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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盧 탄핵’ 논란 이어… 與 경선서 되살아난 ‘망국적 지역주의’ 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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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탄핵’ 논란 이어 전선 확대

이재명, 2020년 이낙연과 만남 거론하며

“백제가 한반도 통합한 예 없었다” 말해

이낙연 “호남 출신 확장성 문제 삼아”

정세균도 “민주당 역사상 최악의 발언”

이재명측 “덕담차원 얘기 지역주의 몰아”

녹취록 공개하며 이낙연 공개사과 요구

이낙연·김경수 통화 놓고 ‘文心’ 논란도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가 25일 오전 광주 서구 민주당광주시당 대회의실에서 지역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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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이 지역주의를 소환한 구태로 얼룩지고 있다. 유력 대권 주자인 이재명 경선후보의 ‘백제 발언’을 두고 이낙연·정세균 경선후보 등 호남권을 지지기반으로 둔 경쟁 주자들이 반발하면서다. 이들은 지지층 확대 및 결집을 위해 ‘친문(친문재인)’ 정체성을 강조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적장자’임을 자처해왔다. 아울러 노 전 대통령 탄핵 책임론을 거론하며 공방을 벌이다가 이번엔 네거티브 소재로 지역주의를 소환하며 진흙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경선주자 간 지역주의 논쟁은 이재명 후보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내놓은 ‘백제 발언’의 엇갈린 해석에서 비롯됐다. ‘덕담’ 차원의 이야기를 이낙연 후보 등이 지역주의로 둔갑시켜 네거티브를 일삼고 있다는 것이 이재명 후보 측 주장이다.

이재명 후보는 해당 인터뷰에서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던 지난해 7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이낙연 후보가 경기지사인 자신을 방문했던 사실을 소개하며 “백제, 호남 이쪽에서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예가 한 번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낙연 후보가 전국에서 매우 골고루 득표하고 지지를 받고 계셔서 ‘이분이 (대선에) 나가서 이길 수 있겠다’, ‘내가 이기는 것보다 이 분이 이기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낙연 후보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인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차기 대통령이 되는 것이 자신이 되는 것보다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다.

경쟁 주자들의 해석은 달랐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낙연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호남 출신 후보의 확장성을 문제 삼았다”면서 “국가 지도자가 되겠다는 분의 시곗바늘이 한참 뒤로 돌아갔다. 안타깝다”고 포문을 열었다. 전북 진안 출신인 정세균 후보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역적 확장성 운운하는 것은 민주당의 노선과 정책, 태도와는 전혀 맞지 않는 것으로, 당원과 국민에게 진정성을 갖고 사과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페이스북에선 “가볍고 천박하며 부도덕하기까지 한 꼴보수 지역 이기주의의 역사인식이며, 확장력을 출신 지역으로 규정하는 관점은 일베(일간베스트)와 같다”고도 했다.

이재명 후보 측은 ‘악의적 왜곡’이라며 반발했다. 이 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이낙연 후보를 향해 “가짜뉴스로 원팀을 훼손하고 지역주의를 조장하는 캠프 관계자에 대한 제지를 요청한다”면서 논란이 된 언론 인터뷰 녹취록 전문을 공개했다. 이 후보 측 우원식 선거대책위원장과 박홍근 비서실장, 박찬대 수석대변인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의 심장인 호남에 대한 따뜻한 애정이 담긴 인터뷰를 지역주의 조장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낙연 후보에게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정성호 의원은 “일인지하 만인지상에 있던 분들이 자기를 키워준 호남을 이용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세 분의 대통령이 그토록 극복하려던 지역주의 망령을 끄집어내 사실을 왜곡하고 나라를 분열시키려는 행태를 보이는 데 분노를 참을 수 없다”며 정세균·이낙연 후보를 싸잡아 비난했다.

세계일보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경선 후보(가운데)가 지난 24일 울산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열린 ‘플로깅’(조깅하면서 쓰레기 줍는 운동) 행사 현장을 방문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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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후보 측이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으로 유죄가 확정된 김경수 전 경남지사와 통화 내용을 공개한 것을 두고도 주자들 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두 사람의 통화에서 김 전 지사는 “(문재인) 대통령을 잘 부탁드린다”고 했고, 이낙연 후보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대통령을 잘 모시겠다”고 대답했다는 것이 이 후보 측 설명이다. 이를 두고 이재명 후보 측 김남국 의원은 “김 전 지사를 위로하기 위한 대화 내용을 마치 선거에 이용하듯 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며 “일부러 문심(문 대통령의 심중)이 여기 있다는 식으로 오해하게 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쟁 주자인 김두관 후보는 페이스북에 “적통에, 탄핵에, 이젠 전화통화 시비까지. 두 분 다 그만하라”고 지적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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