 그 밖의 지역에서는 모더나 백신을 맞는다. 당초 모더나 백신만 공급받기로 계약한 수도권 위탁의료기관 251곳은 예외적으로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다.

이날 오전 서울시내 주요 위탁의료기관들은 이른 시간부터 백신 접종을 하러 온 시민들로 붐볐다. 오전 8시 30분쯤, 강동구 강동경희병원엔 택시와 자가용이 줄지어 들어섰다. 9시쯤 접종이 시작되자 70명 정원의 접종 대기자석은 3분의 2 이상 찼고, 의료진들도 접종 대기자 예진과 접종 안내 등으로 분주한 모습이었다.

9시 50분부터 접종이 시작된 성북구 샛별병원 역시 비슷한 상황이었다. 5~6평 규모의 병원 로비에 접종 대기자들이 몰리다 보니, 접종자들 중엔 혼잡함을 피하기 위해 병원 밖으로 나가 이상반응 여부를 관찰하는 사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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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강동경희대병원 코로나19 예방접종센터에서 의사들이 접종 대기자들을 예진하고 있다. /윤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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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9시쯤 서울 강서구 등촌동 부민병원 로비에서 접종 대기자들이 문진표를 작성하고 있다. /김효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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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사전예약이 시작된 이들은 백신 접종을 두고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이번 접종은 총 352만여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공급 일정은 185만명분밖에 확정되지 않아 접수 15시간 만에 예약이 중단되는가하면, 사이트 오류로 예약시스템이 먹통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부모를 대신해 백신을 예약하려는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각종 ‘편법 예약’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 모더나 백신 접종이 예정됐지만 수급 불안으로 화이자 백신도 동원됐다.

이날 오전 각 병원에서 만난 시민들은 사전예약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어렵게라도 백신을 맞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동경희대병원에서 화이자 백신을 맞은 임정선(59)씨는 “아이들이 아이돌가수 콘서트 티켓팅하듯이 몇 시간 동안 컴퓨터를 붙잡고 앉아 겨우 예약해줬다”며 “그동안은 지하철을 타도 불안하고 마음대로 돌아다니지 못했는데 이제 마음이 좀 놓인다. 다음 달에 2차 접종까지 받으면 일본에 있는 딸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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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코로나19 예방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성북구 한 병원에서 한 50대 여성이 모더나 백신을 맞고 있다. /송복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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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의원에서 모더나 백신을 맞은 권모(57)씨도 “감염 위험이 높은 콜센터에서 근무 중이라 하루 빨리 백신을 맞고 싶었다”며 “예약 경쟁이 하도 치열해서 하루 연차를 내서 겨우 예약했다. 남편은 한 시간 늦었을 뿐인데 홈페이지가 다운돼 다음날에서야 예약에 성공했다”고 했다.

같은 병원에서 만난 유복순(55)씨는 “첫 번째 예약 시도때 딸이 새벽 6시 반부터 일어나서 해줬는데도 안 되더라. 두 번의 시도 끝에 예약할 수 있었다”며 “부작용 논란이 상대적으로 적은 모더나를 맞아 다행이다. 백신에 대한 두려움이 있긴 하지만, 최근 확진자 상황을 보면 일단 접종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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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26일 오전 서울 강서구 부민병원에서 한 50대 남성이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방재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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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50대 초반(50∼54세) 약 313만명 접종은 모더나 백신 수급 불안으로 당초 계획보다 한 주 미뤄져 다음달 16일 시작된다. 이날 접종이 다시 시작된 고령층 미접종자를 포함해 50대 1차 접종은 다음달 28일 마무리될 예정이다.

다만 다음주 접종자가 맞을 백신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추진단은 주 단위로 개별 안내하겠다는 방침이다. 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국내에서 1차 접종을 마친 자는 총 1689만3124명으로 전체 인구의 33%를 기록했다.

이은영 기자(eunyoung@chosunbiz.com);김효선 기자(hyosun@chosunbiz.com);윤예원 기자(yewona@chosunbiz.com);방재혁 기자(rhino@chosunbiz.com);송복규 기자 (bgso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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