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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30 (토)

역대급 실적 낸 금융지주들…중간배당 보따리 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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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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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금융지주들이 앞다퉈 중간배당에 나섰다. 은행권에 대한 금융당국의 배당 제한 조치로 올해 상반기 배당성향을 20% 이내로 설정했던 만큼, 하반기에는 '주주 달래기'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상 처음으로 4대 금융지주의 동시 중간배당도 점쳐지면서 낙폭이 컸던 금융지주들의 주가 반등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금융지주사, 잇따라 중간배당 결정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상반기 실적발표를 마친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주당 150원의 중간배당금을 결정했다. 배당기준일은 오는 30일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4조원가량을 이익잉여금으로 이입한 바 있다. 배당 가능한 이익을 확대하겠다는 취지다.

이성욱 우리금융 재무부문전무(CFO)는 지난 21일 진행된 콘퍼런스콜에서 "장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며 "향후 중간배당을 지속할지는 연말에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KB금융지주도 지난 22일 열린 이사회에서 주당 750원의 중간배당을 결의했다. 지주 출범 후 첫 중간배당 결정이다. 이환주 KB금융 부사장(CFO)은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배당성향을 (금융당국 권고에 따른) 축소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며 "앞으로 수년간 중기적으로 배당성향을 30% 수준으로 꾸준히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이사회를 열고 주당 700원의 중간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년 동기보다 200원 늘어난 수준으로, 총 2041억원 규모다.

이후승 하나금융 재무총괄 부사장(CFO)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전년과 동일한 주당 500원 수준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중간배당은 지난해 배당을 감안해 주당 700원으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KB금융, 하나금융에 이어 우리금융도 중간배당을 결의하면서, 오는 27일 실적발표를 앞둔 신한금융지주도 중간배당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커졌다. 만약 신한금융까지 중간배당을 결의한다면 사상 첫 동시 중간배당이 된다. 그간 4대 금융지주 중 중간배당을 시행한 건 하나금융이 유일했다.◆중간배당 결정 배경된 ‘어닝 서프라이즈’

이처럼 금융지주들이 일제히 중간배당을 결의하고 나선 이유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한 만큼, 더 이상 주주환원 정책을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KB금융의 경우 올해 상반기 전년 동기보다 44.6% 증가한 2조47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핵심이익이 견조하게 성장한 가운데, M&A를 통한 비유기적 성장으로 강화된 이익안정성과 지난해 2분기 추가 대손충당금 전입에 따른 기저효과가 발생한 결과다.

하나금융도 올해 상반기 1조75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보다 30%가량 오른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우리금융도 올해 상반기 1조419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반년 만에 작년 연간 수익(1조3072억원)을 뛰어넘은 사상 최대 실적이다.

금융지주들은 금융당국의 배당제한 권고가 종료됐다는 점에서 중간배당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1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국내 은행지주회사와 은행에 배당성향(총배당금/순이익)을 20% 이내로 실시해줄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될 경우 일부 은행의 자본여력은 충분하지 않을 수 있어 당분간 보수적인 자본관리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금융위의 배당성향 권고는 올해 경제성장률 –5.8%와 2022년 0.0%, 2023년 0.9%의 장기침체 시나리오에 기반한 것으로 배당 자제 권고의 적용 기간은 지난달 말까지였다.

이에 KB금융, 하나금융은 역대 최대 순이익에도 불구하고 올해 초 배당성향을 20%로 축소했으며, 우리금융도 배당성향을 20%로 맞췄다. 금융당국의 스트레스 테스트를 통과한 신한금융만이 금융당국 권고를 넘어선 22.7%의 배당성향을 결정했다.

이후 다시 진행된 스트레스 테스트에서 모든 은행과 은행지주가 보통주 7%(D-SIB 기준 8%), 기본자본비율 8.5%(D-SIB 9.5%) 총자본비율 10.5%(D-SIB 11.5%) 등 의무비율을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간배당 또는 분기 배당시행 여부를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단, 중간배당을 포함한 금융지주들의 배당성향은 26%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이 배당성향 제한 권고를 종료하면서 단서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배당성향을 유지할 것’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은행권의 평균 배당성향이 26%였던 만큼, 금융지주들은 배당성향을 목표치인 30%까지 당장 높일 수는 없는 상황이다.◆코로나19 확산세 심각한데… 자본 관리 문제없나

금융지주의 중간배당 결정을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 들어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 속도가 심해지고 있어, 중간배당 결정이 은행 및 금융지주들의 자본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하나금융의 경우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우려해 중간배당 규모를 예정보다 축소했다. 이후승 하나금융 CFO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로 계획한 중간배당 금액보다 조금 줄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당초 예정대로 오는 9월 말 ‘소상공인 대출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금융지주의 대손비용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은행 및 금융지주의 건전성이 악화될 우려도 있다. 만약 해당 조치가 연장되더라도 잠재된 부실이 이연되는 것으로, 향후 대응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금융지주들은 그간 성장성보다는 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관리에 집중해온 만큼, 중간배당이 자본관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연간으로 보면 올해 최고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돼 배당은 지난해 수준 이상까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하반기에도 성장성보다는 건전성 및 자본적정성 관리에 내실을 기할 계획으로, 질서있는 배당정책의 정상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봄 기자 spring@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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