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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지역주의 '휴화산' 또 터진 與…경선판 시계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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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 파급력 예측불허…盧 이어 文대통령도 '호남홀대' 곤욕

"이낙연이 무리수 뒀다" vs "이재명이 진화, 해명해야"

연합뉴스

사퇴 촉구하는 시민 곁 지나는 이재명 지사
(광주=연합뉴스) 조남수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5일 광주 서구 치평동 더불어민주당 광주광역시당에서 지지자와 후보 사퇴를 촉구하는 시민들을 지나 기자간담회 장소인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2021.7.25 iso64@yna.co.kr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설승은 홍규빈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서 지역주의가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사생결단식 진흙탕 공방 속에서 금기나 다름 없는 영호남 지역주의의 뇌관이 터지면서 표심과 판도에 어떠한 파급력을 미칠지 주목된다.

◇ 이재명-이낙연 사활 건 공방…호남홀대론 다시 불거질까

이번 경선 과정에서 또다시 불거진 지역주의 논란은 '영남 역차별'을 시작으로 한 이재명 경기지사의 지역 관련 발언을 호남 출신인 이낙연 전 대표가 문제삼으면서 확산되는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특히 "5천년 역사에서 백제 쪽이 주체가 돼 한반도 전체를 통합한 때가 한 번도 없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이긴다면 역사라고 생각했다. 결국 중요한 건 확장력"이라는 이 지사의 '백제 발언'은 이 지사 우위의 경선 판도를 뒤흔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백제 발언을 '호남후보 불가론'으로 규정하며 파상 공세에 나섰고, 이 지사는 즉각 '망국적 지역주의 조장'이라고 맞받아치며 사과를 요구했다.

지역주의가 민주당내 선거에서 갖는 휘발성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호남민의 피해의식과 맞닿아 있는 '호남홀대론'은 과거 잊을 만하면 작동하며 당내 선거를 넘어 정치 지형을 바꿔놓기도 했다.

가장 가까운 사례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의 분당 과정이었다. 2015년 2·8 전당대회에서 친노 주류의 대표주자로 나선 문재인 후보는 박지원, 이인영 후보에 완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결과는 박 후보에 3.52% 포인트차 신승이었다. 전남 출신인 박 후보의 '호남홀대론'과 '부산정권론'이 갈수록 힘을 받으면서 호남 기반의 당심이 문 후보를 이탈했기 때문이었다.

호남홀대론은 전대 후 더 위력을 발휘해 당시 안철수 김한길 박지원 등 비노계의 집단 탈당과 창당, 2016년 총선에서 호남 지역구를 석권한 국민의당의 녹색돌풍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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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흔드는 이낙연
(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24일 오전 울산시 중구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열린 플로깅(조깅하며 쓰레기를 줍는 운동) 행사 현장을 방문해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2021.7.24 yongtae@yna.co.kr



◇ 盧 "이회창 싫어서 호남이"…임기 내내 부담

과거에도 민주당은 대선 길목을 비롯한 굵직굵직한 정치적 고비에서 지역주의 문제로 집안싸움을 벌였다.

2012년 8월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이 한창일 때, 당시 문재인 후보 측은 영남 출신인 문 후보의 광주 방문을 '호남 상륙작전'으로 표현했다가 한바탕 시비에 휘말렸다.

문 대통령은 또 2006년 5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통령도 부산 출신인데 부산시민들이 왜 부산정권으로 안 받아들이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지역주의 논란을 비켜가지 못했다. 2003년 9월 호남지역 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호남사람들이 이회창 후보가 싫어서 나를 찍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

농담조였지만 호남의 거센 반발을 샀고, 여권 내 비주류의 주요 공격 소재가 되면서 임기 내내 부담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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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2·8전대에 출마한 박지원, 이인영, 문재인 후보(왼쪽부터)
자료사진



◇ '대다수' 호남 당원의 마음은…이낙연에 유리?

호남은 선거 때 특정 당과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전략적 투표' 양상을 보인다. 민주당에선 호남의 선택이 권력의 향배를 좌우하기에 모든 후보가 호남의 바닥 민심잡기에 사활을 건다.

당 안팎에서는 선거철에 지역주의 논란이 자주 불거지는 근본적 이유로 현재 약 70만명에 달하는 권리당원의 분포를 꼽는다.

이들의 절반가량이 호남에 몰려 있고 다른 지역과 젊은층 또한 호남 출향민과 그 2세대가 대다수여서 당 지도부나 후보로선 지역 정서를 살필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백제발언' 파동이 양강으로 바뀐 경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후보별 유불리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26일 통화에서 "이 지사의 인터뷰 전문을 잘 보면 그 말(호남불가론)이 아니다. 이낙연 후보 쪽이 무리수를 둔 것 같다"며 "호남 사람들일수록 지역주의 이용에 더한 거부반응이 있다. 역풍까지는 아니어도 이 전 대표 이미지에 부담은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장은 "이 지사가 '표 확장력'도 아니고 '지역적 확장력'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대단히 신중하지 못했다"며 "이 논란을 어떤 식으로든 진화하거나 해명하는 모멘텀을 갖지 않는 한 두고두고 비판이 따라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 경선주자 캠프 관계자는 통화에서 "영남 출신인 이 지사가 지역 확장성을 거론한 것 자체가 지역차별의 피해를 본 호남의 아픔을 건드린 것"이라며 "2015년 박지원 후보에게 질 뻔한 문재인 후보 사례에서 보듯 이 전 대표 측의 공세에 말려들어 계속 맞설수록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goriou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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