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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설득 거쳐 철거” VS “오세훈 시장이 와야”…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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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중 서울시 두 차례 방문

서울시 “오늘 중으로 철거할 것”

유족 측 “철거 포기 때까지 농성”

세계일보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왼쪽)과 김선우 4.16연대 사무처장이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앞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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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씀드리는 걸 잘 고려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 말씀을 드리려고 왔고 잘 고려해주십사 부탁드립니다.”(김혁 서울시 총무과장)

“이걸 풀어나가려면 오세훈 시장이 직접 오셔야 합니다.”(4·16연대 관계자)

이는 26일 오전 11시쯤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계획을 두고 세월호 유족 측과 서울시 관계자 간에 오간 대화다. 서울시 측이 이날 오전 중 세월호 기억공간 철거 작업을 위해 두 차례 기억공간을 방문했지만 이들 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은 채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이었다.

김혁 서울시 총무과장은 첫 방문에서 4·16연대 김선우 사무처장을 만나 철거 관련 협조 공문을 전달하고 유족과 면담하려 했으나 유족 측이 이를 거부했다. 김 과장은 취재진과 만나 “(유족 측이) 공문을 받지 않겠다고 해, 공문 요지를 구두로 말씀드렸다”며 “오늘 중으로 철거할 것이고 최대한 몸싸움 없이 원할하게 되도록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방문에서 김 과장은 유족 측과 대화한 뒤 취재진과 만나 강제철거 가능성에 대해 “이해와 설득을 통해 최대한 철거하려고 한다”만 말했다. 그러면서 “(이해와 설득이) 안 된다는 전제로 말씀드릴 수 없고 현재는 그렇게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유족 측이 요구하는 관련 협의체 등 구성 논의도 불가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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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 세월호 기억공간 인근에서 관계자가 세월호 기억관 철거 중단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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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광화문광장 재조성 공사를 앞두고 지난 5일 유족 측에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철거를 통보했다. 전날까지 기억공간에 있는 사진과 물품 등을 정리해달라는 게 서울시 요구다. 서울시가 밝힌 기억공간 철거 시한은 이날까지다. 유족 측은 이에 반대하며 현장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최현국 4·16연대 운영위원장은 “기억공간은 유가족들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세월호에 대해 기억하고 돌아볼 수 있는 공간”이라며 “서울시가 철거 포기 선언을 할 때까지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인근에서는 일반 시민들이 기억공간 철거에 반대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1인 시위에 참여한 조정구(33)씨는 “뉴스를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나왔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1인 시위 중이던 이모(60)씨는 “서울시가 이렇게 나오는 게 우리 사회가 세월호를 잊었다는 것 아니겠냐”며 “우리 사회가 아직 재난으로부터 위험하지 않느냐. 그런 걸 상기시키고자 이 공간이 필요한 건데, 서울시가 해도 해도 너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광화문 광장에는 보수 성향 유튜버 10여명이 기억공간 철거를 요구하며 “세월호 팔이 중단하라”, “광화문에서 나가라” 등 소리치기도 했다. 이들 중 일부는 공사 펜스를 넘으려고 시도해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다.

구현모, 김승환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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