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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화이자 백신 왕창 산 美… 델타 변이 확산에 '부스터 샷' 카드 만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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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회분 추가 구매… 백악관 "모든 상황 대비"
5개월 만에 확진자 10만명 넘자 위기감 고조
백신 격차 외면 지적… 효능 불신 부추길 수도
한국일보

12일 이스라엘 텔아비브 인근의 셰바 메디컬 센터에서 한 심장이식 환자(오른쪽)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세 번째 '부스터 샷'을 세계 최초로 맞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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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또 왕창 사들였다. 델타(인도발) 변이 확산으로 감염자 수가 폭증하고 있는 만큼 불가피하게 ‘부스터 샷(추가 접종)’이 필요해질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백신 부족 탓에 접종률이 바닥인 나라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이기적인 행태라는 지적이 제기될 법하다.

23일(현지시간) 외신 및 업체 등에 따르면, 미 정부는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2억 회 접종분을 추가로 구매했다. 이에 따라 화이자가 올해 10월부터 연말까지 1억1,000만 회분을 미 정부에 우선 공급한다. 나머지는 내년 4월 말까지 제공된다. 현재까지 미 정부가 확보한 백신 물량은 5억 회분에 이른다. 미 인구는 3억3,000만 명가량이고, 약 8,600만 명이 화이자 백신으로 접종을 완료했다.

일단 ‘보험’ 성격이다. 이날 기준으로 백신 주사를 두 번 다 맞아 접종을 마친 미 인구가 여태껏 절반이 안 되지만(48.9%) 그건 백신이 모자라서가 아니다. 거부 때문이다. 그런데도 백신을 더 사다 쌓아 두겠다는 건 이들 말고 다른 수요가 생길 수 있고, 예상 규모가 상당하다는 의미다. 구체적 계획이 수립되는 단계까지 이르지 않았을 뿐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보도 당일 브리핑에서 “추가 구매는 12세 이하 어린이 접종과 부스터 샷 가능성 때문”이라며 “우리는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해 왔다”고 말했다.

열흘쯤 전만 해도 “백신 접종을 마친 미국인들한테 부스터 샷은 필요 없다”는 게 미 보건 당국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그럴 공산은 크지 않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24일 정부 입장이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부스터 샷 필요성에 공감하는 기류가 강해졌다는 것이다. 한 고위 관리는 NYT에 65세 이상 고령층 및 암 환자나 에이즈바이러스(HIV) 감염자 등 면역 취약자가 부스터 샷 대상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실 더 급한 건 ‘집단 면역’이다. 현재 미국인 전체 인구 대비 백신 완전 접종자 비율은 60%가 안 된다. 항체 보유자 비중이 80% 가까이 돼야 더 이상 바이러스가 퍼지지 못한다는 게 전문가들 얘기다. 설상가상으로 전염성이 가장 강하다는 델타 변이가 무서운 기세로 확산 중이고, 그 바람에 지난달 말 1만 명대였던 미국의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2만 명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23일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 집계 방식을 바꾼 플로리다주(州)의 수치가 1주일분인 탓도 있지만 어쨌든 확진자 규모가 10만 명을 넘긴 건 2월 11일 이후 처음이다.

마스크 착용 같은 방역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당장 터져 나오는 반발이 그 증거다. 해법은 백신뿐이다. 변이 대처는 물론 면역 공백 해소도 모두 백신 접종으로 가능하다. 미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더 사며 변이 대응 백신이 승인되면 그 백신을 구매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하고, 인구의 20%에 가까운 12세 이하 아동 대상 접종도 검토하는 배경이다.

문제는 세 번째 부스터 샷은커녕 한 번 맞을 백신도 없는 나라가 여전히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브리핑에서 세계적으로 백신 공급 격차가 매우 크다며 부스터 샷을 고려 중인 국가들을 상대로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있는 나라의 사치’라는 인식이다. 부작용도 걱정거리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부스터 샷 논의가 백신 효능에 대한 대중의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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