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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17년간 지켜온 디스플레이 세계 1위, 중국에 뺏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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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의 K디스플레이 (上) ◆

매일경제

2004년 일본을 제친 후 17년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1위를 지켜왔던 한국이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에서 이미 세계 1위로 치고 올라간 중국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맹추격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위기의 디스플레이 산업을 지키기 위한 정부·기업의 대응이 절실한 실정이다.

25일 매일경제가 시장조사기관 옴디아가 집계한 매출액 기준 디스플레이 시장 점유율 자료를 업계와 공동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1분기 LCD와 OLED를 포함한 전체 매출액 점유율에서 중국이 40%를 기록하며 33%에 그친 한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양국 간 점유율 격차는 2019년까지만 해도 11%포인트에 달했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TV·노트북 등 디스플레이 기기 수요가 급증하고, 이에 따라 중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LCD 패널 가격이 급등하면서 점유율이 역전된 것이다.

업계에서는 올해가 연간 디스플레이 점유율 기준으로 중국이 세계 1위에 등극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LCD 패널 판매의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고, 스마트폰용 중소형 패널을 중심으로 중국 업체들이 OLED 시장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옴디아에 따르면 2018년 5%에 불과했던 중국 업체들의 중소형 OLED 패널 점유율은 올해 15%, 내년 27%로 높아질 전망이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는 막대한 정부 지원을 기반으로 쑥쑥 커가는 중이다. 디스플레이 전문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사인 BOE는 올 1분기 매출 77억달러(약 8조8700억원), 영업이익 14억달러(약 1조6100억원)를 기록하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를 제치고 사상 최초로 매출·영업이익 세계 1위에 올랐다.

이신두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중국에는 세계 3위 TV업체인 TCL을 비롯한 완제품 업체들이 많고, 조악한 품질의 디스플레이 패널도 소화가 가능할 정도로 내수 수요가 크고 다양하다"며 "정부 지원과 내수 시장을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 기자 / 이종혁 기자]

[단독] 中, 디스플레이에 보조금·토지·稅혜택…韓기업은 '각자도생'

중국 디스플레이 매출기준 점유율 사상 첫 한국 추월

8년간 中정부 보조금 5.5조
인프라 무상에 법인세 인하

중국 디스플레이 1위 BOE
8조 공장건설때 5천억부담
나머지는 지방정부·은행자금
한국 업체 원가의 70% 불과

韓정부 세금·R&D지원 절실

매일경제

지난해 말 가동을 중단한 삼성디스플레이 중국 쑤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전경.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이 공장을 중국 업체 CSOT에 매각했으며 올해 4월 관련 절차를 완료했다. [사진 제공 = 삼성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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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막대한 보조금뿐 아니라 각종 인프라스트럭처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세제 혜택까지 제공한다. 이대로 가다간 최후의 보루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조만간 1위를 내줄 것이다."

한국이 OLED와 액정표시장치(LCD)를 합한 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17년 만에 중국에 점유율 1위를 내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디스플레이 업계에 이 같은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제치고 디스플레이 1위에 오를 것이란 우려 섞인 관측이 많았지만, 수치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중국은 2018년 LCD 시장에서 한국·대만을 넘어섰다. 그러나 기술 진입장벽이 확 높은 고부가가치 OLED는 한국이 오랜 기간 주도권을 유지하면서 한동안 전체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었다.

중국은 기업이 디스플레이 공장을 지을 때 지방정부가 투자액의 상당 부분을 분담하고, 나머지는 투자펀드나 정부가 보증한 은행 대출로 대부분 채운다. 기업이 실제로 투입하는 자본은 적다. BOE가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지은 첫 번째 10.5세대 LCD 라인인 B9이 대표적 사례다. 이 공장의 투자비는 총 460억위안(약 8조1700억원)이다. 이 중 BOE 자체 자금은 6.5%인 30억위안(약 5300억원)에 불과하다. 허페이시 산하 공기업이 210억위안(약 3조7300억원)을 댔고 현지 공공투자펀드가 60억위안을 책임지고, 나머지 160억위안 등은 은행 대출인데 대부분은 정부가 보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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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들은 막대한 정부보조금도 받고 있다. DB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10년간 BOE가 중국 정부에서 직접 받은 보조금만 2조원이 넘는다. 이는 같은 기간 BOE 누적 순이익의 59%에 달하며 보조금을 빼면 BOE가 이익을 낸 해는 10년 중 절반밖에 안된다. DB금융투자에 따르면 BOE와 CSOT·비전옥스·톈마웨이전자고분유한공사 등 중국 4대 디스플레이 기업이 2012년부터 8년간 타낸 정부보조금 총액은 5조5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순이익 총합(20조원)의 25% 이상이다. DB금융투자는 "정부보조금이 없다면 중국 기업들은 디스플레이 사업을 계속하기도 어렵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천문학적 보조금 외에 인프라·세제 혜택으로 기업을 거든다. 우선 토지와 건물, 용수, 전기 등 인프라가 무상 지원된다. 생산성(수율)이 올라가면 격려금이 지급된다. 또 중국은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첨단산업에 대해 법인세를 25%에서 13%로 낮춰주며 수입하는 장비와 소재는 무관세 혜택도 제공한다. 이 같은 지원 덕에 중국 업체들의 생산원가는 한국 대비 71%에 불과하다.

중국에 비하면 한국 정부의 디스플레이 산업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한다. 투자비의 최대 6%를 세액공제하는 걸 제외하면 인프라와 수입 장비·소재에 대한 무관세만 일부 제공하는 정도다. 신성장 시설투자에 대해 3%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지만 매출액 중 연구개발(R&D) 비용이 2% 이상이고 개발비 중 신성장기술 비중이 50% 이상이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올해 중국은 전 세계 LCD 패널 시장의 60.7%를 점유하며 한국과 대만을 압도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한국이 최후의 보루로 삼은 OLED다. BOE·CSOT·비전옥스·톈마는 올해 중소형 OLED 신·증설 투자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올해 중국 내 주요 디스플레이 기업이 계획했던 증설 투자를 끝내면 6세대 OLED 패널 기준 월간 수십만 장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옴디아는 스마트폰용 OLED 시장에서 중국 업체의 점유율이 올해 15%에서 내년 27%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 시장조사기관인 유비리서치는 현재 스마트폰 OLED 시장의 80%를 장악한 삼성디스플레이 점유율이 내년에 60%대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계는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정부의 파격 지원이 절실하다고 본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KDIA)에 따르면 2025년까지 5년간 삼성·LG디스플레이 등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은 설비투자에만 약 30조원을 쏟아부을 예정이다. 업계는 일단 현행 조세특례제한법상 핵심전략기술에 OLED와 QD-LED(퀀텀닷 LED·QLED) 기술을 포함시켜달라고 건의했다. 핵심전략기술에 포함되면 R&D 투자에 대해 30~50%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다. 시설투자는 6~16%까지 세액공제 대상이다.

업계는 또 정부가 QD 디스플레이와 친환경·초현실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선도적으로 나서줄 것을 당부하고 있다. QD 디스플레이와 나노 공정 기술에 특화한 석·박사급 전문인력 양성도 업계의 요구다.

[이종혁 기자 /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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