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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3 (화)

선별도 보편도 아닌 어정쩡한 재난지원금, 국민분열만 키운다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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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80%→전 국민→90%→88%.

오락가락하던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범위가 국민 88%로 정해졌지만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회는 24일 본회의에서 이런 재난지원금 지급방안을 포함한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당정청이 지난달 소득 하위 80%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쳤는데 국회 통과 과정에서 또 수정된 것이다. 선별지급도 보편지급도 아닌 이런 어정쩡한 결론을 내리려고 5개월 동안 그 난리를 피웠는지 개탄스럽다. 당장 재난지원금을 못 받게 된 국민 12%는 "우린 왜 배제됐느냐"며 불만이다. 납득할 만한 원칙이나 기준이 없는 탓이다. 그때그때 여론과 분위기에 따라 재난지원금을 받는 국민과 받지 못하는 국민의 경계선이 춤추듯 바뀌어왔다.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인 국민 87.7%는 기존의 소득 하위 80%에 178만가구를 추가한 것이다.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가 불만을 쏟아내자 놀란 집권 여당이 이들을 지원대상에 추가한 것이다.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는 식이다.

소득 하위 80% 기준 때처럼 이번에도 88% 경계선에서 제외된 국민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연봉은 높지만 자산은 별로 없는 계층도 불만이다. 소득이 엇비슷한 두 가정이 지원금 100만원(4인 가족 기준)을 받는 곳과 못 받는 곳으로 갈리면서 소득역전이 생길 수도 있다. 이런 무원칙하고 갈팡질팡하는 재난지원금 지급은 국민을 끊임없이 분열시킬 뿐이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봤거나 생활이 어려워진 계층에 보다 납득할 만한 기준으로 지급기준을 세웠어야 했다. 최저 생계비마저 벌기 힘들게 된 기초생활수급자, 연간소득 3000만원 이하(4인 가족 기준) 잠재적 빈곤층 등 명확한 기준을 세워 코로나19 피해 극복에 초점을 맞춰야 했다. 그래야 선별지원을 하더라도 지원에서 제외된 국민이 납득할 수 있을 일이다. 그런데도 표 얻을 궁리만 하는 정치인들은 여론 눈치만 살피며 88대12로 국민을 갈라쳤다. 선심성 돈 뿌리기 매표행위는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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