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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단독]"서울시 생활치료센터 구호물품 70~80%가 버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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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시 공무원 내부게시판에 문제 제기

“필수지급 품목 적절한 수요 조사 없어”

“세탁기도 없는데 800g 가루세제 포함”




경향신문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7일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 만들어지는 생활치료센터를 방문해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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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생활치료센터에 입소한 경증·무증상 코로나19 확진자에게 제공되는 구호박스 물품이 대부분 사용되지 않고 버려진다는 지적이 서울시 내부에서 나왔다. 필수지급 품목 등에 대한 적절한 수요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결과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최근 서울시 공무원 전용 내부게시판에는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에게 주는 구호박스 품목, 개선이 시급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생활치료센터 근무자’라고 밝힌 이 공무원은 “이곳의 운영지원팀원들이 계속 문제제기를 하시고, 제가 보기에도 너무 불합리해 보여서 개선을 건의드린다”고 밝혔다.

게시글을 보면 생활치료센터 입소자에게 지급되는 구호박스 내 품목은 36종으로, 입소자 퇴실 후 방을 치우다보면 물품의 70~80%가 뜯지도 않은 상태에서 버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성자는 치료센터에서 필요없는 물건이 지급되는 점, 필요한 물품이지만 과다하게 지급되는 점,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제품이 지급되는 점 등을 개선대상으로 지적했다.

작성자는 세탁기도 없는 치료센터에 구호물품으로 800g 용량의 가루세제가 지급되고, 일반 가정에서 영구적으로 사용하는 청소용품이 구호용품에 포함돼 있어 낭비라고 밝혔다. 작성자는 게시글을 통해 “입소하신 분들 중에 청소하는 분들은 거의 없어 청소용품도 그냥 다 버려진다”면서 “폐기물 통을 매일 새로 주는데 휴지통은 또 왜 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는 “뜯지도 않은 새 물건이라고 해도 오염된 것이라고 전체를 다 폐기하는데 생각할수록 너무 아깝다”면서 “(지적한) 물건들을 사용하는 분들도 계실텐데 그건 요청하면 드리면 되지 않겠느나”고 개선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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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에 만들어지는 생활치료센터 내부에 17일 입소자를 위한 비품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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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센터에 머무는 기간에 비해 과다하게 지급되는 물품들도 언급됐다. 200개 들이 면봉, 50개 들이 위생장갑을 비롯해 커피믹스 50봉지, 원두커피 10봉지, 녹차 50티백 역시 대부분 그대로 버려진다는 것이다. 입소자들은 치료센터에서 지급받은 물건을 가정으로 가져갈 수 없다. 심지어 손톱깎이는 날이 들지 않고, 이불은 옷 등에 이염이 된다는 민원도 들어온다고 지적했다. 해당 글은 게시한지 닷새만에 조회수가 3000건을 돌파했다. 작성자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치료센터 종사자들의 댓글도 50개 이상 달렸다. 게시글과 별개로 도시락 단가 점검을 요청하는 댓글도 이어졌다.

게시글에 이어 댓글까지 이어지자 서울시는 지난 23일부터 지급품목을 대폭 개선하기로 한 것으로 25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서울시는 해당 글이 게시된 직후 즉시 지원물품 개선방안을 조사해 23일 입소자부터 구호물품을 변경,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사용률이 낮은 가루세제나 건전지, 면도기, 폼플렌저 등은 구호물품에서 제외하되 입소자가 요구할 경우 제공하는 것으로 바꿨다. 과다 지급된 면봉, 치약, 커피, 휴지 등은 용량을 줄여 지급하기로 했다. 이염현상이 발생하는 이불 등은 제품교체 등을 통해 품질을 높인다는 방침도 세웠다. 손톱깎이 역시 지급품목에서 제외했다. 지퍼팩이나 휴지통, 청소도구, 바구니, 욕실슬리퍼 등은 공용물품으로 전환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지급 품목은 32개에서 24개로 축소됐으며, 구호박스 1개당 10만6000원에 달하던 가격도 7만7110원으로 낮아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종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지속적으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각종 생활물품에 대한 품목 및 수량조정 등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예산절감 및 입소자 이용편의 제공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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