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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열사병 순직 장병 어머니 “사인은 군의 무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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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숨진 장병 어머니 SNS에 글올려

“훈련도 없이 작전에 투입…군은 예견 못했나”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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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강원도 고성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임무를 수행하다가 열사병으로 쓰러져 순직한 장병의 어머니가 “아들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었다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통한 마음을 전하며 군을 질타했다.

지난 24일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는 육군 22사단 소속 의무병 심아무개 상병(숨진 뒤 1계급 추서)의 어머니 ㄱ씨가 쓴 편지를 공개했다. ㄱ씨는 편지를 통해 “제 아이의 엄마가 장관이었거나 제 아이의 아빠가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이나 별을 단 장성이었다고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요?”라며 “자신의 청춘을 국가에 헌납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이 또 무관심속에 스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ㄱ씨는 지난 1일 아들이 수색 작전 도중 숨졌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제 아들은 지난해 12월 논산훈련소로 입소했고 의무병으로 22사단에 배치됐다. 일반의무병인 아들은 수색대원들과 함께 작전에 투입됐다”며 “방탄조끼를 입고, 방탄모를 쓰고 등에는 군장을, 앞에는 아이스패드가 든 박스를 메고 경사가 37도∼42도인 가파른 산길을 내려갔다. (본인) 몸무게의 반도 넘을 짐을 앞뒤로 메고 수색대원들과 보조를 맞추려 기를 쓰고 갔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웬만하면 힘들단 얘기도 안 하는 아인데 힘들다는 말을 세 번이나 했고, 귀대 과정 오르막에선 이상증세도 보였다”고 훈련 중에 아들에게 이상 신호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심 상병은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졌지만 ㄱ씨는 당시 군의 발 빠른 조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ㄱ씨는 “(아들이 쓰러진 뒤) 작전지역이 너무 험해 헬기로 이송이 불가능하여 결국 같이 작전 중이던 대원들이 아이를 업고 이동하다가 열이 심한 것 같으면 내려서 물을 뿌리고 아이스패드로 덮기를 반복했다”며 “아이가 쓰러진 때가 오후 12시30분 경인데 감시초소(GP)에 올라온 시간이 오후 2시55분, 차로 헬기까지 이동하는 데 또 10분, 헬기로 국군병원까지 30분…거기서 기도 확보를 한다고 시간을 지체하고 강릉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4시15분이었다”고 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심 상병은 이미 의식과 맥박이 거의 없는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심 상병은 약 8일간의 입원 생활 끝에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지난 8일 숨졌다. ㄱ씨는 “백신을 맞은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아이를, 초소(GP)에 도착하고 24시간도 안 된 아이를, 일반의무병인 아이를 훈련도 없이 수색대원들과 작전에 투입하고 훈련소에서 행군해본 것이 전부였을 아이를 헬기 구조도 안 되는 지형으로 투입(했다)”며 “어떤 안전조치도 없이, 중단되었다던 훈련을 재개하면서 이런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것이냐”고 되물었다. ㄱ씨는 “아들이 한 줌 가루가 되어 조그만 함에 담겨 있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기가 막혀 눈물밖에 나지 않는다”며 “이런 억울하고 안타까운 죽음은 우리 아들이 마지막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육군은 작전 중 순직한 고인을 상병으로 1계급 추서하고 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했다. 육군은 “고인의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필요한 후속조치를 하는 가운데 정확한 사고 경위와 원인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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