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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단독] 경찰, '수산업자 금품수수' 주호영 의원 청탁금지법 입건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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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한우 등 3차례 200만원 상당 수수 포착
120만원 대게 수산업자 통해 스님에 전달도
경찰, 스님 조사 "수산업자가 직접 대게 배달"
식당 주인 "번쩍거리는 차에 대게 싣고 왔다"
주 의원 측 "대게 본 적 없고 받은 적도 없다"
한국일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은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를 통해 스님에게 대게를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대게를 받은 스님이 머물렀던 경북 경주 한 사찰의 선원 전경. 경주=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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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로부터 수산물 등을 제공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주 의원이 입건될 경우, 현직 국회의원 중에선 처음으로 가짜 수산업자 금품수수 사건에 연루돼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주 의원 이외에도 김씨를 알고 지내던 전·현직 정치인들이 적지 않아, 경찰 수사가 정치권으로 확대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25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최근 주 의원이 김씨로부터 200만 원 상당의 수산물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제공받은 단서를 잡았다. 김씨는 주 의원 측에 대게와 한우세트를 한 차례씩 보냈으며, 주 의원과 친분이 있는 A 스님에게도 주 의원 부탁을 받아 120만 원 상당의 수산물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은 1회 100만 원을 초과하거나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도록 규정돼 있다. 주 의원이 김씨로부터 받은 수산물 등의 총액은 300만 원을 초과하진 않지만, 김씨가 A 스님에게 제공한 수산물 가액은 1회 기준인 100만 원을 넘는다.

경찰은 이달 초 A 스님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해 '주 의원이 선물을 보내서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과 친분이 있는 A 스님은 지난 동안거(冬安居ㆍ겨울철 3개월간 외출을 금하고 한데 모여 수행하는 일) 기간 경북 경주 사찰의 선원(禪院ㆍ스님들이 모여 공부하고 참선하는 장소)에 머물렀다. A 스님은 올해 2월 당시 같은 선원 소속이었던 승려 4명과 사찰 인근 식당에서 가진 식사 모임에서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직접 대게를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A 스님 일행의 모임 장소로 찾아가 대게를 전달했으며, 이 자리에 주 의원은 동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5선 의원인 주 의원은 국회 불자모임인 정각회 회장을 지냈고, 현재는 명예회장으로 스님들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때 A 스님과 같은 선원에 몸 담았던 한 스님은 한국일보 기자를 만나 "주 의원이 절에 와서 A 스님 앞으로 대중공양(신도가 스님에게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한 적이 있다"며 "A 스님도 주 의원과 친분이 있다면서 같이 대게를 먹은 사진을 보여준 적이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이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로부터 받은 대게를 스님 등과 나눠 먹은 것으로 추정되는 경북 경주 사찰의 인근 식당. 경주=이유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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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 주변에선 주호영 의원이 또 다른 스님 및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과 한자리에서 식사하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나왔다. 사찰 인근에서 만난 한 식당 주인은 "주 의원과 스님이 1, 2년 전 식당에 몇 차례 왔는데 한번은 같이 온 사람이 번쩍거리는 고급차에 대게를 박스로 가져온 적이 있다"며 "그 사람이 대게 사업을 하는데 오늘 많이 잡아서 갖고 왔다고 했다"고 전했다. 해당 식당은 본래 대게를 취급하지 않으나, 당시 일행이 쪄서 갖고 온 대게를 식탁에 함께 내줬다고 한다. 경찰이 파악한 올해 2월 식사 모임 이외에 김씨 측의 수산물 제공이 더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주 의원이 '가짜 수산업자' 김씨로부터 수산물 등을 제공받은 정황이 뚜렷해짐에 따라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금주 중 주 의원에 대한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 의원은 언론인 출신 정치인 송모씨 소개로 김씨를 알게 됐으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배모 총경을 김씨에게 소개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배 총경은 최근 한국일보와 만나 "올해 초 포항남부경찰서장에 부임했는데, 고등학교 선배(대구 능인고)인 주 의원이 '포항에서 수산업을 크게 하는 사업가가 있는데 서로 알고 지내면 좋을 것'이라고 말해서 김씨를 만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주호영 의원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주 의원은 문자메시지로 "나는 (김씨로부터) 대게를 제공받거나 본 사실조차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경주=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포항=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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