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16 (화)

“미-중 관계 교착, 중 ‘상상의 적’ 여기는 미국 탓”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셰펑 부부장, 셔먼 부장관 만나 작심 발언

“중 악마화, 미국내 불만 잠재우려는 것”

미 국무부 “우려”로 빼곡한 성명 발표


한겨레

지난 3월18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 미국 쪽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맨 오른쪽)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오른쪽 둘째), 중국 쪽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맨 왼쪽)과 양제츠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왼쪽 둘째)이 참석했다. 앵커리지/AP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넉달여 만에 재개된 미-중 고위급 접촉이 양쪽의 인식 격차만 확인한 채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렸다. 미-중 관계 냉각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중국 외교부의 발표 내용을 종합하면, 대미외교 담당인 셰펑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오전 톈진에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을 만나 “중-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근본적인 이유는 미국 일각에서 중국을 ‘상상의 적’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작심한 듯 발언했다. 지난 3월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린 ‘2+2’ 고위급 회담 때를 떠올리게 하는 공세적인 태도다.

셰 부부장은 “미국에선 중-미 관계와 관련해 ‘진주만’과 ‘스푸트니크’를 언급한다. 이는 중국을 2차대전 당시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한) 일본과, 냉전 당시 (미국에 앞서 최초 인공위성을 발사한) 소련과 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을 ‘상상의 적’으로 규정해 악마화함으로써 미 국내의 정치·경제·사회 문제에 대한 불만을 잠재우고, 미국의 구조적인 문제를 중국 탓으로 돌리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중국의 발전을 가로막으면 미국이 안고 있는 국내외적 문제가 모두 사라지고, 미국이 다시 위대해지고, 미국의 패권(팍스 아메리카나)이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주장하는 협력과 경쟁, 적대라는 3분법적 중-미 관계 규정은 중국을 봉쇄하고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려는 허울일 뿐”이라며 “잘못된 마음을 고치고 위험한 정책을 바꿀 것을 미국에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넷 매체 <펑파이>는 셰 부부장이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쪽이 기후변화와 이란 핵 문제, 북핵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 쪽의 협조와 지지를 요청했다”며 “사실 중국은 이들 문제와 관련해 줄곧 책임있게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왔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협력은 상호 신뢰에 바탕해, 상호 이익을 전제로 이뤄져야 한다”며 “한편으론 협력을 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이익을 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미국은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26일 네드 프라이스 대변인 이름으로 “(셔먼) 부장관은 우리 그리고 우리 동맹과 파트너의 가치와 이해에 어긋나며 국제 규범에 기반한 질서를 악화시키는 중국의 행동에 대해 개인적으로 그리고 공개적으로 우려를 제기했다”는 성명을 냈다. 미 국무부는 성명에서 “부장관이 홍콩에서 중국의 반민주적 탄압과 신장에서 계속되는 제노사이드(대량 학살)와 반인권 범죄, 티베트에서의 학대, 언론 접근과 언론의 자유 축소를 포함한 인권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또한 사이버 공간, 대만 해협, 그리고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행동에 대한 우려를 말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중국에 억류된 미국과 캐나다 시민권자,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에 관한 세계보건기구(WHO) 조사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의 우려를 표했다고 발표했다 “기후변화, 마약 문제 대처 같은 국제적 이해 영역과 북한·이란·아프가니스탄·버마(미얀마) 같은 지역적 우려 문제에 대한 협력의 중요성을 확인했다“며 협력 분야를 언급하는 내용은 성명 끝부분에 등장한다. 성명 전체 절반 정도가 미국의 중국에 대한 우려로 채워졌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미국 관리가 이번 미-중 고위급 접촉에서 뚜렷하게 합의된 성과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H6s베이징/정인환 특파원 inhwan@hani.co.kr

벗 덕분에 쓴 기사입니다. 후원회원 ‘벗’ 되기
한겨레 서포터즈 벗이 궁금하시다면? ‘클릭’‘주식 후원’으로 벗이 되어주세요!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