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꿉꿉한 ‘무더위’를 쾌적한 ‘無더위’로… 친환경 ‘제습 냉방’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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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대체할 신개념 냉방기술 눈길

동아일보

이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휴마스터 대표)이 제습을 통해 실내를 시원하게 만드는 냉방장치 ‘휴미컨’을 선보이고 있다. KIS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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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내 창업기업 ‘휴마스터’. 더위를 뚫고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에어컨에서 나오는 냉기와는 다른 색다른 시원함이 느껴졌다. 책상 위 온도계는 28도를 가리켰지만 별로 덥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휴마스터 대표를 맡고 있는 이대영 KIST 청정신기술연구본부 책임연구원은 “이 사무실에서는 에어컨 대신 제습장치가 냉방장치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 습도 낮추면 온도 높아도 시원함 느껴

사람이 느끼는 더위는 온도뿐 아니라 습도가 미치는 영향도 크다. 습도가 높으면 몸에서 배출되는 수분이 증발하지 않아 체온 조절이 안 돼 더위를 느낀다. 같은 온도에서도 습도가 높으면 더 덥게 느껴진다.

이날 사무실에 설치된 습도계가 가리킨 상대습도는 39%로 외부 습도 60%보다 훨씬 낮았다. 고분자 흡습 소재를 이용한 제습냉방 장치인 ‘휴미컨’을 천장에 설치해 실내 습도를 외부보다 낮게 유지한 결과다.

에어컨은 온도를 낮추면서 습도를 떨어뜨린다. 공기를 냉각하는 과정에서 온도차로 물방울이 맺히는 결로현상이 발생하고 이를 밖으로 배출해 실내습도를 낮추는 것이다. 따라서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습도를 낮추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온도를 계속 내리면 냉방병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온도를 낮출수록 에너지 소비량도 가파르게 늘어난다.

반면 제습 냉방은 제습기와 에어컨을 함께 틀어 온도를 더 낮추지 않고도 냉방 효과를 유지하는 방식이다. 실내온도가 28도로 높아도 습도를 40%로 낮추면 26도에서 습도 60%일 때 불쾌지수와 같은 환경이 조성된다. 이 책임연구원은 “제습 냉방은 온도는 유지한 채 습도만 낮춰 쾌적하면서도 전력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열 안 나는 제습소재 발굴 활발

제습기는 습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열이 배출된다. 옷이나 음식 포장에 들어있는 제습제인 실리카겔과 같은 물질로 습기를 흡수한 다음 150도로 가열해 수분을 날리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한다. 에어컨으로 차가워진 실내 공간에 다시 열을 배출해 냉각 효과를 반감시키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과학자들은 소재를 바꿔 제습 냉방의 효율을 높이는 방법을 찾고 있다. 이 책임연구원이 개발한 고분자 소재는 물을 잘 빨아들이는 하이드로젤 고분자 소재 외부가 음전하를 띠고 있다. 자석에 철가루가 달라붙듯 극성을 가진 물 분자가 소재에 계속해서 달라붙는다. 이런 이유로 실리카겔보다 물을 흡수하는 능력인 흡습성이 5배나 높다. 이 책임연구원은 “잘 깨지는 실리카겔과 다르게 형태를 자유롭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우황 한국화학연구원 석유화학 촉매 및 공정연구단 단장 연구팀도 지난해 4월 비슷한 효과를 내는 금속유기골격체(MOF)를 이용한 제습 기술을 에이올코리아에 이전했다. MOF는 금속산화물을 뼈대로 만든 다공성 물질로, 물 분자와 크기가 비슷한 구멍에 물이 잘 달라붙는 성질에 착안해 개발된 소재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스타트업 ‘트랜스아에라’는 이 소재를 이용한 제습장치로 세계 냉방 경연대회 ‘글로벌 쿨링 프라이즈’ 결선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들 소재는 물을 소재에서 떼어낼 때 필요한 열이 50도 정도여서 기존 소재보다 활용도가 높다. 50도는 에어컨의 실외기에서 나오는 폐열 정도의 온도다. 휴미컨도 에너지 소비효율 1등급 제습기보다 에너지 효율이 40% 높다.

○ 진단키트 포장재로도 활용

전기 수급에 비 상이 걸리면서 기업과 기관들도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습냉방 방식에 조금씩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휴마스터는 2019년부터 주택과 반도체 공장, 대학 지하 강의실에 이르기까지 60여 곳에 이를 공급했다. MOF도 대량 생산에 들어가 내년 이를 적용한 제습시설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휴마스터는 고분자 소재를 종이처럼 가공해 가구기업 한샘의 침대 매트리스 속에 넣는 소재로 납품하기도 했다. 이 책임연구원은 “최근 저온 유통 중 발생하는 결로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에 포장재로 판매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온난화가 심각해지면서 마냥 불편을 감수하고 더위를 참게 하는 것도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냉방기술이 계속 개발돼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한 동아사이언스기자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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