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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이주영, 연기로 얻은 자유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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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액션 히어로 이주영 / 사진=포토그래퍼 허재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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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배우 이주영에게 연기란 자유이자 해방감이다. 가장 밑바닥에 있는 감정을 표출하면서 실제 억눌렸던 것에 대한 해방을 맛본다. 이주영이 말하는 연기의 매력이다.

동덕여대 모델학과를 졸업한 이주영은 자연스럽게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모델 일을 하면서도 영화를 좋아했다는 그는 대학교 때 부전공으로 문예창작을 선택하면서 시나리오를 쓸 정도였다고. 그러나 스스로 배우가 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단다. 이주영은 "내가 키가 175cm다. 배우를 하기에는 좀 큰 키라고 생각했다. 또 화려한 외모를 갖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이주영이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미술 전시회부터다. 그는 "친한 언니가 현대 미술 작가였다. 그 언니가 전시회 오프닝 영상을 찍자고 하더라. 새로운 걸 도전하길 좋아하는 나는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찍었을 때 있었던 분들이 영화 쪽에 계신 분들이었다. 나한테 연기가 나쁘지 않다며 연기학원을 추천해 주더라. 그래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연기에 도전한 이주영은 2015년 단편영화 '몸값'으로 데뷔와 동시에 각종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충무로의 블루칩으로 등극했다. 이주영은 "연기를 하면서 모델로 풀리지 않았던 체증이 다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나한테 정말 잘 맞고, 또 나고 덩달아 밝아졌다. 정말 운이 좋게도 '몸값'을 처음에 하게 됐다. 모델 때는 10년 동안 안 풀렸는데, 이 일을 시작하고 거의 바로 잘 된 케이스"라고 전했다.

이어 "아마 모델과 배우가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거다. 그런데 나는 극과 극이라고 생각한다. 모델은 정말 화려한 직업이다.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된다. 반면 배우는 자기의 밑바닥, 최악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야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난 배우가 더 잘 맞는다. 내가 멋있는 척을 잘 못하는 성격이다. 처음에 이런 것 때문에 모델 일이 힘들었다. 또 연기할 때는 내가 꽁꽁 잡고 있던 걸 해방시키는 느낌이다. 나는 원래 속에 있는 걸 드러내지 못하는 편이다. 감정을 드러내길 어려워 하는데 연기할 때는 다 해방된다. 나한테 자유로움과 해방감이 연기"라고 설명했다.

이후 그는 영화 '독전' '미쓰백'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아무도 없는 곳', 드라마 '라이브' '땐뽀걸즈' '보건교사 안은영'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독립영화부터 상업영화까지 폭넓은 필모그래피다.

그렇다면 이주영이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는 "일단 내가 그 캐릭터를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느냐가 첫 번째다. 연기는 길다면 긴, 몇 개월간의 작업이다. 정말로 내가 이 캐릭터에 공감해야 찍을 수 있다. 기존에는 장르적이고 캐릭터성이 강한 인물을 주로 맡았다. 이것도 나의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배우 일을 하면서 꼭 가져가야 할 부분이다. 이 안에서 변주를 하면서 새로운 색깔의 캐릭터라면 선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액션히어로'(감독 이진호·제작 한국예술종합학교)로 돌아왔다. '액션히어로'는 꿈은 액션 배우, 현실은 공무원 준비생인 대학생 주성(이석형)이 우연히 부정입학 협박편지를 발견하고 액션영화를 찍으며 악당을 때려잡는 학식코믹액션극이다. 이주영은 극중 학교에서 조교로 일하는 대학원생 선아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이주영은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액션 히어로'가 독립영화면서 상업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나랑 웃음 코드도 잘 맞아서 깔깔대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완성된 걸 봤을 때는 편집이 조화롭더라. 잘 나온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주영이 '액션히어로'에 출연하게 된 건 함께 주연을 맡은 배우 이석형과 관련이 있다. 이주영은 "이석형과의 인연은 오래됐다. 연기를 처음 시작하기 전에 같은 연기 학원에서 만났다. 이석형이 나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2~3년 정도 먼저 다니고 있어서 선배 같은 느낌이었다. 도움을 주고 친하게 지내던 중 이석형이 '액션히어로'를 제안받았다고 하면서 모니터링을 해달라고 했다. 그때 시나리오를 봤는데 너무 재밌었다. 혹시 자리가 있다면 날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는데, 다행히 감독님의 리스트에 내가 있어서 출연하게 됐다. 이런 게 인연인가 싶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액션히어로'와 만난 이주영은 선아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디테일하게 준비했다고 전했다. 앞서 이주영은 '몸값' '독전' 등에서 센 캐릭터를 맡아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맡은 선아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인물이다. 이주영은 "평범한 역할을 연기할 때는 좀 더 디테일하다. 크게 하지 않아도 드러나지 않는 어떤 걸 표현해야 되는 것 같다. 예를 들어 나는 선아를 통해 무기력한 청년의 얼굴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럴 때 무표정하면서도 그 안에 좌절이 희미하게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표현했다. 작은 것들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이주영과 선아는 닮은 점도 많다. 특히 선아가 자신의 20대를 떠올리게 한다고. 이주영은 "20대 때 모델 일을 했던 때가 떠오른다. 그때 10년 정도 했는데, 내가 유명한 모델이 아니다 보니 성취가 없었다. 무기력하고 포기도 많이 하고 좌절도 느끼고 번아웃까지 왔었다. 모델 일을 하면서 다양한 감정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선아가 일에 치여 무기력함을 이해한다"고 했다.

또 이주영은 선아처럼 현실에서 탈출하고 싶은 시간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탈출하고 싶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집을 나와 정글을 헤치고 나가는 꿈을 꿨다. 빛을 향해 나가는 거다. 20대 때는 지금 나의 현재 상황보다 더 나아지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다. 모델 일을 하면서 무작정 해외로 나가기도 했다. 보통 에이전시를 구해서 나가는데, 나는 그냥 맨몸으로 정면돌파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30대가 된 지금은 탈출하고 싶은 마음보다 책임감이 커졌다. 이제는 내가 그만 방황하고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겠다는 마음이다. 탈출 보다 어떻게 하면 가족들과 행복하게 잘 지낼 수 있을까가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돌고 돌아 자신에게 딱 맞는 배우 옷을 입고 이제는 안정감까지 느끼는 이주영이다. 그는 앞으로 카멜레온 같은 배우고 되고 싶다고 말했다. 이주영은 "항상 저를 새롭게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이게 가장 큰 고민이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이 넓고 싶다. 아직 작품을 비슷한 종류나 한정적으로 했기 때문에 내가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카멜레온 같고, 믿고 보는 배우라는 신뢰감을 주고 싶다. 또 내 연기를 보고 한 명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바랐다.

[스포츠투데이 현혜선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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