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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인천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흔적' 잇따라 철거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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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무기공장 조병창 병원·노무자 사택 철거 앞둬

"일본이 지우고 싶어하는 것 우리 스스로 지울 필요 있는지" 반대 의견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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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창의 병원으로 사용됐던 건물
위쪽 사진은 1948년 당시 이 건물의 모습. 빨간 점선은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사라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이다.[주한미군 출신 노르브 파예씨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연합뉴스) 홍현기 기자 = 일제강점기 국내 강제동원 시설인 조병창과 관련한 흔적을 철거하려는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26일 인천시 등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일본군 무기공장인 조병창의 병원으로 쓰였던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 내 건물이 철거를 앞두고 있다.

유류 등에 오염된 캠프마켓 토지를 정화하기 위한 해당 건물의 철거 계획에 인천시는 최근 동의했다.

인천시는 캠프마켓 활용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민참여위원회에서 위원장 주도로 해당 건물을 철거하는 쪽으로 위원들의 의견이 모였다고 판단하고 철거에 동의한다는 취지의 공문을 한국환경공단 등에 보냈다.

문화재청은 이 건물이 문화재로서 가치가 높고 역사적 의미가 있다며 보존을 권고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캠프마켓의 토양을 정화하는 한국환경공단은 인천시립박물관의 조사 뒤 건물을 철거할 계획이다.

한국환경공단 관계자는 "인천시에서 유적을 조사할 게 있다고 해 완료하는 대로 다음 달 초 정도에 건물을 철거하고 정화작업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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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부평구 영단주택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병창 노무자들의 사택으로 쓰였던 인천시 부평구 산곡동 87번지 일원의 '영단주택' 1천여호도 '산곡구역 재개발사업' 대상지에 포함되면서 철거될 처지에 놓였다.

영단주택은 과거 경인기업주식회사라는 곳에서 조성해 현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신인 조선주택영단에서 관리했다. 이곳에서 일제강점기 조병창의 조선인 노무자들이 살았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영단주택이 역사·건축적으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며 일부라도 보존해달라고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부평구에 요청했으나 재개발조합은 남기는 건축물 없이 모두 철거한다는 계획이다.

조합은 감정평가와 조합원 분양 신청 접수까지 완료했다. 조만간 관리처분 계획 총회를 거쳐 인가를 받으면 이곳 시설물 철거가 진행된다.

부평구 관계자는 "예전에 일부 건축물이라도 남기는 방안을 조합 측과 논의했으나 어렵게 됐다"며 "현재 조합은 전체 건축물을 다 철거한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평동에 남아 있는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 '미쓰비시 줄사택'은 문화재청의 보존 권고가 나온 지 9개월이 넘게 지났으나 아직도 보존 여부가 결정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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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쓰비시 줄사택
[인천시 부평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이 관리하는 군수물자 공장인 미쓰비시 제강 인천제작소 노무자가 살았던 곳이다.

부평구는 당초 주차장을 조성하려고 줄사택 철거 계획을 세웠으나 지난해 10월 문화재청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의 실상을 보여주는 근대 문화유산'이라며 '시대적 아픔을 잊지 않기 위해 보존 및 활용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보존을 권고했다.

부평구는 최근에야 전문가·주민·구의원 등이 참여하는 줄사택 관련 민관협의체를 구성했고, 보존 여부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역사·건축 등 관련 분야 전문가들은 일본이 감추고 싶어 하는 국내 강제동원의 증거를 스스로 철거하는 것에 여전히 반대 의사를 표했다.

배성수 인천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은 "일본은 태평양전쟁 패전 후 피해자로서의 기억만을 부각하려 애써왔다"며 "일본이 그토록 지우고 싶어했던 가해의 기억을 우리가 나서서 철거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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