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에 비트코인?"…MBC 왜 이래[Oh!쎈 탐구]

[OSEN=연휘선 기자] MBC가 2020 도쿄올림픽 중계 과정에서 다른 나라들을 소개하며 부적절한 이미지를 사용해 외신의 뭇매를 맞고 있다.

MBC는 24일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라며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앞서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을 중계하는 과정에서 여러 국가들을 소개하며 일부 국가들의 소개 이미지로 부적절한 자료를 사용한 것에 대한 사과였다.

23일 일본 도쿄에서 2020 도쿄올림픽이 개막했다. 지난해 치러져야 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한 해 연기됐고 이번에도 우여곡절 끝에 강행된 행사였다. 이에 기상 이변으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과 코로나19 변이와 확산세에 따른 침체된 분위기 속에서도 개막식에 입장하는 선수들은 희망찼다.

그러나 이를 중계하는 MBC 화면에서는 달랐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체르노빌 원전 사진이, 엘살바도르 선수단 입장 시에는 비트코인 사진이 등장한 것. 심지어 아이티 선수단이 입장할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라는 자막이 등장하기도 했다.

문제는 체르노빌 원전은 폭발 사고로 전 세계인을 충격에 빠뜨린 비극적인 장소였다는 것. 또한 비트코인은 현재 엘살바도르 공식 화폐로 지정되긴 했으나 엘살바도르가 경제 위기를 겪고 있어 국가적 아픔이 느껴질 수 있었다. 이에 세계인의 이목이 쏠린 가운데 국가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못한 MBC를 향해 국내외 질타가 쏟아졌다.

러시아 출신으로 한국에 귀화한 방송인 일리야는 개인 SNS를 통해 "이 자막 만들면서 '오? 괜찮은데?'라고 생각한 담당자.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어? 미국은 911 테러 사진도 넣고?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MBC는 하루 만에 공식 사과문을 내놨다. MBC는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다"라고 설명하면서도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이라고 사과했다.

하지만 사과에도 불구하고 비판 여론은 쉽게 진정되지 않고 있다. MBC의 사과 이후 영국 언론 가디언, 미국 방송사 CNN 등 공신력 있는 외신들이 이를 보도하고 있기 때문. 공교롭게도 국민 정서상 반감이 큰 일본에서 개최되는 2020 도쿄올림픽을 중계하는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더욱 거센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현재 MBC는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상태.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하겠다"라며 재발방지를 약속한 MBC가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음은 MBC의 2020 도쿄올림픽 중계 사고 관련 사과문 전문.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MBC는 7월 23일 밤 도쿄 올림픽 개회식을 중계방송하면서 국가 소개 영상과 자막에 일부 부적절한 사진과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해당 국가 국민과 시청자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문제의 영상과 자막은 개회식에 국가별로 입장하는 선수단을 짧은 시간에 쉽게 소개하려는 의도로 준비했지만, 당사국에 대한 배려와 고민이 크게 부족했고, 검수 과정도 부실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잘못입니다.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죄송하다는 말씀드립니다.

MBC는 올림픽 중계에서 발생한 이번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영상 자료 선별과 자막 정리 및 검수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엄정한 후속 조치를 취하겠습니다.

나아가 스포츠 프로그램 제작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재점검해 유사한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monamie@osen.co.kr

[사진] MBC 제공, 일리야 S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