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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인앱결제 방지법’ 방통위 관할에…구글이 안도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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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아닌 방통위가 제재 맡아

경쟁법 경험 부족 ‘규제 공백’ 우려

방통위 제재는 1심 판결 효력 없어

구글, 행정소송 1심~3심 모두 가능

국회서도 “기업은 방통위 선호할 것”

방통위, 소송 패소땐 다시 제재 못해

“거래 지위 남용, 집행 쉽지 않아” 지적


한겨레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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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입장에서는 1심부터 진행하는 게 좋으니까 공정위보다는 방통위 제재를 선호할 수 있겠네요?”(양정숙 의원)

일명 ‘인앱결제 방지법’으로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향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안에 앱마켓 사업자의 일부 불공정거래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제재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경쟁법 집행 경험이 부족한 방통위가 관할권을 가질 경우 ‘제재 공백’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본다.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25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지난 20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다룬 전체회의에서 공정위 대신 방통위가 앱마켓 제재 권한을 갖는 것의 문제점이 논의됐다. 양 의원은 두 기관의 제재 효력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정위 의결은 1심 판결의 효력을 가진다. 기업이 공정위 제재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면 2심과 3심, 즉 두 번의 기회만 주어진다. 반면 방통위 제재는 1심 효력이 없기 때문에 기업이 행정소송 1심부터 3심까지 세 번 더 판결을 받아볼 수 있다. 양 의원의 발언은 기업 입장에서는 다퉈볼 여지가 더 많은 방통위의 제재를 선호하지 않겠느냐는 취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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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방통위 관할을 반길 만한 이유는 또 있다. 전문가들은 방통위가 경쟁법 집행 경험이 전무하다시피 하다고 우려한다. 전문성이 부족한 상태에서 제재 권한을 가져가면 상당 기간 실제 법 집행에 나서지 못하면서 ‘규제 공백’ 사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겨레>가 2017년 이후 방통위가 공개한 의결서 481건을 분석한 결과, 전기통신사업자의 공정 경쟁과 관련된 위법 행위를 다룬 심결은 0건이었다. 개인정보 보호 법규나 단말기유통법 위반 행위를 다룬 사건이 대부분으로 89.2%(429건)에 이르렀다.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한 심결은 39건이었는데, 이 중 33건이 이용자 이익 저해(50조1항5호)나 이용약관 거짓 고지(50조1항5의2호)를 다뤘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사업자 간 차별이나 지나치게 비싼 가격 설정 등 공정 경쟁과 관련된 행위도 금지하고 있지만, 방통위가 이런 조항을 적용해 제재를 부과한 적은 2017년 이후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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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가 제재를 시도했다가 행정소송에서 진다면 더더욱 문제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상 방통위가 같은 법 50조1항을 근거로 제재한 행위는 공정거래법으로 다시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17년 이후 방통위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으로 제재한 유일한 글로벌 기업은 페이스북인데, 방통위는 행정소송 1·2심에서 모두 페이스북에 패소했다. 미국 구글이나 애플 같은 앱마켓 사업자에 대한 경쟁법 집행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거론되는 까닭이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ICR센터 소장)는 “특히 이번 개정안에 포함된 거래상 지위 남용은 정밀한 경제분석이 필요해 집행하기 매우 까다로운 조항”이라며 “방통위가 이를 제대로 다루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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