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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승' 김학범호, 운칠기삼에 웃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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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백패스 어처구니 없는 실수... 골 결정력 문제도 여전

오마이뉴스

[올림픽] 황의조 ‘자책골 나왔어’ ▲ 25일 오후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한민국 대 루마니아 경기. 한국 황의조가 루마니아 마린의 자책골에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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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에 몰렸던 김학범호가 뜻밖의 대승을 거두면서 기사회생했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순수하게 실력으로 얻어낸 승리라기보다는 운칠기삼(運七技三)에 가까웠다. 오히려 곳곳에서 불안감을 드러낸 경기력은 김학범호의 메달 도전에 여전히 의문부호를 남겼다.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은 25일 일본 이바라키 가시마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루마니아를 4-0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팽팽한 승부를 이어가던 전반 28분 이동준이 상대 진영 우측에서 올린 크로스를 루마니아 수비수 마리우스 마린이 걷어내려다가 행운의 자책골로 연결됐다.

여기에 전반 추가시간에는 루마니아 이온 게오르게가 강윤성을 가로막는 과정에서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당하며 한국은 수적 우위까지 확보하게 됐다. 기세를 탄 한국은 후반 14분 엄원상(광주), 후반 39분과 45분 이강인(발렌시아)의 멀티골을 앞세워 루마니아를 무너뜨렸다.

이로서 지난 22일 1차전에서 뉴질랜드에 0-1로 덜미를 잡혔던 한국은 루마니아를 잡고 대회 첫 승을 신고했다. B조는 4팀이 모두 1승 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한국이 루마니아전 대승에 힘입어 골득실에서 +3으로 가장 앞서며 조 1위로 올라섰다. 온두라스와 뉴질랜드(골 득실 0)가 2위와 3위, 루마니아(골득실 –3)는 최하위가 됐다. 한국은 온두라스와의 최종전에서 비기기만 해도 최소한 조 2위를 확보하여 8강에 진출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뉴질랜드와의 1차전에 비하여 나아진 점은 압박과 템포였다. 1차전에 나섰던 선수들 중 이강인(발렌시아), 권창훈(수원), 김동현(강원), 이상민(서울 이랜드), 이유현(전북)을 선발에서 제외하고 이동경, 이동준, 설영우(이상 울산), 정승원(대구)과 와일드카드 수비수 박지수(김천)를 기용했다.

첫 경기에서 정공법으로 나섰으나 상대의 조직적이고 견고한 수비에 전술적 대응이 부족했던 한국은 2차전에서는 초반부터 상대진영에서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고 측면에서 엄원상과 이동준을 활용한 스피드한 역습으로 루마니아를 흔들었다. 상대 자책골과 퇴장도 루마니아가 우리 선수들의 압박과 템포를 저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유도해낸 플레이였다. 김학범호가 올림픽에서 승리하기 위하여 어떤 콘셉트를 유지해야 하는지 해법을 보여준 경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만족할 수 없는 부분도 많았다. 김학범호는 이날 4골을 터뜨렸지만 냉정히 말하면 한 골은 상대 자책골이었고 나머지 3골은 수적 우위를 등에 업은 후반에 쏟아졌다. 이번 대회들어 정상적인 11대 11의 필드플레이 상황에서 자력으로 얻어낸 골은 아직까지 없는 셈이다.

김학범 감독이 와일드카드로 낙점한 원톱 스트라이커 황의조는 1차전에 이어 이날도 득점포 가동에 실패했다. 뉴질랜드전에서는 상대 수비수들의 집중견제에 막혔고 2차전에서는 수적 우위로 득점 기회가 몇번 있었으나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후반 7분 이동경의 스루패스를 이어받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을 맞았지만, 슈팅은 골키퍼에 막혔다.

황의조는 후반 33분 이강인과 교체돼 벤치로 물러났는데, 교체투입된 이강인이 2골을 몰아치며 황의조와 대조를 이뤘다. 와일드카드 합류 이후 평가전까지 포함하면 4경기 연속 침묵이다. 황의조가 이번 대회 김학범호의 유일한 정통스트라이커 자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를 와일드카드로 발탁하면서 오세훈-조규성같은 24세 이하 스트라이커 자원들을 모두 명단에서 제외했다. 물론 이동준-송민규-이강인 등이 상황에 따라 최전방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지만 이들은 스피드와 연계능력을 주무기로 하는 '제로톱'에 특화된 공격수들이다. 유일한 정통 공격수 자원인 황의조 역시 라인브레이커형 공격수로 포스트플레이에 능한 타깃맨과는 거리가 멀었다.

공격진의 다양성 부족이라는 문제는 이미 지난 뉴질랜드전부터 드러난 바 있다. 황의조가 상대 스리백에 막혀 고전했는데도 대체하거나 도와줄 공격수 카드가 부족했다. 김 감독은 어쩔 수 없이 1차전부터 194cm의 중앙수비수인 정태욱을 임시로 전방에 배치하는 변칙작전을 써야 했다. 이동준과 송민규의 공격수 기용은 물음표가 달리고 있고 이강인이 루마니아전에서 멀티골을 넣었다고 하지만 이미 경기가 기운 상황이었다. 뉴질랜드처럼 수비가 두텁고 체격조건이 좋은 팀을 만났을 때도 이들을 활용한 제로톱 전술이 '플랜B'가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또한 수비는 무실점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다시 한번 골키퍼 송범근의 아찔한 실수 때문에 가슴을 쓸어내려야했다. 한국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32분, 송범근은 우리 진영에서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축구를 다룬 JTBC 예능 <뭉쳐야찬다>에서 농구선수 출신 허재는 생애 첫 골키퍼를 맡았다가 백패스를 손으로 잡는 실수를 저질러 큰 화제가 된 바 있다. 축구 룰에서 같은 팀 선수로부터 온 백패스를 골키퍼가 손으로 잡으면 안 된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뭉찬>이야 아마추어 조기축구를 다룬 예능이라 웃음으로 넘어갔지만, 프로 주전급 선수, 그것도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이런 실수가 나왔다는 것은 예능이 아니라 '호러'다.

한국은 위험지역에서 간접프리킥을 허용했으나 다행히 실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주전 골키퍼인 송범근의 연이은 실수는 불안감을 남겼다. 송범근은 지난 16일 올림픽 무대 전 가진 프랑스와의 마지막 평가전에서도 후반 종료 직전 자신에게 정면으로 날아오는 평범한 슈팅을 다리 사이로 빠트리는 이른바 '알까기' 골을 허용한 바 있다. 이 골로 한국은 프랑스에 1-2로 역전패했다.

골키퍼의 실수는 바로 실점과 이어질 수 있기에 더욱 치명적이다.지난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 와일드카드로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 조현우를 기용했던 김학범 감독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골키퍼 자리에 굳이 와카를 쓰지 않은 것은 송범근의 성장을 믿었기 때문이다. 만일 중요한 토너먼트에서 이런 실수가 나왔다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더 집중력이 요구된다.

김학범호는 8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지만 엄연히 8강을 확정지은 것은 아직 아니다. 최종전 상대인 온두라스는 지난 2016 리우 대회 8강전에서 한국에 뼈아픈 패배를 안긴 안 좋은 추억이 있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에 승리한 뉴질랜드를 접전 끝에 3-2로 제압하며 만만치 않은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한국은 온두라스에 패배할 경우 무조건 탈락한다. 비겨도 된다는 것은 결코 안심할수 있는 조건이 아니다. 온두라스가 5년 전 리우 대회처럼 수비를 견고하게 갖추고 역습을 노리는 전략으로 나올 경우, 김학범호의 최대 불안요소인 골결정력은 다시 한번 시험무대에 오르게 된다.

더구나 한국은 8강에 오르더라도 A조에서 일본, 멕시코, 프랑스 등 만만치 않은 팀들을 토너먼트 첫판부터 상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김학범호는 2012년 런던 대회에서 홍명보호가 기록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하는 팀이다. 더 이상의 실수나 부진은 용납되지 않는다. 루마니아전 대승이 이번 대회에서 김학범호의 마지막 운으로 남지 않으려면 긴장감의 고삐를 더욱 조여야 할 시점이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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