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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ESG위원회, 만들기는 쉽다…제대로 하는건 어려운 문제다 [스페셜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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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PECIAL REPORT : 10대 그룹 ESG위원회 분석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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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바뀌었다. 이익 창출뿐 아니라 지속가능성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까지 기업에 요구하는 눈높이가 올라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흐름 속에서 재계는 ESG(환경·책임·투명경영)에 주목하고 있다.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출범시키며, ESG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LG전자 등 10대그룹 주력 계열사들은 ESG위원회 설치를 완료했다. 10대그룹 상장사 99곳 중 이사회 내 ESG위원회가 설치된 곳은 68개사다. 70%에 가까운 수치다. LG와 롯데, 한화, 현대중공업, 신세계는 모든 상장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ESG위원회가 신설된 68곳 중 ESG위원장 선임이 끝난 상장사는 50개다. 롯데는 모든 ESG위원장을 선임할 예정이며, LG는 7명, SK는 2명을 뽑아야 한다.

10대그룹 상장사 ESG위원장은 교수가 26명, 국세청·검찰·금융감독원 등 권력기관 6명, 기업인 출신 6명, 장차관급 5명, 변호사 4명, 해당 회사 대표이사 2명, 언론인 출신 1명으로 나타났다. ESG위원장 중 절반가량이 교수인 셈이다.

교수를 전공별로 살펴보면 경영·경제학과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로스쿨 6명, 행정·정치외교 등 4명, 인문학 2명, 공학 2명, 의학 1명으로 집계됐다.

여성 ESG위원장은 8명에 불과했다. 삼성 2명, LG 3명, 한화 1명, 현대중공업 1명, 신세계 1명이다. LG는 현재까지 선임된 ESG위원장 모두 여성이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은 투자 대상 기업 이사회나 ESG위원회 등에 여성 참여를 요청하는 등 이사회 내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ESG위원장 주로 누가 하나 봤더니
삼성-관료, 현대차-교수, LG-여성


삼성그룹 상장사 16곳 중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한 곳은 7개사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제조사 3곳과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계열 4개사다. ESG위원장은 장차관 등 관료 출신 4명, 교수 3명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는 거버넌스위원회가 ESG위원회 역할을 담당한다. 위원장은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박재완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이다. 박 의장은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속가능 경영에 관한 주요 현안을 보고받고, 인권존중·준법문화·탄소중립·지역공동체 지원 등에 관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장기 시계에서 기업 가치를 드높이는 항로를 진지하게 탐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윤호 경영지원실장(사장)은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주관하고 있으며, 2020년 말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를 최고경영자(CEO) 직속 조직으로 격상했다. 주요 사업부엔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신설했다.

삼성물산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삼성전자처럼 ESG위원회가 사외이사로만 구성됐다. 반면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은 사외이사 2명, 대표이사 1명으로 이뤄졌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 모두 올해 상반기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각각 올해 3월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조직했다. 3사 지속가능경영위는 대표이사 1명과 사외이사들로 구성됐다. 현대차는 주요 활동 및 의사 결정 사안들을 반기에 1회 주기로 지속가능경영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현대차는 경영전략회의 내 소회의체로 ESG위원회와 분과별 실무협의체도 구성했다. 장재훈 현대차 대표는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기업의 근원적 역할인 경제적 가치 창출과 함께 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중심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추구하는 ESG경영 실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위아, 현대오토에버는 투명경영위원회에서 ESG 관련 업무를 담당한다. 현대차그룹 ESG위원장은 교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교수·학자 5명, 관료 출신 1명, 법조인 1명이다.

김우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대자동차 지속가능경영위원회와 현대제철 투명경영위원회는 다루는 안건이 내부거래 승인이 주를 이루고 있고, ESG와 관련해선 사회공헌 안건이 주를 이루고 있어 아직 걸음마 수준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SK 관계사 중에선 SK하이닉스가 2018년 가장 먼저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SK(주),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C, SK네트웍스 등은 올해 상반기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SK의 ESG위원장은 교수 위주다. ESG위원장이 있는 상장사 10곳 중 7개사 위원장이 교수다. SK렌터카와 SK바이오팜은 대표이사가 ESG위원장이다. SK이노베이션은 차관 출신이며, 권력기관 출신은 없다. 조현재 SK하이닉스 지속경영위원은 "기업의 소위원회 구성을 보면 권력기관이나 규제기관 중심으로 구성돼 있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SK하이닉스 지속경영위원회는 기업이 지속가능경영을 수행하는 데 꼭 필요한 전문성을 확보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위원진을 꾸렸다"고 설명했다.

김우찬 교수는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볼 때 SK하이닉스 지속경영위원회는 개최 횟수나 논의 안건 등 모든 면에서 ESG에 매우 충실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지만 SK하이닉스 지속경영위는 거버넌스(G)에 관한 안건은 다루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은 10개 상장사 모두 올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ESG위원장은 모두 여성 기업인 출신이다. 지주사인 (주)LG는 이달 초 첫 회의를 개최해 이수영 에코매니지먼트코리아홀딩스 대표 집행임원을 위원장에 선임했다. (주)LG ESG위원회는 이수영 위원장을 비롯해 한종수, 조성욱, 김상헌 등 사외이사 전원과 권영수 (주)LG 부회장으로 구성됐다.

LG유플러스와 LG에너지솔루션은 각각 제현주 엘로우독 대표와 신미남 전 두산퓨얼셀BU 사장을 ESG위원장으로 선임했다. 나머지 회사들도 조만간 ESG위원회를 개최해 위원장을 뽑기로 했다.

롯데·한화·현대중·신세계,
모든 상장사에 ESG위 설치


롯데는 9개 상장사에 ESG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으며, 올해 하반기 롯데지주를 시작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설치를 완료할 예정이다. 롯데는 각사 CEO 평가에 ESG 경영성과를 반영하기로 했으며, 그룹 차원 ESG경영 전담 조직도 구성했다. 지난 6월 롯데지주는 그룹 차원 ESG 전략 고도화를 추진하기 위해 경영혁신실 산하에 ESG팀을 신설했다. 경영혁신실은 ESG팀을 중심으로 △ESG 경영전략 수립 △성과 관리 프로세스 수립 및 모니터링 △ESG 정보 공시 △외부 ESG 평가 대응 등을 담당한다.

포스코그룹은 6개 상장사 중 포스코에만 ESG위원회가 있다. 위원장은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이며, 위원은 김 부회장을 포함한 사외이사 3명과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사장이다.

한화그룹은 7개 모든 상장회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 선임을 완료했다. 교수는 (주)한화와 한화솔루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손보 등 4개사다. (주)한화는 인문학 교수가 위원장이다. ESG위원장 중 로펌 고문 등은 3명이다. 이들의 전직은 금융지주사 회장, 금감원 간부, 자본시장연구원장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5월엔 이사회 소속이 아닌 그룹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장은 조현일 한화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사장이다. 그룹 ESG위원회는 계열사에 대한 ESG 활동 지원 등을 전개해 나갈 예정이다.

(주)GS는 지난 3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위원장은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이며, 위원은 김진태 전 검찰총장과 홍순기 (주)GS 대표다. GS건설 ESG위원장은 이희국 전 LG그룹 기술협의회 의장이다. 이희국 위원장은 LG전자 사장과 LG실트론 대표 등을 지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6개 상장회사에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각사 ESG위원회는 사외이사 3명, 대표이사 1명 체제다. ESG위원장은 교수 4명, 변호사 2명이다. 조선부문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 ESG위원장은 최혁 서울대 경영대학 명예교수다. 박순애 현대건설기계 ESG위원장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여성 교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회사별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ESG자문그룹도 구성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상장사 7곳에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여성 ESG위원장은 성대 로스쿨 교수인 김연미 이마트 사외이사가 유일하다. 나머지 회사 ESG위원장은 검사장 출신 2명, 금감원 부원장 출신 1명, 변호사 1명, 교수 1명, 언론인 1명으로 이뤄졌다.

10대그룹 밖에서는 KT, CJ, 한진, 두산, LS, 카카오, 미래에셋, 현대백화점 등이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설치했다. KT그룹은 KT에만 ESG위원회가 있으며, CJ는 (주)CJ,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 CJ ENM에 ESG위원회가 설치돼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 대한한공, (주)한진에 ESG위원회가 있으며, 진에어는 거버넌스위원회에서 ESG를 다루고 있다. 두산은 이사회 내 ESG위원회는 없다. 하지만 (주)두산과 두산중공업 등 각사마다 대표이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ESG위원회가 있다. LS는 지난달 LS전선이 ESG위원회를 설치했으며, 지주사인 (주)LS를 비롯한 다른 계열사들은 연내 설치를 준비하고 있다. 카카오와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생명, 현대백화점은 올해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김우찬 교수는 "ESG위원회 설치 여부와 구성도 중요하지만 실제 위원회가 얼마나 자주 열리고, 여기서 무엇을 논의하는지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남은 대신지배구조연구소 팀장은 "기업들이 ESG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은 쉬우나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권한 이양·지배력 분산 측면에서 쉽지 않은 부분"이라며 "위원회 설치 여부를 떠나 기능적으로 위원회가 설립 취지에 맞도록 이해관계자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운영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과 정보 이용자(감독기관, 투자자 등)는 이사회 내 위원회가 설치돼 있다는 존재 자체보다는 해당 위원회의 구성 현황, 안건 상정 범위, 승인 권한 등 기능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들은 ESG위원회 설치 이후 ESG 관련 성과에 대해 고민하는 분위기다. 일단, 위원회는 만들었으나 어떻게 ESG경영 결과물을 만들어내야 할지에 노력을 쏟고 있다. A기업 관계자는 "ESG위원회는 ESG경영의 시작 단계"라며 "기업들은 경영에 ESG를 접목해 성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일경제

[정승환 재계·ESG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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