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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도심속 시한폭탄, 노후건축물④·르포] 50년 넘은 상가아파트…"불나면 소방차도 못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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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건폐율 이미 초과…재건축도 쉽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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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이 넘는 건물인데 노후화한 걸 말로 해야 아나요. 손자들이 할머니 여기서 어떻게 사냐고 말한다니까요."(진양상가아파트 거주자 78세 이모씨)

22일 진양상가아파트에서 만난 이씨는 "이곳에서 20년간 살아오면서 불편하고 위험하다고 느꼈던 경우가 너무 많다"며 "개인적인 수리는 필수고 전체적인 수리나 재건축, 리모델링 등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도관이 노후화해 녹물이 나와 수리를 자주 해야 하고, 밖으로 물도 샌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게 흘러나온 물이 노후화한 배선에 닿으면 합선으로 인해 불이 날 것이라는 걱정도 늘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지하에서 언젠가 불이 난 적이 있는데 환기시설이 없어 연기가 빠지질 않았다"며 "옥상으로 대피했지만 질식해 죽는 줄 알았다"라고 덧붙였다.

1968년 준공된 진양상가 위에 위치한 진양상가아파트는 오래된 주상복합이다. 인현상가와도 인접해 있다. 진양상가 상인과 인현상가 등 주변 상가 상인, 아파트 입주민 등 700여명의 의견을 모았다는 진양·인현상가 환경개선추진위원회 이영상 위원장은 "노후배관 문제도 있고, 소방시설 등도 미흡하다"며 "재건축 혹은 리모델링 등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후 건물일수록 세심한 관리를 통해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철우 시엘에스이엔지 건축구조기술사는 "상가와 아파트가 따로 있는 곳이기 때문에 배관 등 전체적인 설비를 바꾸기 위한 비용을 모으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교체 주기가 늦어질 경우 설비 노후화로 인한 여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노후 건축물이라 내부에 먼지 등이 크게 쌓여있을 것"이라며 "먼지는 화재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철우 건축구조기술사는 또 "해당 상가 근처 건물 노후도 등을 조사했던 경험이 있는데 구조적으로 노후화가 심한 경우가 많았다"며 "해당 상가도 노후화가 심할 가능성이 있으니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고 관리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이 당시 건물들은 내진에 대한 설계가 아예 돼 있지 않아 천재지변에도 취약한 문제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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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입주민들의 요구처럼 재건축은 어려운 상태다. 서울시의 도시재생실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보면 해당 건물은 건설 당시 부지에 꽉 차게 지어져 용적률 건폐율 등이 현재 법 기준을 상당히 넘은 상태"라며 "상가를 새롭게 다시 짓는다면 용적률이 최대 800%일 텐데 해당 상가 용적률은 현재 1000% 가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진양상가 옆에 건설 중인 공중보행로가 화재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불만을 표했다. 공중보행로는 서울시가 도시재생사업의 목적으로 종묘 앞 세운상가부터 진양상가까지 약 1㎞에 걸쳐 7개 건물을 보행로로 연결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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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상가부터 대림상가까지는 공중보행로가 완공됐고 대림상가부터 호텔피제이, 삼풍상가, 진양상가까지 잇는 2단계 보행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중보행로는 서울시의 소유다.

이영상 위원장은 "서울시의 공중보행로는 상가 바로 근처 상공을 막고 있어 상가와 주변에 불이 났을 때 소방차의 움직임을 제한할 것으로 보인다"며 "공중보행로 사업을 계속 진행하겠다면 소방시스템과 배관교체 등을 해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재생실 관계자는 "공중보행로로 인한 소방차 진입 문제 등도 법을 검토한 후 합법적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편 진양상가뿐 아니라 주변 인쇄 골목 등 노후지역을 묶어서 한꺼번에 재개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진양상가 근처에서 50년 이상 살며 공인중개업을 해왔다는 B씨는 "일제강점기 때 들어온 건물도 있는데 그때부터 바뀐 게 없다"며 "상하수도가 제대로 구성돼 있지 않아 화장실이 없는 점포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한 건물의 관리인을 맡고 있는데 다들 그 건물 화장실을 이용해 한 달 수도세가 25만원씩 나온다"며 "하수관도 노후화해 거리의 악취도 심하며 전선 등이 이리저리 널려있어 화재 위험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서울시 관계자는 "재개발은 시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노후화한 건물들을) 개인적으로 정비하고 건축할 수 있게 하는 등 방안을 마련 중"이라며 "올해 말까지 적용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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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sdk6425@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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