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3 (화)

미국, 개학철 다가오면서 제각각 학교 내 마스크 두고 긴장·갈등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마스크를 쓰거나 쓰지 않은 미국 시민들이 23일(현지시간) 뉴욕 중심부에 있는 타임스퀘어 주변을 걸어가고 있다. 뉴욕|로이터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마국 아칸소주 스프링데일에 사는 제니퍼 카터는 다음달 중순인 학교 개학일이 다가오면서 8살짜리 딸 루시를 새 학기에 학교 대면 수업에 참여시킬 것인가, 온라인 수업을 듣도록 할 것인가를 두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미국에서는 12~17세 청소년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지만 12세 미만에게 접종이 허용된 백신은 없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미국 평균에 비해 낮은 아칸소주 정부는 학교가 학생과 교직원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지 못하도록 했다. 마스크 착용 여부를 학생과 학부모 자율에 맡긴 것이다. 카터는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현재로선 딸 루시에게 마스크를 쓰고 학교에 가라고 할 생각이지만 교실에서 한두명만 마스크를 쓴다면 코로나19 방역에 무슨 도움이 되겠냐고 불평했다. 백신을 맞을 수 없는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금지시킨 것은 최후의 방역 수단을 빼앗은 것이라는 것이다.

8월부터 새학기가 시작되는 미국 전역에서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여부를 둘러싼 갈등과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논란은 유소년들의 코로나19에 대한 취약성, 그리고 마스크 착용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린다는 데에서 출발한다. 유소년들은 성인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낮고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경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숨진 유소년은 약 500명에 달한다. 미국의 전체 코로나19 사망자 61만명 가운데 극히 적은 비율이긴 하지만 유소년이 코로나19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건 아니라는 뜻이다.

CDC는 이달초 학교 마스크 착용과 관련해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학생과 교직원은 실내외를 막론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백신을 맞지 않은 학생과 교직원은 실내에서만 마스크를 써도록 권고했다. 반면 미국소아과협회(AAP)는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대면수업의 이익이 코로나19 위험을 능가하기 때문에 대면수업을 지지한다면서 만 2세 이상은 누구나 학교에서 보편적으로 마스크를 써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실적으로 각 학교가 학생들의 백신 접종 여부를 일일이 가려내 마스크 착용 면제 또는 의무를 부과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다 유소년에게 코로나19 위험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라는 논리에서다.

지역별로도 제각각의 접근법이 나오고 있다. CNN방송은 아칸소를 비롯해 플로리다, 텍사스 등 최소 9개 주가 학교들이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것을 주 차원에서 금지시켰다고 보도했다. 반면 시카고와 보스턴, 수도 워싱턴 등 일부 대도시들은 다음달 개학 때 등교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혔다.

양쪽 모두 학부모들로부터 반발이 나오고 있다. 앞서 예로 든 카터의 경우처럼 주 정부가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금지시킨 지역에선 백신을 맞고 싶어도 맞을 수 없는 12세 미만 학생들에겐 등교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방침이 발표된 지역에서도 이에 반대하는 학부모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인 ‘미국 아이들에게 마스크 벗기기’ 회원인 로즈마리 웜리는 NBC방송에 백신이 널리 보급됐고 지역사회 감염도 낮아진 상황에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아이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강제하는 것은 불공평한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전역에 지부를 두고 있는 이 단체는 획일적인 학교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보다는 각 지역의 코로나19 실상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 우세종으로 자리잡은 델타 변이에 대한 유소년들의 취약성이 검증되지 않았고, 유소년들이 향후 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변이에도 상대적으로 덜 취약하리나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현재로선 마스크 착용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반박한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미국이 지역별로 코로나19 감염률과 백신 접종률 등이 상이한 상황에서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지침에 대한 합의를 기대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면서 결국은 지역별 실정에 맞게 대처하는 수 밖에 없다는 전문가 의견을 소개했다. 감염 사례가 폭증하는 지역은 학교뿐 아니라 공공장소 마스크 착용을 강화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느슨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버지니아주는 모든 학생과 교직원이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좋다고 권고하면서도 각 교육청별로 지역 내 코로나19 상황과 전문가 조언을 감안해 각자 지침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워싱턴|김재중 특파원 hermes@kyunghyang.com

▶ [뉴스레터] 식생활 정보, 끼니로그에서 받아보세요!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