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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팀장시각] '선 넘은' 민주당 경선, 양궁 보고 배우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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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역대급 폭염에 코로나19 4차 대유행 여파로 집 안에 발이 묶이며 유난히 짜증스러운 여름, 정치권 소식이 스트레스 지수를 높인다.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찬반과 관련한 ‘적통 논쟁’에 이어 이재명 후보의 ‘백제’ 발언으로 인한 ‘지역주의 논쟁’으로 확전됐다. 넘지 말아야 선을 넘어 금기의 영역까지 침범한 형국이다.




이재명 후보의 이른바 ‘백제’ 발언을 두고 이낙연 후보가 ‘호남 불가론’이라며 강력히 반발하면서 ‘양강’ 싸움이 비화되고 있다. 주말 내내 난타전이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이 전 대표를 겨냥해 “이재명이 지역주의 조장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트리며 망국적 지역주의를 조장한 캠프 관계자를 문책하라”며 주장했다. 이낙연 후보 측이 ‘지역주의 프레임’에 자신을 가두기 위해 언론 인터뷰 발언을 왜곡하고 확대 해석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낙연 후보는 ubc울산방송에 출연해 ‘이 지사와의 경쟁이 지나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저는 자제하려고 하는데, 제 주변 사람들이 공격을 받고 있어 대꾸를 안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재명 후보 측의 공격에 따른 방어 차원이라는 설명이다.

이번 지역주의 논란은 다른 후보까지 참전했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후폭풍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호남 출신의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이재명 후보를 겨냥해 “이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고, 김두관 후보는 이낙연·정세균 후보를 겨냥해 “지역주의를 불러내지 말라”고 경고했다.

누구의 발언과 해석이 맞는지를 떠나 ‘김대중·노무현 정신’에 반하는 지역주의 소환은 국민 불쾌감만 키우고 있다. 아울러 경선 이후 정권재창출을 위한 ‘원팀’은커녕 ‘팀킬’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의원은 “김대중 정신을 얘기하면서 지역주의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말과 금도를 넘는 정치는 고인이 되신 어르신께서 결코 바라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도 말했다

무더위를 뚫고 일본 도쿄에서 들려오는 메달 소식은 청량제다. 특히 한국 여자양궁은 도쿄올림픽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9연패를 이뤄냈다. 앞서 혼성 단체전에서 남녀 양궁대표팀 막내 선수들이 한국선수단 첫 금메달을 선사했다. 여자 단체전 선수, 혼성 선수 모두 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선수들이다. 한국양궁이 30여년간 세계 최강을 유지하고 있는 데는 잔인할 정도로 공정한 대표팀 선발 방식을 꼽는다. 한국의 모든 궁사는 대한양궁협회의 원칙에 따라 계급장을 떼고 원점부터 대표선발전을 치른다고 한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도 예외는 없다. 한국양궁은 이런 공정경쟁 원칙이 지켜지고 있어 새로운 스타를 탄생시킬 수 있다.

민주당 대선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경선에서 원칙도, 금기도 사라졌다. 민주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28일 ‘원팀 협약식’을 통해 생산적 정책대결로 분위기 전환을 꾀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선을 넘은 갈등을 메우기에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도쿄행 티켓을 끊기 위해 오직 땀방울로 공정한 선발 과정을 이겨낸 양궁선수들에 비한다면 민주당 경선에 출전한 후보들이 초라하게만 보인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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