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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황금알 낳는 ‘쓰레기 처리’…대기업도 눈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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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 폐기물 처리 기업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3년 전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국내 처리 수요가 크게 늘어난 데다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소비가 늘면서 생활 쓰레기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국내 폐기물 처리 시장 규모는 2018년 16조7000억원에서 올해 19조4000억원, 2025년 23조7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다. 안정적인 수익률과 최근 ESG 열풍에 힘입어 폐기물 처리 사업에 눈독을 들이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적인 친환경 정책과 폐기물 처리 규제 강화 추세에도 불구하고 폐기물 배출량이 꾸준하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폐기물 발생량과 소득 수준 사이에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사람들의 생활 패턴과 소비에 대한 인식이 변화함에 따라 폐기물 배출량이 증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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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생활쓰레기가 급증하고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면서 폐기물 처리 기업들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KG ETS의 폐기물 처리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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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발전할수록 커지는 성장 산업

▷높은 진입장벽과 활발한 인수합병

폐기물 처리업의 가장 큰 강점은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발생하는 생활 폐기물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생활 폐기물 배출량은 종량제가 시행되기 전인 1994년에는 하루 1.3㎏이었으나 종량제 실시와 재활용품 분리 배출 정책 도입으로 2013년에는 0.94㎏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후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19년 1.09㎏으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폐기물 처리업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내수형 산업이자 공공재적 특성을 지녔다는 것이다. 이에 과거에는 그 성장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최근 폐기물 증가에 따른 민간 기업 역할이 확대되면서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찾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전국사업체조사를 살펴보면 폐기물 처리업 성장세를 뚜렷하게 확인할 수 있다. ‘폐기물 수집, 운반 처리·원료재생업’에 종사하는 사업자들의 합산 매출액은 2016년 13조8000억원에서 2019년 17조1000억원으로 연평균 7.3%의 성장률을 보였다.

높은 진입장벽도 기존 업체에는 호재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대표적인 기피시설이다 보니 기업 입장에서는 허가 기준에 맞는 설비와 부지를 확보하기 위한 자본 마련이 필수적이고 허가권을 보유한 지자체 입장에서는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에 수집, 운반 과정을 담당하는 사업자는 많지만 소각과 매립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사업자는 드물다.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신규 사업자의 진출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나예 애널리스트는 “최근 폐기물 처리 업체 간 M&A(인수합병)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기술력과 자본력을 보유한 선두 기업을 중심으로 대형화가 이뤄지고 있는데,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폐기물 처리업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수혜가 예상된다. 전체 폐기물 배출량의 85%를 차지하는 산업 폐기물 배출량은 글로벌 경기 회복에 힘입어 크게 증가할 전망이다. 생산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공장 가동률이 상승하고, 건설수주 확대로 폐기물 발생량이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특히 조선, 자동차, 중화학공업 등 대외 경기의 영향을 많이 받는 대형 산업시설의 폐기물 배출량이 늘면서 해당 지역에 위치한 폐기물 처리 기업들의 실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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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와이홀딩스·KG ETS 고공행진

▷지역 강자 코엔텍·와이엔텍도 눈길

폐기물 처리 시장 성장세가 가속화되면서 최근 증시에서 관련 기업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

티와이홀딩스는 국내 폐기물 처리 업계 시장점유율 1위인 TSK코퍼레이션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자회사 기대감에 힘입어 티와이홀딩스는 올 들어 주가가 19.9%(7월 21일 기준) 올랐다. 국민연금은 지난 6월 말 티와이홀딩스 보유 지분을 10.97%에서 12.43%까지 늘렸다.

티와이홀딩스는 환경 산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티와이홀딩스와 사모펀드 KKR은 각각 보유한 TSK코퍼레이션(지분 62.6%)과 폐기물 처리 기업 ESG(100%), ESG청원(77.8%)의 합병과 신설 법인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SG그룹은 국내 최대 의료 폐기물 전문 처리 기업으로 전국 의료 폐기물 소각시설 13개 중 4개를 보유하고 있어 압도적인 점유율 1위(약 40%)를 자랑한다. 이경자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최대 환경 플랫폼이 탄생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보여온 TSK코퍼레이션은 ESG·ESG청원과 합병 시 또 한 번의 도약이 점쳐진다”고 내다봤다.

올 들어 주가가 3배 넘게 뛴 KG ETS는 2005년 국립환경과학원 폐기물분석 전문기관에 선정된 폐기물 처리 전문 업체다. 비닐·목재·종이 등 일반 폐기물과 합성수지·고무·페인트 같은 지정 폐기물을 모두 처리한다. 주요 처리시설이 경기도에 위치하고 있어 수도권 지역 폐기물 수요에 특히 민감한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폐기물 처리법 개정으로 의료용 폐기물을 처리할 수 있게 되면서 성장 기대감이 높아졌다.

국내 폐기물 처리 단가 상승도 긍정적이다. 최근 5년간 폐기물 매립 단가는 매년 15%, 소각 단가는 9% 뛰었다. 중국 고체 폐기물 수입이 금지된 상황에서 국내 건설 투자 확대로 지정 폐기물 처리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어서 추가적인 처리 단가 상승이 예상된다. 이혁진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빡빡한 수급 환경으로 폐기물 처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경기도 기반 폐기물 기업이라는 점에서 수도권 중심의 주택 공급 정책에 따른 수혜도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건설 폐기물 처리 시장점유율 1위인 인선이엔티도 비슷한 맥락에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최근 재건축·재개발 시장 확대에 따른 수혜가 기대된다. 건설 폐기물 시장은 지난 4월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후 성장세가 가시화되고 있다.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완화되면서 신규 착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건설 폐기물의 절반가량이 수도권에서 발생하는데 인선이엔티의 거점 지역이 서울·수도권 지역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성환 리서치알음 애널리스트는 “건설 폐기물 처리 분야는 건설 경기 업황에 좌우되는 사업으로 신규 착공이 늘어날 때 실적이 증가하는 구조”라면서 “올해 대형 건설사 위주의 주택 공급 물량 확대로 연초 신규 착공이 전년 대비 76% 증가하면서 건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엔텍과 와이엔텍은 지방 폐기물 처리 업계 강자다. 코엔텍은 울산, 와이엔텍은 광주·전남 등 호남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치열한 경쟁 끝에 아이에스동서에 인수됐다. 향후 아이에스동서의 건설 사업과 코엔텍 폐기물 사업 간의 시너지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코엔텍은 소각시설과 매립시설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기업 자체적인 경쟁력도 높다는 평가다. 와이엔텍은 석유화학 기업이 모여 있는 여수 산업단지의 폐기물 처리를 주력으로 한다. 코엔텍과 마찬가지로 소각과 매립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는 데다 최근 추가 매립지 확보, 소각시설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높다.

정홍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와이엔텍은 현재 소각로에서 발생하는 스팀(폐열)을 판매하고 있는데 소각로 증설이 완료되면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어 소각 사업 이익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류지민 기자 ryuna@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9호 (2021.07.28~2021.08.03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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