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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퇴직연금 팽창에 샅바싸움 치열…제도 개선·선진국 모델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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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적립금 운용액 260조

전년동기대비 16.8% 증가

개인형 IRP 급속도 늘어

수익률은 국내 2% 안팎

해외보다 크게 떨어져

기금형 지배구조 도입 등

선진국 벤치마킹 필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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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기하영 기자]고령화로 인한 은퇴자산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 다만 양적 성장세에 비해 수익률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과 함께 선진국형 비지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43개 금융사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금액은 260조3689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 대비(223조231억원) 16.8%(37조3458억원) 증가했다.

특히 개인형 퇴직연금(IRP)의 증가세가 가팔랐다. 2분기 개인 IRP 적립금은 41조370억원으로 전년 대비 39.2%(11조5531억원) 늘었다.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도 각각 11.4%, 18.0% 증가한 151조7891억원, 67조5428억원을 기록했다.

업권별로는 금융투자업계의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활황으로 금융투자로 유입된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퇴직연금 총 적립금 규모는 보험·은행보다 작았지만 전년 대비 23.3%(10조4975억원) 증가한 55조6021억원을 달성했다.

은행의 경우 가장 규모가 큰 135조749억원으로 같은 기간 16.6%(19조2017억원) 늘었다. 보험은 12.3% 증가한 69조6919억원을 나타냈다. 은행과 금융투자의 경우 개인 IRP 적립금이 각각 36.1%, 62.9% 크게 늘며 적립금 순증을 견인했다.

최근 1년 간 운용수익률 역시 금융투자업계가 가장 높았다. 금융투자는 DB형(1.72~6.70%), DC형(4.85~17.62%), 개인형 IRP(3.68~21.00%)를 기록했다. 은행은 DB형(0.43~1.69%), DC형(1.49~3.92%), 개인형 IRP(1.44~6.24%), 보험은 DB형(1.57~2.89%), DC형(2.12~6.51%), 개인형 IRP(1.92~10.48%)를 달성했다.

이 같은 차이는 금융투자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반면 은행은 원금 보장이 확실한 예·적금 위주로 굴리기 때문이다. 은행은 금융당국에 DC형과 개인형 IRP에 상장지수펀드(ETF)를 실시간 거래할 수 있도록 요청했으나 금융당국은 ETF 매매 중개가 은행이 할 수 있는 업무범위를 벗어난다며 불허했다.

퇴직연금 자금이동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미래에셋·NH투자·한국투자·삼성 등 4개 대형 증권사에 따르면 은행·보험에서 금융투자로 이동한 IRP 자금 규모는 1분기에만 3122억원에 달한다. 2019년(1563억원)과 비교하면 1년새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또 4개 증권사 DC·IRP에서 ETF에 투자되는 자금 규모도 1분기 1조3204억원으로 2019년(1836억원)과 비교해 7배 이상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업권간 샅바싸움보다는 수익률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과 선진국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 호주 등 선진국의 경우 퇴직연금 수익률은 7∼10%에 달한다. 반면 국내는 2% 안팎으로 크게 떨어진다. 미국, 호주의 7개년(2013~2019년) 퇴직연금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9.5%, 8.9%였다. 같은 기간 한국은 2.3%에 머물렀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원리금 보장 상품 비율은 89%인 반면 미국·호주 등 선진국들은 30~60%로 낮았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선 기금형 지배구조 도입과 기존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1992년 호주가 도입한 '슈퍼애뉴에이션'은 근로자가 원하는 펀드에 투자해 은퇴할 때까지 운용한다. 특히 가입자가 소매형 기금이나 산업형 기금, 기업형 기금, 공공기금, 소형기금 등 기금유형을 선택할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퇴직연금에 대해서 선택을 강화하는 부분은 있을 수 있겠지만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위험한 곳에 투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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